○…이번 16대 대통령 선거는 직접선거로 치러진 10차례의 대선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중앙선관위는 19일 오후 6시 투표 마감 결과, 전체 유권자 3499만1529명 가운데 2455만7737명이 투표해 70.2%의 잠정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5대 대선의 80.7%에 비해 10.5%포인트 낮은 것이며 14대 대선 때의 81.9%와 비교하면 11.7%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31년만의 최저 투표율 기록이다.
전국 16개 시도 지역별 투표율을 보면 광주가 77.7%로 가장 높았고 전남 75.7%, 전북 74.1%, 경남 71.6%, 부산과 대구 71.1%, 서울과 경북 71% 등 8개 지역이 전국 평균 투표율을 상회했다. 평균 투표율에 미달한 지역은 울산 70%, 제주 69%, 강원 68.2%, 경기 68%, 충북 67.9%, 대전 67.4%, 인천 66.1%, 충남 65.9% 등 8개 지역이다.
이번에 투표율이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 것은 이번 대선이 양강구도로 치러졌고 지역분할 양상도 크게 완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선거 막판에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함으로써 정 대표 지지표의 기권과 부동층의 투표참여 의욕을 약화시킨 점도 투표율을 떨어뜨린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됐다.
○…개표는 전국 244개 개표소별로 빠른 곳은 오후 6시 40분부터 시작됐다. 선관위는 이날 오후 6시 투표가 완료되자 투표구 투표함을 244개 개표소로 옮기고 곧바로 개표작업에 들어갔다. 시·군·구 선관위원장의 개시 선언을 시작으로 투표함의 이상유무 확인→개함→투표수와 투표용지 교부수 대조→투표지 분류 →전자개표기 입력 순으로 진행됐다.
당초 전자개표기의 투입으로 밤 8시께면 15% 안팎의 개표율을 보이며 당락의 대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1, 2위 후보의 치열한 접전으로 당선 여부를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됐다. 그러나 9시를 넘기며 노 후보가 표 차이를 계속 벌리며 1위 자리를 굳혔다. 이런 가운데 중앙선관위 대통령선거관리시스템(http://www.nec.go.kr)은 방송사들보다 개표율 2∼3% 정도 빠르게 투·개표 진행과 최종 개표 집계 상황을 전국 244개 구·시·군 선관위로부터 직접 전송받아 인터넷으로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후보자별 득표수(미분류투표지 집계 포함)는 자동개표기에 연결된 제어용 PC를 이용해 곧바로 중앙선관위의 선거정보시스템으로 보내져 중앙선관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됐다.
○…이번 대선에는 전국 244개 개표소에 총 960여대의 전자개표시스템이 투입돼 그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과거 개표기 사용법을 몰라 개표현장에서 시행착오를 거쳤던 지방선거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개표소마다 대부분의 직원이 사전교육을 철저히 받은 듯 별다른 혼란은 없었다. 또한 자동개표기를 통한 개표작업이 계속되면서 개표기에 연결된 모니터에는 각당 후보들의 득표수가 실시간으로 공개돼 각당 참관인들은 이를 보며 그때그때 중앙당에 보고하느라 누구보다도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에 따라 밤 11시를 넘기며 개표율이 90%대를 훌쩍 넘어섬으로써 당락이 확정됐다. 선관위 관계자도 “지난 15대 때는 투표 다음날인 오전 5시 35분에 개표가 완료됐었다”며 전자개표기의 고성능을 자랑했다. 하지만 간간이 투표 용지가 중간에 걸려 구겨지거나 찢어지는 경우가 발생, 개표작업을 지켜보던 각당 참관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일부 개표 테이블에서는 자동개표기 작업을 거친 투표용지 중 다른 후보의 이름에 기표된 투표용지가 해당후보의 집표대에 들어간 것이 개표 사무원에 의해 발견돼 재검표가 이뤄진 경우도 있었다.
○…이번 대선 개표방송에서 방송3사는 오후 6시 당선자 예측선언 못지 않게 당선유력 및 당선확실선언을 놓고도 피말리는 경쟁을 전개했다.
MBC는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앞서나간 지 1시간만인 9시 36분경 개표율 58% 시점에서 노무현 후보의 ‘당선유력’을 선언했다.
