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서비스업체들의 ‘탈(脫) 미국’ 조짐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해외 라이벌과의 압력이 거세지자 정보기술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는 미국 IT업체들이 새로운 화두, 즉 “이길 수 없으면 동참하자”는 새로운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C넷이 12일 보도했다.
IBM 등 미 IT서비스업체들은 고객들에게 보다 싸고 탄력적인 컴퓨터 서비스를 약속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인도·중국·멕시코 같은 저임금에 기술숙련도가 높은 나라의 시설과 사람이 필요하다. 미 IT서비스 업체 중 가장 최근에 ‘미국 엑소더스’를 밝힌 업체는 휴렛패드(HP)다. 지난주 금융애널리스트와의 만남에서 이 회사 앤 리버모어 서비스 부사장은 “고객들이 컨설팅과 통합 시장에서 가격 인하 압력을 높이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IT서비스의 주요 부분을 인도로 이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깜짝 발표를 했다.
HP의 서열 5위안에 드는 그는 “매우 적극적으로 서비스 관련 시설과 인력을 미국 밖으로 옮길 것”이라며 “내년 1월에 이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을 밝히겠다”고 언급했다. 이 회사는 이미 인도에 수백명의 서비스 직원을 두고 있다.
HP에 앞서 지난달에는 역시 미 대형 컴퓨터서비스업체인 일렉트로닉데이터시스템스(EDS)가 ‘베스트 쇼어’(Best Shore)라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의 골자는 전세계에 걸친 저비용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센터를 활용, 인력과 자본면에서 경쟁력을 40% 이상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EDS는 현재 첸나이(인도), 상파울루(브라질), 웰링턴(뉴질랜드) 같은 도시에 13개의 ‘베스트 쇼어’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곳에는 EDS 직원 45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세계 최대 IT서비스 기업인 IBM 역시 이미 일년전부터 EDS의 ‘베스트 쇼어’와 비슷한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최대 기업답게 IBM의 시설은 EDS보다 훨씬 많다. 인도·멕시코·아르헨티나·브라질·베네수엘라·중국 등은 물론 캐나다에도 서비스센터를 두고 있다. 이같은 미국 주요 IT서비스업체들의 ‘미국발 엑소더스’에 대해 가트너 애널리스트 프란스 카라무지스는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외국업체, 특히 인포시스와 위프로 같은 인도기업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이들 기업이 시설과 인력을 미국 밖으로 이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인도기업들은 세계 IT경기 불황으로 미국 IT서비스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는데 반면 고공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인포시스와 위프로는 최근 2개 분기 매출에서 각 26%씩이나 늘었다. 반면 EDS의 매출은 지난 3개 분기에 겨우 4% 증가에 그쳤고 또 다른 IT서비스 업체인 컴퓨터사이언스의 경우도 지난 2개 분기에 1% 이하 성장을 했다.
하지만 미국 IT서비스 시장에서 인도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는 부분은 아직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가트너는 인도업체들이 미국 IT지출의 5% 이하인 연간 60억달러 정도 취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질적으로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지난 1990년초만하더라도 인도업체들은 구형(리거시) 소프트웨어 관리 같은 저 부가가치가 일을 했지만 지금은 애플리케이션 관리 같은 고부가가치일을 당당히 맡고 있다.
가트너는 이미 포천500 기업 중 300곳 이상이 인도 IT서비스 업체들과 거래하고 있으며 오는 2004년까지 미국기업의 80% 이상이 역외 IT서비스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포레스터의 11월 보고서에서도 미 IT서비스 기업의 역외이전 증가를 증명해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밖으로 나가는 컴퓨터 관련 종사자들의 수가 지난 2000년 2만7171명에서 오는 2005년에는 47만2632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로 나가면 2015년이 되면 미국에서 총 330만명의 컴퓨터 일자리와 1360억달러에 달하는 금액이 인도·러시아, 중국, 필리핀 같은 나라로 이전될 것이라고 포레스터는 예측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컴퓨터공학 교수 놈 맷로프처럼 “프로그래밍 프로젝트는 직접 얼굴을 맞대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다수 미국기업들은 국외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아웃소싱을 원치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미국 서비스기업들의 탈 미국 바람을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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