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금융소그룹의 전 계열사들이 전사적자원관리(ERP) 도입을 골자로 한 정보시스템 혁신작업에 나섰다.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대비, IT환경 개선에서 나아가 기업 전반의 구조적인 체질개선까지 겨냥한 것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이 제2금융권을 사실상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장에 대한 파급효과가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을 필두로 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삼성캐피탈 등 삼성의 금융그룹 계열사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ERP 구축작업에 속속 착수할 계획이다.
삼성생명은 이미 지난해 말 맥킨지의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SAP의 관리·재무·회계 시스템을 연내 구축키로 하는 한편 고객관계관리(CRM) 도입도 병행하고 있다. 이어 내년부터는 ERP의 일종인 전략적 기업관리(SEM) 솔루션도 구축할 계획이다.
삼성화재는 지난 9월 전사차원의 e비즈니스 추진을 위한 기본설계 작업을 마무리한데 이어, 내년 1월부터는 SEM 도입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PwC코리아의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솔루션 사업자 선정작업을 진행중이다.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상품개발에서 영업·마케팅·보상·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구조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금융시장의 장벽이 사라지고 있고, 보험료 자율화 등 업계의 경쟁환경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단순한 IT시스템 정비가 아닌 기업경영의 전면적인 변화가 목적이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삼성증권도 프라이빗뱅킹(PB) 강화를 염두에 두고 ERP를 구축중이며, 삼성카드는 현재 사업자 선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캐피탈도 내년 상반기에는 ERP 도입에 본격 착수키로 하고, 기본 계획을 수립중이다.
삼성 금융소그룹 계열사들의 이같은 행보는 시장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하라는 이건희 회장의 주문에 따른 것으로, 그룹 구조조정본부 차원에서도 직접 간여하고 있어 주목된다. 실제로 삼성 구조본은 상당수 금융 계열사들의 컨설팅을 주관했던 PwC코리아의 핵심 인력을 최근 영입하는 등 금융그룹의 e비즈니스 성공여부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작게는 IT환경 개선에서 크게는 금융지주사 설립까지 여러 가지 목적을 갖고 그룹 구조본부에서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삼성이 2금융권에서 독보적인 지위에 있는 만큼 향후 그 파급력도 클 것”으로 내다봤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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