MBC가 당선유력을 선언한 58% 개표시점에서의 노무현 후보의 득표율은 48.4%로 6시경 예측조사치와 정확히 일치했다.
양후보의 표차는 예측발표 당시의 1.5%포인트차에는 못미치는 1.3%포인트로 나타났다.
KBS 역시 9시 48분경 멘트를 통해 당선유력을 선언하는 한편 9시 58분경에는 당선확실을 선언했다. KBS는 6시 예측보도에서 노무현 후보가 49.1%의 지지율을 얻어 이 후보를 2.3%포인트차로 앞설 것이라고 밝혔다.
MBC도 10시경 당선확실로 신뢰도를 높여갔다.
SBS는 9시 45분경 개표율 62.4% 시점에서 노무현 후보가 48.4%를 득표하자 가장 먼저 대통령 당선을 선언하고 나섬으로써 타방송사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당선선언은 SBS가 타방송사보다 10여분 앞섰으며 6시 예측보도에선 노무현 후보가 48.2%를 얻어 1.5%포인트차로 이회창 후보를 따돌릴 것으로 예측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이회창 후보가 오차범위내에서 혼전을 벌였던 이번 16대 대선에선 KBS가 최종 결과에 가장 근접하는 예측치를 발표, 주목을 끌었다.
개표가 96% 진행된 밤 11시 20분 현재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이회창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49.0%와 46.5%로 나타났다.
6시 예측보도에선 KBS가 노무현 당선자가 49.1%의 지지율을 얻어 46.8%의 이 후보를 2.3%포인트차로 따돌릴 것으로 예측했고 MBC는 노무현 당선자 48.4%, 이 후보 46.9%, SBS는 노무현 당선자 48.2%, 이 후보 46.7%로 각각 1.5%포인트차를 예측했다.
이에 따라 KBS가 노무현 당선자의 득표율 및 이 후보와의 표차 모두 가장 정확하게 예측했다.
전체 1만3471개 투표소 중 MBC는 300여곳에서 7만여명, KBS는 180여곳에서 3만여명, SBS는 150여곳에서 2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출구조사를 실시, 예측보도를 이뤄냈다.
특히 MBC와 SBS는 출구조사의 정확도를 높이고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유권자에게 지지후보를 묻지 않고 유권자가 지지한 후보의 이름을 종이에 기입해 상자에 넣도록 하는 ‘투표 수거함’방식을 활용했다. KBS는 한국갤럽과 미디어리서치, MBC는 코리아리서치, SBS는 TN소프레스에 의뢰해 출구조사를 실시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대표 이재웅 http://www.daum.net)은 19일 밤 9시 53분 노무현 후보 당선확정적이라는 배너를 띄웠다.
이와 함께 시민단체와 네티즌이 당선자에게 보내는 소망 편지를 부제로 ‘네티즌이 바란다’는 네티즌 즉석투표에 돌입했다.
다음은 △대미 관계에 대한 정책 방향 △가장 시급한 경제관련 현안 △최우선 개혁 대상 △대북 관련 최우선 과제 △우리가 바라는 새 대통령의 이미지 △수도권 관련 정책 중 가장 시급한 문제 등 총 6개의 즉석투표에 나섰다.
다음측은 이번 즉석투표를 통해 접수된 의견을 모두 모아 당선자 진영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네이트닷컴(http://www.nate.com)을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대표 서진우)와 엠파스(http://www.empas.com)를 운영하는 지식발전소(대표 박석봉), 네이버(http://www.naver)를 운영하는 NHN(대표 이해진·김범수) 등 인터넷 포털업체들도 밤 9시 50분을 전후로 KBS, MBS, SBS 등 지상파방송 3사의 보도내용을 인용해 노무현 후보의 16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하다는 내용을 속보로 제공했다.
한편 이들 업체가 마련한 게시판에는 ‘국민을 위해 공부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위해 일해 주세요’ ‘이제는 확실히 개혁해야 한다’ ‘국민통합을 위해 탕평책 인사로 내각을 구성해 주세요’ 등 노무현 후보의 당선 축하 메시지와 국정 개혁을 요구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쏟아졌다.
이에 앞서 투·개표가 진행된 19일 오전부터 다음커뮤니케이션 ‘대선특집’ 코너는 임시 공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네티즌이 몰려드는 등 성황을 이루었다.
