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삼성의 한계

 ◆서현진 E비즈니스 부장  

 기업정보화는 e비즈니스화라는 의미로도 통한다. 새삼스럽지만 e비즈니스는 비즈니스를 전자적으로 수행한다는 뜻이다. 또 전자적으로 수행토록 하는 과정이 정보화다. 기업정보화의 대상으로는 B2B 같은 기업간 거래체계, 본사·고객·협력사간 업무협업체계, 경영정보관리체계, 고객·공급·개발관리관리체계 등이 포함된다. 그 단계나 수준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e비즈니스는 이런 체계들이 상호운용될 수 있는 통합환경에서만 온전하게 구현될 수 있다. 기존의 전산화나 정보화 속에 잠복해 있던 e비즈니스 개념을 산업의 핵심이슈로 부각시킨 것은 인터넷의 확대보급이다.

 e비즈니스를 구현해주는 정보화 수단들로는 전사적자원관리(ERP)·공급망관리(SCM)·고객관계관리(CRM) 등 이른바 솔루션 3총사가 있다. 물론 제품정보관리(PDM)·공급자관계관리(SRM)·콘텐츠관리(CMS)·기업간거래통합(B2Bi)과 같은 것들도 있다. 웹사이트나 네트워크와 같은 인프라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국내외를 넘나드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염두에 둔다면 해외지사·현지법인·협력사와 같은 거점에도 본사와 원활한 네트워크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

 근래들어 e비즈니스 체계가 가장 잘 구현돼 있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가 삼성전자다. 삼성은 지난 5년간 각종 정보화 수단을 구축하는 데 일반 기업으로서는 엄두조차 내기 힘들었던 1조6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효과가 객관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삼성은 벌써 이런 결과로 투자대비 5.5배인 약 7조원의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이런 자랑거리 가운데서도 삼성이 가장 드러내고 싶어하는 부문이 바로 전세계에 거미줄처럼 쳐놓은 e비즈니스 네트워크 인프라다. 삼성은 ERP 환경에서 국내 27개, 해외 60개 등 모두 87개나 되는 글로벌 거점을 하나로 연결해 놓고 있다고 한다. SCM환경에서도 5대양 6대주에 걸쳐 30여개 거점이 일관되게 엮어지고 웹사이트는 세계 각국에서 47개가 운영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삼성은 이런 방대한 체계를 두고 아직 견줄 만한 기업이 국내에 없고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고 강조한다. 이 대목에서는 전문가들도 대체적으로 수긍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e비즈니스는 이렇게 최고의 인프라를 갖췄다고 해서 결과까지 최고로 구현해주는 것은 아닐 터이다. 문제는 삼성은 최고의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거래상대방은 그 체계가 달라 삼성의 수준을 쫒아오지 못할 경우이다. e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그 대상이 개인이든 기업이든 상호간 체계와 절차와 수준에 대한 호환성을 근거로 이뤄진다. 삼성 관계자도 이점에 두고 거래상대방이 삼성의 수준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e비즈니스의 꽃인 B2B 분야를 확대하고 싶어도 한계가 있다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e비즈니스 체계가 호응해주거나 따라와줄 거래파트너가 없어 애를 먹는 것은 아이러니다. 제일주의에 자부심을 가져왔던 삼성전자에 닥친 이러한 한계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는 e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이제 자기만을 최고로 끌어올려 ‘고립’을 자초하는 식의 전략은 오히려 경쟁력을 무디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삼성의 아이러니는 관련업계나 주변의 e비즈니스 환경개선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 이를테면 고객·제휴사·협력사 등에 대한 e전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을 웅변해주는 대목이다. e비즈니스시대의 진정한 일류기업은 e비즈니스 환경을 선도할 수 있는 기업 리더십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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