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신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연구위원, jssong@keris.or.kr
국내 최고 수준인 A대학교의 2001년도 외부지원 연구비 총액은 얼마일까. 또 2001년도에 A대학교에서 구매한 PC는 총 몇 대일까. 정답은 ‘알 수 없다’이다. 그러면 이 대학교에 행정정보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다는 것인가. 물론 오래전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축해 놓았다. 외부에서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학 정보화의 현실이 국내 최고 대학의 현재 상황이다.
이것은 비단 이 대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이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은 대학 구성원들의 자질이나 의식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너무나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의 진보를 시스템으로 적기에 갱신하지 않은 데 있다.
이 대학교의 현 행정정보시스템은 98년도에 국내 굴지의 SI 업체에서 개발한 것으로 입시·연구·물품·학사 등의 시스템을 한 업체가 개발했으나 BPR 없이 현행 업무를 그대로 전환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정보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부처별로 필요한 모듈만을 패치하다보니 이제는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A국립대학교의 학사 행정업무는 지방의 B국립대학교나 C국립대학교의 업무와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캘리포니아주 23개 주립대학들은 하나의 행정정보시스템을 사용한다. 각 대학에는 행정정보시스템을 관리 운영하는 별도의 조직이 없으며 중앙센터에서 일괄적으로 운영한다. 중앙센터는 하나의 대학에서 이에 대한 기능을 부여받고 있다. 일본도 도쿄대를 포함한 80%의 국립대학이 단일표준 행정시스템을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모든 대학이 별도로 구축해 운영함으로써 예산·인력·운영에 많은 비용 요소가 발생하고 있다.
대학의 정보화에는 3가지 요소가 있을 수 있다. 행정정보화, 연구정보화, 교수-학습정보화가 그것이다. 그중 행정정보화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로 시급히 개선하지 않으면 대학의 경쟁력 제고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교육시장 개방으로 이미 외국의 대학들이 선진시스템으로 무장하고 우리의 문 앞을 위협하고 있다. 대학 정보화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대학 행정정보화를 위한 관계부처와 대학의 정보처장들로 구성된 대학정보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여기에서 대학간 협조 및 공동 추진, 공유 등에 대한 기본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대학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예산 및 정보화 전문인력 부족 등에 대한 문제점은 공동추진으로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대학의 정보화시스템에 대한 표준화된 그림을 그려야 한다. 대학 정보시스템은 3가지 방법으로 개발될 수 있다. 독자개발, 세계표준시스템의 구매, 한국표준의 공동개발 등이 그것이다. 독자개발은 지금까지 추진해 온 방식이다. 모 대학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약 7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업그레이드 불가 및 유지보수 비용 과다로 시스템 존속에 한계를 안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학간 결연을 통해 표준행정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표준에 근거한 우리만의 한국표준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의 행정 프로세스도 세계 표준에 맞춰야 한다. 우리나라는 모든 국립대학교가 교육인적자원부 소관으로 돼 있기 때문에 행정업무의 일부 표준화는 가능할 것이다. 여기에는 대학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셋째, 이러한 일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관계부처의 기능 부여가 필요하다. 중앙정부의 기능을 아직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어디에선가 강력한 주도력을 갖고 추진해야 사업의 성공을 담보할 수가 있다. 또한 이를 실제로 운영하고 지원하기 위한 정부 산하 비영리 기관에 별도의 기능이 부여돼야 한다.
넷째, 대학 회계의 투명성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행정정보화는 기본적으로 정보 공개를 포함한다. 다행히 2003년도 예산에 대학 회계의 흐름을 모니터링 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 예산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회계의 투명성은 대학의 재정적 위기를 미연에 방지함은 물론 구성원간의 갈등을 없앰으로써 대학의 경쟁력 제고에 큰 효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대학 정보화는 대학내 모든 정보가 투명해지고 부서별 정보독점이 사라지며 현장의 의사결정권이 확대됨에 따라 자율성이 확대돼 선진국 수준의 대학 문화가 창달됨으로써 연구력 향상으로 이어져 대학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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