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2002 IT·과학기술 대선공약 점검]방송·통신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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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각각 부산·김해공항에서 기자회견과 방송토론에 앞선 리허설을 갖는 등 대선레이스에 분주했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방송·통신정책은 차별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 후보는 방송과 통신분야에서는 대부분 현 정부의 정책을 유지·고수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시대변화에 따라 △방송광고의 경쟁체제 구축 △방송과 통신 융합에 따른 법제도 정비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현 정부가 통신에 기반을 둔 신산업성장정책을 추구해온 반면 두 후보는 이미 구분이 애매해진 방송과 통신을 양대축으로 해 신산업분야에 대한 강력한 성장드라이브 정책을 펼치려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후보는 △디지털TV 방송방식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따른 정책기조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은 채 피해가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 후보 방송정책 입장선회=방송정책에 관한 한 이회창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기존 노선과 상당히 달라진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 후보는 방송분야의 경쟁체제 도입에서는 기존 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면서도 지상파방송의 민영화, 방송시장 개방 등에 대해서는 180도 입장선회를 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 KBS2·MBC의 민영화를 주장해왔으나 이번 대선에는 두 방송사의 독립성·공영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방송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이번에는 이를 재고하겠다는 공약으로 바뀌었다. 이 후보의 이같은 자세변화로 방송정책에 관한 한 노 후보와 차별성이 거의 없어졌다.

 ◇노 후보 방송정책 입장고수=노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도 방송에 관한 기존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노 후보는 방송광고공사 폐지로 방송광고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되 방송시장 개방에는 절대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공약에 담았다. 또한 KBS2·MBC 등 지상파방송사의 민영화를 반대하고 대신 공영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에도 변화가 없다. 노 후보는 방송광고시장은 경쟁체제로 전환하는 시장위주의 정책을 펼치겠지만 방송사의 상업화는 문제가 많아 반대한다는 생각이다.

 ◇설득력 부족=그러나 이 후보는 방송민영화와 방송시장 개방과 같은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에 대해 왜 갑자기 입장을 바꾸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그 배경에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이 후보의 KBS2·MBC 민영화 주장은 두 방송사에 대한 정부의 입김을 배제하려는 데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사사건건 여당(민주당)의 민영화반대·공영성강화 정책과 맞부딪혔으며 방송관계자나 단체들로부터도 많은 반발을 사왔다. 이 후보는 마찰을 빚어온 방송민영화에 대한 입장재고 공약은 이같은 반발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별다른 설명이 없다.

 특히 이 후보의 입장선회로 차별성이 없어진 두 후보의 정책에도 일관성 문제가 제기된다.

 방송광고시장의 경쟁체제 도입과 방송사들의 공영성 제고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의도다. 말썽의 소지가 많은 방송광고공사의 독점을 허물겠다는 것은 충분히 납득이 가지만 광고시장의 경쟁체제 도입은 방송의 상업화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두 후보는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나 설명없이 모두 공영성을 제고하겠다는 방침만 밝히고 있다.

 ◇디지털TV 방송방식 피해가기=두 후보는 뜨거운 감자인 디지털TV 방송방식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지상파TV 등 방송의 디지털전환 사업을 지원하겠다고만 약속하고 있을 뿐이다. 역대 정부는 디지털TV방송 방식과 관련해 미국식 HDTV방식 채택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일각에선 유럽식 디지털TV 방송방식 채택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최근에는 미국방식이 유럽방식보다 이동수신에 불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생각이나 언급이 전혀 없다. 더욱이 기존 정책을 고수한다는 분명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방송방식 문제는 방송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TV 제조업체 등 산업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기존 정책을 고수할 것인지 변경할 것인지에 따라 큰 변화가 예상된다.

 ◇통신정책=통신정책에서 두 후보가 공통적으로 내세운 것은 지속적인 요금인하. 소비자단체들이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는 요금인하 문제를 똑같이 언급했다. 요금인하를 통해 국민편의를 증진시키겠다는 명분과 더불어 국민의 한 표를 의식하고 있는 대목이다.

이 후보는 통신서비스 요금의 지속적인 인하와 함께 유효경쟁체제 구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후보가 밝힌 시장지배력 남용억제와 유효경쟁체제 구축은 그동안 정통부가 추진해온 비대칭 규제정책을 염두에 둔 공약이라는 게 한나라당측 얘기다. 기존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쪽에 가깝다.

 그러나 노 후보는 이에 관해 전혀 언급이 없다. 노 후보는 유효경쟁체제에 대한 언급 대신 통화품질 향상과 이용요금의 지속적 인하를 내세우고 있다. 통화품질 향상은 독과점하에서는 이루어지기 힘든 점이 있어 통신시장의 경쟁체제를 적극 유도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통합되나=방송과 통신의 융합화가 가속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 두 후보는 방송과 통신정책의 정비를 약속하고 있다. 이 후보는 방송·통신·인터넷의 융합 등 변화되는 미디어 환경에 맞추어 관련 법률제도 정비를, 노 후보는 방송통신위 설립을 각각 밝혔다. 이 후보는 전체적인 방향성을, 노 후보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차이점은 있으나 더이상 방송과 통신을 별도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에서는 동일하다.

 이에 따라 방송과 통신정책은 차기 정부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현 정부까지는 방송정책은 미디어 공영성에, 통신정책은 독과점 규제에 각각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방송과 통신정책이 융합될 경우 두 분야 모두에 미디어의 공영성과 독과점 규제가 동시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과 통신정책의 통합에 관한 한 총론에서는 모두 인정하고 수긍하고 있지만 각론에 들어갈 경우 방송사·통신사업자·인터넷미디어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앞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대선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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