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팜vsMS "적과 나를 알면 백전백승"

 팜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마치 영화 페이스오프에서처럼 서로의 역할을 맞바꾼 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휴대폰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팜이 소프트웨어를, MS가 하드웨어를 앞세워 경합을 벌이고 있다.

 하이테크에 대한 단순한 접근 방법으로 정평이 난 팜은 대당 가격이 400달러 이상인 휴대폰을 위한 소프트웨어에 역점을 두는 반면 복잡한 제품을 만든다는 비판을 받는 MS는 최근 팜 모델보다 가격이 더 싼 차세대 휴대폰 ‘오렌지 SPV’를 내놓았다. 오렌지 SPV는 1주일 전부터 대당 280달러로 유럽에서 판매에 들어갔다.

 PDA 미래 시장 지배를 노리고 있는 양사는 휴대폰 기능을 겸비한 ‘스마트폰’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팜소스 매출의 대부분은 현재 이동통신기능이 없는 PDA 판매에서 나온다. 이 회사는 몇년이 지나야 휴대폰과 PDA 통합 제품이 일반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MS는 그 시기가 더 빨리 찾아올 것이란 시각이다.

 사실 팜소스는 지금까지 소프트웨어 시장을 예측하는 데 있어서 MS보다 정확했다.

 MS는 PDA로 컬러 비디오 클립을 보고 음악 재생과 서류를 편집하는 게 일반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2000년에 이동통신 운용체계인 ‘포켓PC’ 소프트웨어를 선보였다. 당시 일각에서는 MS 윈도가 애플컴퓨터의 ‘맥 OS’를 밀어낸 것처럼 포켓 PC가 팜 OS를 완전히 제압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2년여가 지난 뒤에야 이런 기능을 찾는 PDA 고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팜소스는 이런 기술의 라이선스를 제공했다.

 팜소스나 MS 어느 업체도 휴대폰 부문에서는 명확하게 우위를 차지하고 못하고 있다. 더구나 핸드스프링, 교세라, 삼성 등 팜 OS 사용권을 얻은 일부 업체가 PDA·휴대폰 통합기기나 스마트폰으로 불리는 통합형 제품을 이미 판매하고 있다. MS 라이선스를 가진 업체들도 마찬가지로 이동통신업체 T-모바일의 신형 포켓PC 기반 모델을 포함한 통합형 제품을 공급중이다.

 팜은 자사가 스마트폰 사업에서는 몇달 더 빨리 진출해 그만큼 유리하다고 주장하지만 소비자는 팜소스의 소프트웨어를 원하지 않는다.

 MS가 최근 영국에서 선보인 최신 오렌지 SPV는 새로운 종류의 제품이다. 이 제품은 기존 PDA 한 가운데를 차지하는 터치 스크린을 피하고 대신 컬러 스크린에 작은 열람창이 설치됐으며 타이프라이터식의 키보드 대신 휴대폰의 숫자 키패드만 있다. 수완 진다 MS 모바일 장비 부문 프로젝트 매니저는 “휴대폰을 그저 들고 다니는 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휴대폰이 더 많은 일을 하기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팜은 MS의 최신 스마트폰을 ‘보잘 것 없는 제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팜소스의 부사장인 알버트 추는 “배터리 수명이 충분치 못하고 운용 소프트웨어가 부족하다”며 “전화로 쓰기에는 실패작”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우리는 팜 OS 스마트폰의 전화 부문도 완벽하게 만들도록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이테크 기술은 타협의 산물이며 위대한 제품은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탄생되게 마련이다. VCR 디자이너들이 VCR의 재생 버튼이 다른 버튼보다 더 자주 이용되는 것을 알고 다른 버튼보다 더 크게 만들기까지 10년의 시간이 걸린 게 한 사례다. 저명한 디자인 회사인 IDEO의 전무 톰 켈리는 “통합형 제품 디자인은 더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그 예로 시계 겸용 라디오를 들었다. 그는 “시계 라디오는 비교적 간단한 물건이지만 최근에 호텔 방에 묵은 적이 있다면 알겠지만 이 제품은 정말 놀랄 정도로 복잡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은 휴대형으로 외양이 멋있어야 하고 스크린과 버튼을 위한 공간이 확보돼야 하므로 디자인이 더욱 어렵다.

 팜 OS 라이선스를 받은 교세라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신형 ‘스마트폰 7135’를 선보인다. 이 기종은 일반 플립폰보다 별로 크지 않지만 PDA가 완전하게 내장돼 있다. 이 회사의 홍보 담당자 존 치르는 “교세라는 휴대폰 회사이므로 우리는 처음부터 전화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디자인했다”며 “이 스마트폰은 수많은 팜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밝혔다.

 기능은 적으나 값이 더 싼 MS 스마트폰을 찾는 소비자도 있다. MS 전문평가회사인 디렉션스온마이크로소프트의 애널리스트 피터 폴락은 “MS 제품은 특히 기업 업무용으로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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