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상품판매에 대한 세금부과 여부가 논란인 가운데 미국 주 및 지방정부들이 과세작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http://www.washingtonpost.com)에 따르면 버지니아와 컬럼비아 특별구(DC)를 포함한 미국내 30개 주정부들은 13일(이하 현지시각) 온라인에서 사고 파는 상품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방안에 대해 투표를 실시한다.
이들 주 및 지방 정부의 인터넷 과세안은 별다른 이견없이 확정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 미국내 다수의 주에서는 인터넷 판매세를 내게 된다. 그러나 이는 인터넷 과세를 내년 11월까지 연기키로 한 미 의회의 지난해 결정은 물론 연방정부의 방침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을 빚고 있다.
30개 주 의원들 및 정부 담당자들은 12일 시카고에서 모임을 갖고 판매세율을 단순화하기로 했다. 온라인과 우편 등 원격 판매에 대한 세금 신설에 대한 의회 승인을 위해 자체 판매세율의 단순화를 추진해온 주정부들은 투표결과를 바탕으로 인터넷 과세유예 방침을 철회하도록 정부와 의회에 로비를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주정부들은 온라인 상점들에 관련 소프트웨어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과세방법에 대한 내용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주정부들의 결정 배경=미국내 주정부들이 인터넷 과세 결정을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세수 확대 때문이다. 지난 98년 미 의회는 주정부나 지방 정부가 인터넷 세금을 자체적으로 신설하지 못하도록 하는 인터넷 세금부과 금지법안을 제정, 통과시켰다. 이는 인터넷 발전이 위축될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그러나 인터넷과 전자상거래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미국내 전체 소매부문에서 인터넷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고 이는 주 및 지방정부의 세수 감소와 연결되기 시작했다.
실제 각 주 및 지방 정부들의 재정난은 인터넷 상거래 확대로 한층 더 심각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 의회산하 감사원(GAO)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 거래 증가로 매년 각 주에서 손해나는 세금액이 13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오는 2006년이 되면 450억달러, 2011년에는 무려 55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정부의 인터넷 과세 방침은 또 기존 오프라인 소매상점들의 이해와 맞아떨어지면서 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미국내 140만개 상점들의 연합체인 미 소매연합(NRF)의 관계자는 “우리의 목적은 온·오프라인이 동일한 원칙 아래 경쟁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과세 방법=각 주 및 지방정부는 인터넷 과세를 위해 온라인 소매상들이 인터넷 거래에 따른 세금을 매길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인증된 소프트웨어 업체나 서비스 업체들이 세금을 계산해 보고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과세 과정에서 소비자 정보는 제외할 계획이다. 현재 주정부들은 세일럼사 등 몇 개 업체의 과세 소프트웨어를 시험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온라인 소매상들이 과세부문을 아웃소싱하도록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온라인 소매업계 반응=온라인 소매업계는 관련 법률이 뒷걸음질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98년 의회 결정은 물론 소매업체가 물리적으로 주관할 밖에 소재할 경우 주정부는 그 소매업체가 우편이나 인터넷 등 원격 거래를 통해 판매한 데 대해 판매세를 부과하지 못한다고 판결한 92년 대법원의 결정을 무시한 처사라는 주장이다.
온라인 소매업체들은 그동안 미국 정부가 추진해온 감세정책은 물론 갓 싹트기 시작한 전자상거래 시장을 짓밟는 행동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특히 내년 말까지의 과세유예 결정을 긍정적으로 보고 이 결정의 연기를 기대했던 온라인 소매업계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고 밝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과세가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과세로까지 이어질 수 있고 이 경우 인터넷 시장의 전반적인 위축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세금면제를 주장해온 미국 연방정부의 방침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세 감소라는 ‘현실’을 내세운 주정부 앞에 버틸 ‘명분’으로는 미흡하다는 것을 내부적으로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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