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벤처지원 포럼]벤처정책 진단과 차기정부의 정책 방안

 최근 벤처생태계의 심각한 침체상황은 코스닥 급팽창과 함께 나타난 과도한 거품현상의 후유증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투자과잉과 시장위축으로 인해 경쟁강도가 높아지다보니 성장성과 수익성이 나빠졌고, 이는 결과적으로 기업가치의 급락현상을 가져왔다. 분식회계·주가조작 등 벤처관련 비리들이 언론과 검찰에 의해 집중적으로 다뤄지자 벤처기업과 코스닥 시장에 대한 불신이 증폭됐고 투자자들마저 외면하는 상황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정직과 신뢰에 의한 경제질서가 정착되지 못한 현실에서 벤처의 부정적인 측면이 일시에 돌출된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현상적으로 나타난 부정적인 면에 대한 과도한 비판보다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효과적인 처방을 제시해야 할 때다.

 수요측면에서 정부구매시장과 해외시장이 확대돼야 한다. 정부는 전자정부 프로젝트, 국방산업 등에서 벤처기업의 시장을 늘릴 필요가 있다. 일방적으로 벤처를 위해서라기보다 서로가 이득이 되는 윈윈 방식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현재 설립된 해외지원센터의 효과적인 운영과 컨소시엄 형태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

 대기업의 벤처투자도 확대돼야 한다. 그간 대기업의 벤처투자에 대해서 다소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이는 세계적인 추세로서 우리나라에서도 보다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은 벤처투자에 대한 단기적 접근을 지양하고 미래 신산업 개발의 옵션획득을 위한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한다. 상호간에 눈높이를 조정해 실질적인 제휴협력과 투자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코스닥에 기등록된 기업이나 등록을 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경영투명성을 높여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현재 지나치게 고평가되는 경향이 있는 공모가의 거품이 제거돼야 한다. 작전세력에 대해서는 법에 의거해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우리사회에 내재한 정보의 불투명성, 절차의 불공정성, 거대한 규모의 지하경제, 경제에 대한 정치권력의 과도한 개입, 정직성과 성실성이 결여된 경제주체들의 행태가 변화해야 한다. 벤처기업은 투명성과 윤리성에 기반한 경영모델을 정착시키고, 기술과 마케팅 역량의 강화 및 지속적 경영혁신 활동을 통한 수익력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벤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가운데 여러 가지 부작용도 경험했지만 적기에 세계경제의 새로운 흐름을 타는 데 성공했다. 현재 일시적으로 위축되고 있지만 과학기술 전문인력과 여성·청년 등의 창업 활성화가 지속돼 사회발전의 핵심동인으로 기능해야 한다.

 이밖에 벤처는 첨단기술 및 신기술 기반 산업발전의 선구자로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지금도 전국의 곳곳에서 열정을 바쳐 일하는 수많은 벤처기업가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기 위해서도 벤처생태계의 건전성과 역동성이 시급히 회복해야 한다. <한정화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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