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업은행 설립 `암중모색`

 인터넷전업은행 설립이 금융권에서 암중 모색되고 있다. 인터넷전업은행은 당초 지난해 SK·롯데·코오롱 등 20개 비은행권 유력기업들이 설립주체로 브이뱅크컨설팅을 세우면서 불씨가 지펴졌다. 그러나 현행법상 재벌계 산업자본의 은행진입이 막혀 있는 데다 해외 합작파트너 물색에 난항을 겪으면서 인터넷전업은행의 관심사가 은행권으로 넘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본지 9월 23일자 8면 참조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인 e신한(대표 김성윤 http://www.emoden.com)은 내년도 사업계획의 하나로 인터넷전업은행 설립을 검토중이다. 당초 자회사의 설립목표 가운데 하나인 데다 사업개시 3년째를 맞으면서 온라인 금융시장의 선도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김성윤 사장은 “최근 월간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하는 등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구축했다”면서 “다만 현재 금융포털 중심의 사업구조로는 온라인 금융시장을 창출할 새로운 촉매제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정보서비스에 치중한 사업모델을 ‘거래’ 중심의 수익구조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내년 경기 등 불투명한 주변여건 탓에 내년 중 인터넷전업은행 설립 여부는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최근 실무진을 일본 현지에 파견, 인터넷전업은행의 사례연구에 착수했다. 소니뱅크나 편의점을 활용한 현지의 인터넷 전업은행 사례를 통해 사업타당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업은행 설립여부까지 거론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면서 “그러나 은행의 최대 자산인 지불결제서비스를 신규 수종사업으로 육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각적인 방안을 연구중”이라고 전했다.

 이는 인터넷·전화·자동화기기 등 각종 채널로 고객접점과 지불결제서비스를 통합, 부가가치형 사업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으로 인터넷전업은행이 고려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처럼 업종의 주인인 은행권이 점차 관심을 확대해가고 있는 반면 브이뱅크컨설팅(대표 이형승)의 인터넷전업은행 설립 계획은 내년에도 불투명해 보인다. 닷컴 경기가 살아나 해외 금융기관의 합작이 이뤄지지 않는 한, 지난 수십년간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을 막아 온 은행법의 기본 틀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을 제외한 금융권의 설립 행보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예대마진에 의존하고 있는 전통적인 은행과 마찰이 불가피한 데다, 설립 자본금 규모도 최소 지방은행(250억원) 수준은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가장 큰 고민은 인터넷 전업은행의 성공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누군가 먼저 나서 온라인 금융시장의 활로를 보여준다면 금융권 전반의 뜨거운 관심사로 급부상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