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2002-대선 후보진영 IT정책 방향]노무현 후보 진영

◆이주헌 (한국외대 경영정보대학원 교수, 노무현후보 IT정책특보) 

 16대 대통령 선거전이 제법 뜨겁다. 양강대결로 좁혀진 이번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는 ‘정권교체’를, 노무현 후보는 ‘세대교체’를 외치고 있다. 이도저도 아니오, ‘시대교체’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두 후보의 다른 구호를 들을 때마다 IT전문가의 입장에서 정보시대의 걱정거리가 된 ‘디지털 격차’가 생각난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50대 이상 유권자들의 지지율이 높은 이 후보와, 20∼30대 네티즌들이 열렬히 지지하는 노 후보는 분명 차이가 있다. 인터넷 선거를 강조하는 노 후보와, 노트북조차 어색한 이 후보 간의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로 느껴진다. 두 후보가 주장하는 교체의 대상이 다른 점이 자연스레 이해되는 구석이다.

 물론 컴퓨터를 잘 쓰고 못 쓰고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물며 국가경영에 바쁠 대통령이 인터넷 클릭으로 하루를 시작할 필요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두 후보가 공통으로 내세우듯이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DJ정부의 IT인프라를 토대로 IT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우수인력을 양성하며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실용적 전자정부를 구현해 강력한 IT강국을 건설하는 것이 새 대통령의 임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아니다.

 지금 세상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동서를 건너뛰고 주야를 초월해 광속으로 움직이는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다. 전자상거래와 전자결제는 기업활동의 기본이 됐다. 인터넷을 모르는 경영자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IT는 더 이상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오, 오늘을 살기 위한 생존도구가 됐는데 대통령이라고 해서 그렇게 방관하는 자세로 IT를 다룰 때는 이미 아니기 때문이다.

 디지털 경영을 위한 성공요인으로 전문가들은 흔히 최고경영자(CEO)의 철학, 경영혁신(BPR)에 대한 의지, 정보화전략계획(ISP) 그리고 유능한 최고정보책임자(CIO)의 역할을 꼽는다. 나아가 새 시대의 CEO는 디지털 마인드로 경영하고 솔선수범할 줄 아는 eCEO여야 한다고 한다. 낡은 환경과 구습을 타파하지 않으면 결국은 타의에 의해 파괴된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IT는 더 이상 기술이 아니라 신문명이다. 21세기의 국가 CEO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디지털 마인드가 없는 대통령이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두 후보의 디지털 격차 때문인지 그들의 IT비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선 이 후보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IT산업, IT로 재도약하는 전통산업, IT산업이 고소득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 정보화의 혜택을 골고루 향유하는 복지사회, 생산적이고 투명한 부패없는 전자정부를 제시했다. 반면에 노 후보는 IT로 튼튼하고 잘 살고 따뜻하고 당당한 나라를 표방하면서 이 틀 안에서 튼튼한 정보화 기반의 지식강국, IT로 경제적 번영을 누리는 산업국가, 국민 모두가 정보화를 누리는 복지국가, 세계를 선도하는 IT강국을 4대 비전으로 삼았다. 즉 이 후보는 현실을, 노 후보는 미래를 보고 있음이 비전의 차이라 할 것이다.

 나는 노 후보를 위한 산·학·연 30인의 IT정책팀을 이끌던 연초부터 그의 국가경영철학을 IT정책에 담도록 노력했다. 노 후보 역시 함께 토론을 할 때마다 강력한 정보화 추진체계,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시대의 꿈, 투명한 전자상거래, 정부의 과감한 정보공개와 데이터베이스화, 기술표준의 중요성, 방송과 통신의 구분이 사라지는 미래, 벤처에 대한 공정한 평가, 일자리 창출, 깨끗한 사이버 세상 등의 중요성을 강력하게 전달하곤 했다. 이에 IT4KOREA.ORG 사이트를 통해 500여명 사이버 회원들의 의견을 청취, 노 후보의 철학을 검증하고 보완한 결과는 결국 200여쪽의 책자로 준비됐으며, 이 책자가 노 후보의 비전을 담은 정책집이라는 점에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

 노 후보는 IT정견발표에서 IT를 모르는 사람은 장관으로 임명하지 않겠다는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또한 청와대에 정보화 수석(국가 CIO)을 두겠다고 약속했다. 그만큼 IT에 대한 신뢰를 대변한 말임은 물론 노 후보 스스로 IT와 함께 살아오면서 IT만이 우리나라를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도약시킬 수 있다는 소신이 확고한 까닭이라고 믿는다.

 자신이 바라는 개혁은 대한민국 BPR라고 선언한 노무현! “넷(net) 밖의 남자 창은 창(昌) 밖의 세상 인터넷을 알라”고 지적받기도 한 이 후보와 비교해 가히 새 시대를 이끌 ‘디지털 대통령’이라고 자임할만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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