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3.06㎓ CPU `찬밥신세`

 인텔이 지난달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구현할시 성능을 크게 높였다는 하이퍼스레딩(HT)기술을 적용, 야심차게 내놓은 3.06㎓ CPU가 PC업체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현재까지 이 CPU를 탑재한 PC를 출시한 업체는 델컴퓨터코리아 외에는 전무하며 국내 대기업들은 아예 이 CPU를 탑재하지 않으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노트북과 맞먹는 가격=새 CPU가 출시될 경우 보통 한 달 정도의 시차를 두고 이를 적용한 PC를 선보여왔던 국내외 업체들이 이 제품을 외면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가격이다. 비교적 가격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델컴퓨터코리아의 3.06㎓ CPU와 256MB DDR램, 20Gb 하드드라이브가 장착된 초슬림PC(모델명 SX260) 본체 판매가격은 196만원이며 이와 동일한 스펙의 슬림PC(모델명 GX260)는 본체가격만 210만원이다. 현재 판매되는 주력 데스크톱PC 가격인 100만∼110만원대의 두 배에 해당하며 주력 노트북PC의 가격대와 맞먹는다.

 HDD나 광저장장치 사양이 비교적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가격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3.06㎓ CPU 가격이 637달러(76만원)로 비싼 데다 주기판도 최고급 주기판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데스크톱PC 가격대는 100만원 안팎”이라며 “사실상 소비자가 구매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고 밝혔다.

 △번거로운 HT인증과정 및 업그레이드 불가=중견기업들은 이번 CPU부터 HT인증을 받을 것을 요구하는 인텔의 요구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인텔은 HT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CPU뿐만 아니라 주기판·운용체계·바이오스 등이 모두 HT를 만족해야 하기 때문에 HT인증은 필수적이라고 PC업체들에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인력이 부족한 중견기업들은 새롭게 생긴 이같은 인증과정에 대해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와 달리 대기업들은 3.06㎓ CPU가 과도기 제품이라는 판단 때문에 채용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3.06㎓ CPU는 FSB 속도가 533㎒이지만 향후 HT CPU에서는 FSB 속도가 800㎒로 업그레이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3.06㎓ CPU를 탑재한 PC를 구매했던 고객은 인텔의 방침에 따라 향후 업그레이드시 CPU뿐만 아니라 주기판까지 교체해야 한다”며 “이 제품을 출시할 경우 소비자가 제품을 업그레이드할 때 불이익을 당해 그 비난이 PC업체로 쏟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제품 기획팀의 또다른 관계자는 “인텔이 당초 667㎒ FSB를 채용하려 했다가 이를 800㎒로 교체했으며 HT CPU도 내년에는 2.4㎓ CPU에도 적용되는 등 CPU 정책이 예전과 같지 않게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라며 “안정될 때까지는 당분간 지켜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텔코리아측은 “HT CPU가 초기에는 소비자에게 익숙지 않은 데다 가격이 높아 실제 판매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HT CPU가 기존 CPU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보이는 만큼 내년 상반기에는 주력 제품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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