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중소기업 IT화 지원대책 자금이 중복 투자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9일 관련기관에 따르면 산업자원부가 최근 중소기업 IT화 지원을 위한 업종별 ERP템플릿 사업과 3만개 중소기업 IT화 사업에 신청한 중소기업의 중복투자 여부를 점검한 결과, 4개 중소기업이 중복투자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ERP템플릿사업에 참여하는 3개의 중소기업이 현재 중소기업 IT화 사업에도 신청해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는 이 사업의 중복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있는 한국산업기술평가원과 중소기업진흥공단 측을 경고한데 이어, 4개 기업에 대해 이미 투자한 중소기업 IT화 지원자금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또 아직 지원여부가 결정나지 않은 3개 기업의 중소기업 IT화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고 철회할 예정이다.
◇사건의 배경=전사적자원관리(ERP) 템플릿사업의 컨소시엄에 참여한 특정 기업이 3만개 중소기업 IT화사업에도 신청해 투자를 받게 된 데서부터 비롯됐다. 구체적으로는 정부의 여러 지원사업들이 연말에 몰려있어 일단 ‘지원하고 보자’는 기업들의 안일한 판단과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관계기관의 소홀함에서 비롯된 합작품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A사의 경우, ERP템플릿 개발사업계획서는 11월 초, 중소기업 IT화 지원신청서는 이로부터 4일 후에 각각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업의 선정 통지일은 중소기업 IT화사업이 ERP템플릿사업보다 5일 빠르게 돼 있다.
◇문제점=주관기관의 실수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전체적인 B2B 로드맵이 없기 때문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있다. 전체적인 틀 속에서 개별사업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사안의 필요성에 따라 급조되는 사업이 있다보니 총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이번의 경우처럼 하나의 큰 틀속에 진행하는 사업임에도 철저한 검증이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설명이다. 이는 당장 대상 기업의 수를 늘리는 데만 급급했던 정책시행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을 가져올 만하다.
이번 사건은 또 ERP 등 정보화솔루션을 공급하는 IT업체들의 조급한 행위도 도마 위에 오르는 계기가 됐다. 이미 정부의 여러 지원사업에서 지적됐다시피 정보화 대상 기업들을 앞세워 무조건 신청하고보자는 도덕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번에 적발된 4개 기업에 관련된 IT업체는 소프트파워, 창해소프트서비스, 한국비즈넷, 캐드앤소프트 등이다.
◇어떻게 되나=산자부 측은 “지난해 ERP템플릿 사업결과가 통보된 만큼 추후 중복여부를 점검해야 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측이 이를 시행하지 않아 이번 일이 발생했다”며 “중복된 지원자금을 연내에 회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진흥공단측은 “ERP템플릿 사업이 무상보급사업이란 점에서 중복여부를 점검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며 “개발비와 지원비란 점에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지만 내부적인 명분과 오해의 소지가 있어 투자금액을 반납받기로 결정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산자부가 지원자금 회수를 강행할 경우 해당 중소기업보다는 관련 IT업체가 반환책임을 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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