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보조금 규제 이대로 좋은가](5)보조금 근절 가능한가

 2000년 6월 정부는 약관개정을 통해 단말기 보조금을 금지했으며 최근에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보조금 금지의 법제화까지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달리 유통시장에서는 보조금 사용이 일시적으로 줄어들 뿐 근절되지는 않고 있다.

 또 규제의 강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이통사업자와 대리점의 편법이 늘어나는 등 유통시장의 왜곡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보조금 규제가 이론적 분석과 근거없이 유통시장의 일부 현상만을 규제하려는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며 정책의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라지지 않는 사업자 지원금=정부는 단말기를 출고가 이하로 판매하는 최종 행위를 기준으로 보조금 지급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시장의 구조를 살펴보면 보조금의 출발은 사업자들이 대리점에 지원하는 각종 지원금에서 비롯된다.

 사업자들은 대리점이 가입자를 한명 모집하면 2만2000원의 모집 수수료를 제공하는 것을 비롯해 요금제 가입 여부에 따라 각종 인센티브를 추가로 지급한다. 또 매월 500∼1000대 이상을 판매한 대리점에 단말기 한대당 1만∼5만원씩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판매량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정부는 매번 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기에만 보조금 문제를 지적하고 있으나 실제 유통시장에서는 지원금이 많고 적음에만 차이가 있을 뿐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특히 본사가 신규 판매 목표를 제시하고 실적에 따라 단말기 배정, 지원금 지급 등에서 차등을 두고 있어 대리점 입장에서는 각종 지원금을 판매에 활용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왜곡되는 유통시장=현재 유통시장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보조금 지급수단은 가입비 면제방식이다. 테크노마트 판매점의 한 관계자는 “유통시장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3만∼5만5000원에 달하는 가입비를 받지 않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며 “최근에는 대리점이 정상적으로 가입비를 받고 판매하면 도리어 소비자들에게 사기꾼으로 인식되는 것이 유통시장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사업자들과 유통업체들은 정부가 보조금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 가개통이라는 편법수단을 동원한다. 미리 타인의 명의로 신규 단말기를 대량으로 개통해 놓고 정부의 규제기간 동안 이들 단말기의 명의만 변경하는 방식으로 판매한다.

 용산지역의 한 대리점 관계자는 “보조금 규제를 피하가기 위해 서류상으로는 할부판매로 처리해 놓고 할부대금을 현장에서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가입자를 유치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보조금 규제를 피해가기 위한 편법이 난무하면서 도리어 정부의 방침대로 정상영업을 하는 대리점이 매출감소로 문을 닫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홈쇼핑업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단말기 가격을 할인판매하는 대신 각종 사은품과 상품권 등을 제공하며 가입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규제를 위한 규제는 안된다=중소형 대리점 중에는 단말기 보조금 규제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업체도 상당수 있다. 하지만 실제 유통시장에서 보조금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측면에서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규제를 피해가기 위해 이통사들이 대형 대리점에 편법으로 지원하는 사례들이 늘어나며 도리어 유통시장이 이들 대형 도매점 위주로 재편되는 등 시장왜곡과 인위적 구조조정을 초래한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주장은 통신위원회 단속 현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통신위는 단말기 보조금 단속에 5, 6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데 이는 서울 지역의 한 사업자도 제대로 조사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표본 대리점을 추출해 이를 전체 가입자로 환산하는 주먹구구식 규제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대리점 관계자는 “어느 시장에나 관습적으로 통용되는 인센티브가 유독 단말기 유통시장에서만 사라지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대리점이나 2차 판매점은 존폐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며 “보조금 규제를 법제화하기 앞서 지난 2년간 약관을 통한 보조금 규제를 시행하면서 나타난 정책의 실효성을 면밀히 조사 분석한 후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정부의 탁상행정을 비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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