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도메인이름에 대한 선등록자와 상표권자간의 소유권 분쟁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도메인이름분쟁해결정책(UDRP:Uniform Domain Name Dispute Resolution Policy)’이 법률적 소송의 대안으로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일반 최상위 도메인의 경우 현재까지 4000개 이상의 사건(도메인수는 8000여개)이 국제지적재산권기구(WIPO) 등을 통해 UDRP방식으로 해결됐고 국내에서도 ‘도메인이름분쟁조정위원회(DDRC·위원장 장문철 http://www.ddrc.or.kr)’가 이 방식을 통해 31건(신청건수 48건)을 해결했을 정도다. 여전히 법률소송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소송후에도 UDRP 방식에 의거한 재조정을 신청하는 사례까지 생길 정도로 도메인 분쟁 해결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UDRP란=UDRP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가 닷컴, 닷넷, 닷오르그 등 일반 최상위 도메인(gTLD) 관련 분쟁해결기관으로 지정한 WIPO와 전미중재원(NAF) 등을 통해 지난 99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도메인분쟁해결방식이다.
한국·일본·중국·미국·영국 등 30개 국가에서도 내국인이 등록한 국가도메인과 관련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분쟁해결기관을 구성 운영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지난 1월 법학과 교수, 변호사, 변리사 등 국내 지적재산권 전문가 12명을 주축으로 DDRC를 구성·운영하고 있다.
장문철 위원장은 “UDRP는 일반 법률소송에 비해 조정인들의 전문성이 높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각광받고 있다”며 “특히 지적재산권과 도메인이름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조정인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도 국내 법정소송시 변호사 비용만 1000만원을 호가하는 데 반해 국내 분쟁해결기관 이용시 조정인수에 따라 최대 176만원이면 분쟁해결이 가능하다. 또 법정소송시 3심까지 최소 2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지만 국내 분쟁해결기관을 통하면 신청서 접수 및 입금 확인, 피신청인 답변서 요청 및 접수, 조정부 구성, 심리, 조정결정, 이의제기 및 조정결정 확정 등까지 모든 절차가 완료되는데 길어야 3개월 내에 해결이 가능하다.
◇정책적 보완 필요=그러나 일부에서는 WIPO와 NAF가 상표권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정을 마구 쏟아냄으로써 분쟁해결기관의 중립성을 손상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분쟁해결기관 운영에 대한 정책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WIPO와 NAF 결정사례에 대한 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80% 이상이 상표권자에게 유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세계적인 도메인분쟁정책 전문가인 캐나다 오타와대의 마이클 가이스트(Michael Geist)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열린 한 국제세미나에서 “UDRP는 도메인이름이 악의적인 목적으로 등록돼 기존 상표와 동일하거나 혼동을 야기할 경우에만 이용할 수 있다는 요건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상표권자의 손을 들어주는 일부 분쟁해결기관에 의해 혼탁해지고 있다”며 “타인의 상표와 아무런 관련없이 도메인을 등록한 사람들조차 피해를 입는 사례가 없도록 분쟁해결기관의 조정인수 및 배정방법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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