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가전유통시장을 가다]폴란드·헝가리

사진; 러시아 가전유통의 30∼40%를 차지하는 모스크바는 최근 1∼2년 사이 서유럽 유통시장의 진출과 함께 급속한 가전유통시장의 확대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양대 국내전자업체가 이 틈새에서 러시아유통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모스크바시 중심에서 자동차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보이콥스카야 거리의 대표적 전자양판점인 M비디오숍과 모스크바 외곽 레닌그라드스코거리에 위치한 대형 할인점 메트로의 모습이다.

 폴란드와 헝가리는 동유럽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전략거점이다. 인구 3000만의 폴란드는 서구와 북동구, 러시아를 잇는 요충지이자 동구 최대시장을 자랑한다. 헝가리는 인구 1000만으로 시장규모에서는 폴란드보다 작지만 서구와 남동구의 교통요지일뿐 아니라 도로, 통신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동구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곳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활약은 눈부시다. 양사는 각각 폴란드와 헝가리에 현지공장을 건설하고 현지 제품 공급기지로 삼고 있는 등 EU 가입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폴란드=폴란드 바르샤바 외곽에 위치한 미디어막이라는 대형 전자양판점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이 즐비하게 전시돼 있다. 미디어막은 독일계 유통업체로 폴란드에만 20여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이 시장에서는 매우 막강한 영향력을 지녔다.

 가로 30m, 세로 20m 정도의 매장에 들어서자 수백, 수천가지 전자제품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다.

 1층에는 주로 소품이, 2층에는 TV와 모니터 등 AV제품이 자리잡고 있는 이 매장에는 특정사 제품만을 별도로 모아놓은 아일랜드디스플레이와 벽면에 일렬로 세워놓은 월디스플레이를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는 일하는 보람과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뿌듯하게 느낍니다. 유력 유통업체 사장들은 물론 소니법인장까지 우리를 만나려고 야단입니다. 미주나 서유럽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일이지요.”

 김진안 삼성전자 폴란드법인장은 폴란드에서 한국 브랜드, 특히 삼성브랜드가 얼마나 막강한 위력을 지녔는지 실감하고 있다고 말한다.

 폴란드 시장에서는 삼성과 LG가 AV제품과 모니터를 중심으로 가전과 정보제품의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고 있다. 소니, 필립스, 톰슨, 마쓰시타 등 내로라하는 업체들도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 “최근에는 휴대폰도 급신장되고 있습니다. 폴란드법인의 매출은 가전, 정보, 휴대폰이 각각 33%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년전까지만 하더라도 휴대폰 판매는 매우 미미했지만 지금은 주력 품목으로 부상했습니다.”

 김 법인장은 내년에는 200만달러를 투입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내버스나 주요지역에 대형 입간판을 설치해 삼성 브랜드를 확고부동한 최고 브랜드로 자리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폴란드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입니다. 서유럽과 발틱 3국 및 러시아를 잇는 요충지입니다. 내년엔 EU 가입도 예정돼 있습니다. 동구 최대시장이라는 점 말고도 폴란드시장의 선점은 유럽시장전략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헝가리=부다페스트에서 동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평원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를 한시간 정도 달리다 보면 익숙한 글자의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삼성일렉트로닉스 헝가리안이라고 씌어진 아담하지만 깨끗한 건물이다. 이곳에는 1280여명의 헝가리인들이 삼성전자의 TV, VCR를 만들어내고 있다. 공장 한켠에는 100대의 자동화된 자삽기가 소란한 소리를 내며 쉼없이 돌아가고 있다.

 “이곳은 헝가리뿐 아니라 동구, 서구, 러시아에까지 TV를 공급하는 생산거점입니다. 내년에 헝가리가 동구권 최초로 EU에 가입할 예정에 있는 만큼 전략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곳이지요.”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동구와 러시아시장 주력품목인 28인치, 29인치, 32인치 평면TV 등 대형제품까지 생산하고 있으며 14인치 등 소형제품은 아웃소싱할 정도로 막강한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 공장은 매년 30%의 성장을 거듭해와 지난 96년 23만대, 6800만달러이던 규모가 올해에는 300만대, 5억6000만달러(62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이곳에서는 거대한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북쪽에 인접한 슬로바키아에 모니터공장을 신설, 동구권의 EU 가입에 대응해 현지 생산거점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현재 삼성전자 외에도 삼성SDI와 삼성전기도 이곳에 진출, 반경 100㎞내 인접한 지역에 공장을 갖추고 부품에서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일괄 생산체제를 구축, 헝가리인들의 자랑이 되고 있다.

 “헝가리는 자동차 등 해외업체들이 대거 진출해있지만 삼성전자가 매출액 27위, 수출액 10위를 달리며 전자업계에서는 대표적 기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헝가리에서 삼성전자 브랜드 인지도는 99%일 정도로 모르는 이가 없습니다.”

 조규택 헝가리법인장은 특히 헝가리가 내년에 EU에 가입하게 되면 이 공장이 앞으로 PDP TV·LCD TV 등 원산지 규정이 까다로운 제품의 유럽시장 공략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다페스트=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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