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를 압도한 국산 애니메이션마저도 펀딩에 실패했다.
지난해 ‘포켓몬스터’ ‘디지몬어드벤쳐’ 등 내로라하는 일본 애니메이션들을 제치고 당당히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한국 애니메이션의 자존심을 지켰던 토종 TV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이 제작사인 새한동화의 추가펀딩 실패로 후속시리즈 26편의 제작이 사실상 중단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제작사인 새한동화는 당초 처음 방영분 13편에 이어서 추가로 26편을 제작해 총 39편을 만들 예정이었으며 후속분에 대해서는 이미 시나리오 등 프리프로덕션 작업을 어느 정도 마무리 한 상태다.
올들어 창투사 등 투자업계에서는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의 수익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왔지만 검정고무신의 경우 이미 검증된 작품이기 때문에 업계는 충분히 자금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이 작품은 전체 제작비의 50% 가량을 공동제작사인 KBS에서 지원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제작비 15억여원을 확보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세한동화는 추가 26편에 대한 제작비로 26억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작품의 감독인 새한동화의 송정률 사장은 “처음 방영당시 시청률이 기대 이상으로 높게 나와 추가 제작분에 대한 자금 확보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았으나 투자자들이 경기침체 속에서 자금을 대는 데 꺼리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송 사장은 “시나리오 등 기본적인 포스트작업이 거의 마무리 상태에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자금이 확보된다면 제작에 들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업계는 ‘검정고무신’과 같은 한국적 정서의 애니메이션작품이 제작비 확보가 안된다는 데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애니메이션 등 문화콘텐츠를 차세대 중점사업으로 정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소위 돈이 되는 작품만을 지원하는 등 너무 상업적으로 흐르고 있다”며 “‘검정고무신’과 같은 한국적 작품이 상업성이 떨어질수도있지만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정고무신’은 새한동화가 KBS와 공동으로 기획해 13편을 제작해 2000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KBS를 통해 방영했으며, 지난 8월부터 이달말까지 재방송이 되고 있는 작품.
검정고무신은 처음 방영 당시 가구시청률 16% 내외로 TV애니메이션 전체 1위를 기록하며 국내 애니메이션 창작 열기에 불을 댕겼던 대표적인 작품가운데 하나. 현재 재방송 시청률도 10%에 육박하고 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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