○…19일 실시된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면서 노 후보의 장남 노건호씨(30)가 근무하는 LG전자는 평소와 다름없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아버지는 아버지고 아들은 아들일 뿐”이라며 “노 후보의 장남이 근무하는 회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이번 대선과 관련해 어떤 공식입장도 밝힐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노 후보의 장남 건호씨는 지난해 8월 연세대 법대를 졸업한 직후 LG전자에 입사, 현재 평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19일 치러진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 대해 일본·중국·프랑스·영국·미국 등 세계 주요 언론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먼저 일본 언론들은 오후 6시 투표가 종료된 선거의 출구조사 내용을 포함한 선거관련 소식을 시시각각 주요 뉴스로 보도하는 등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교도통신은 이날 한국의 방송 3사가 출구조사 결과를 토대로 노무현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이회창 후보에 승리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고 긴급 뉴스로 타전했다. 또 NHK는 6시 뉴스에서 이번 선거는 대북 정책 문제가 최대 쟁점이었다고 전했다. NHK는 또 이날 위성방송을 통해 KBS의 개표 속보 방송을 동시통역을 곁들여 생중계했다.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대선결과는 한국의 미래정치, 경제, 남북한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이번 한국 대통령 선거가 TV토론과 인터넷 등을 통해 북한 및 미국에 대한 후보들의 정책대결을 벌인 미디어정치의 전형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이를 통해 과거 한국정치에 만연됐던 지역 및 인물 위주의 선거관행을 한꺼번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영국 BBC도 이번 선거에서 TV를 비롯해 인터넷과 휴대폰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기반시설이 후보자들의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전달하는 수단으로 크게 활약했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주한 미군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 등이 인터넷을 통해 전국에 반미주의 감정을 확산시킨 가운데 치러진 이번 선거가 한국이 미국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국민투표적 성격을 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발행되는 머큐리 뉴스는 18일자(현지시각)에서 불과 1년 전만 해도 집권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이 거의 없었던 노무현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당당하게 민주당 후보로 등장, 돌풍을 일으키며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인터넷 등 IT를 잘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해 관심을 끌었다.
카타르의 아랍어 위성방송 알자지라도 19일 저녁 뉴스프로그램에서 한국의 대통령 선거과정을 보도하고 노무현·이회창 두 후보의 대미·대북정책 등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한편 외신들은 이번에 당선된 대통령이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국정과제로 최근 악화되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를 하루빨리 정상화하고 경제를 건설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어머니, ○○ 후보 찍으셔야 해요!” “얘들아, 애비 쓰러지는 거 보기 싫으면 △△ 후보 찍어라!”
18일 밤 11시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후 3시간 동안 시내·시외전화 통화량이 평소보다 35%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KT측은 “정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선거 열기가 더욱 높아지면서 떨어져 사는 친인척에게 특정 후보를 찍으라고 권유하기 위해 전화를 많이 한 것으로 분석되며 서울 시내 통화는 워낙 양이 많아 통계는 나오지 않았으나 시외전화와 비슷한 수준에서 통화량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이동전화 통화량은 큰 변화가 없었다. SK텔레콤 측은 “이 시간대 통화량이 약 1% 상승했는데 이는 금요일 밤∼토요일 새벽과 비슷한 수준의 ‘주말효과’”라고 설명했다.
○…중앙선관위는 선거 다음날인 20일 오전 10시, 대통령 당선자가 직접 참석한 가운데 당선증 교부식을 갖기로 했다. 교부식에는 이번 대통령 선거를 공명선거로 이끌기 위해 노력한 시민단체 임원과 어려운 여건에서도 열심히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민·상인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적으로 맡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집배원·환경미화원, 소년·소녀가장들이 초청된다.
과거 대통령 선거에서는 당선자를 대신해 소속 정당의 사무총장 등이 당선증을 수령해 왔다. 그러나 이같은 관행은 모든 국민을 대신해 당선증을 전달하는 당선증 교부식의 참 의미를 퇴색시키는 바람직하지 못한 관행으로서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를 희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당선자가 직접 참석하는 가운데 전달식을 거행하기로 했다고 선관위측은 설명했다.
<대선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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