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통신강국으로 간다]2부 일본·중국편-(1)일본은 지금 `전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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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일본·중국편

1) 일본은 지금 ‘전쟁중’ 

2) 차세대 킬러를 찾아라

3) 열도를 벗어나는 최고 기술

4) 깨어나는 통신거인, 중국

5) 중국, 위협인가 기회인가

6) 한중일, 경쟁과 협력

  

 요도바시카메라3/도코모 포마=주말 저녁 신주쿠역 부근 도쿄시내 3대 양판점중 하나인 요도바시카메라 휴대폰 매장에는 휴대폰 단말기를 보러 나온 시민들로 붐빈다. 같은 시간 아키하바라 휴대폰 진열대 앞의 한산함은 대조적이다.

 요도바시카메라-포마2=요도바시카메라 상가 휴대폰 매장에 근무하는 오가사와라신군이 최근 출시된 핸드헬드 컴퓨터형 포마 단말기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그는 “포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뜨겁지만 실제 구매 고객은 드물다”고 말했다.

 도코모 본사2=도쿄 시요다구에 위치한 NTT도코모 본사건물. 일본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의 위상을 보여주는 큰 규모이지만 30층 이상 일부분만 세내어 이용하고 있다. NTT도코모는 포마의 예상밖 부진으로 고민중이다.

 도코모504i=NTT도코모가 지난 6월 출시한 504i 시리즈와 i샷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메라폰. 경쟁사들은 504i에 대해 3G전략의 수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카메라폰-kddi2=KDDI가 9월 선보인 무비메일. 15초의 동영상과 음성을 찍어서 메일로 전송할 수 있다. cdma2000 1x망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로 J폰의 무비 샤메일을 겨냥하고 있다.

 -표 이통 가입자 동향

 

 지난 일요일 저녁, 신주쿠역 근방 요도바시카메라 양판점. 도쿄시내 3대 전자양판점 중 하나인 이곳에는 간혹 빗방울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주말 저녁을 이용해 쇼핑에 나선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컴퓨터 주변기기, 게임기, DVD 등을 파는 상가에서 인파가 가장 많은 1층 앞 목에 배치된 것은 휴대폰이다. 3만엔 가량하는 최신기종 단말기부터 1만엔 이하의 저가형 단말기까지 각양각색의 휴대폰 단말기가 즐비하다.

 비슷한 시각 도쿄의 동쪽 지역에 위치한 아키하바라의 한 상가. 휴대폰 단말기는 역시 1층 매장을 차지하고 있다. 대형평면TV, 오디오, 세탁기, 냉장고 등이 층층이 진열된 4층 건물을 통틀어 손님이라고는 열명 남짓이 고작이다. 9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명성에 걸맞지 않는 한산한 풍경이다. 오히려 건너편의 클럽 세가 건물에는 새로 나온 게임기를 시연해 보려는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휴대폰 같은 전자기기는 도쿄시내 양판점에 밀려 아키하바라의 과거 명성이 퇴색하고 있다. 전자제품 상가 자리는 시내 양판점에 물려주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게임기기 중심상가로 변모하고 있다.” 현지를 안내한 성호철 특파원의 귀띔이다. 전자상가로서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는 아키하바라가 보여주듯 ‘영원한 1위’는 없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빼앗고 지갑을 여는 것은 결코 명성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수천억원의 투자가 실패로 돌아가는 통신서비스는 더더욱 그렇다. 넘보기 어려워 보이는 1위자리도 무너지려면 단숨이다. ‘부동의 1위’ NTT도코모를 상대로 도전을 감행하고 있는 KDDI와 J폰의 공격도 이를 노리고 있다.

 ◇‘포마는 실패작?’=“포마 브랜드는 실패했습니다(Brand FOMA Failed).” J폰의 미카 이마무라 상품운영 및 무선인터넷 부문 총괄부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가 아닌 3G 기술 자체에 이름을 붙인 포마 브랜드는 실패작”이라고 공언했다. “소비자는 어려운 기술을 이해하려 하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좋아하는 서비스에 이름을 붙이고 이를 제공하면 그만이지 2G냐 3G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KDDI 하루히코 마에데 공보과장도 “그동안 KDDI는 3사 합병 과정에서 중복투자와 부채로 발목이 잡혀 있었다. 안정을 되찾은 지금 3G서비스 투자비용을 비교하면 KDDI가 훨씬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제 ‘포마’의 상용화를 위해 수조엔의 돈을 퍼부어야 하는 NTT도코모가 과거의 KDDI처럼 발목을 잡힐 차례”라고 강조한다.

 세계가 주목하는 최초의 3G(WCDMA) 상용화 서비스인 포마를 일본의 경쟁사들이 ‘실패’라고 단정짓는 것은 이미 포화된 일본 이동통신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나도록 13만여명 가입자에 그치고 있다. 최근에는 가입자가 감소할 기미다. “포마는 사람들이 관심은 많지만 실제로 구매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요도바시카메라 휴대폰 매장에 근무하는 오가사와라신 군(21)의 말이다. 다치가와 게이지 NTT도코모 사장은 “포마는 3G 표준화 선점에 이의가 있다. 배터리 문제와 서비스지역 문제를 해결하면 차차 시장을 늘려갈 것이다. 우선은 일부 기업현장 등 특정부분에서 수요를 찾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틈새를 발견한 KDDI와 J폰의 공략은 이미 거세게 시작됐다.

 ◇일본 이통시장은 전쟁중=지난 5월에는 NTT도코모가 한 달간 가입자수 순위에서 KDDI와 J폰에 뒤져 3위로 처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NTT도코모는 6월, 뒤늦게 아이샷(iShot)과 504i시리즈를 내놓아 다시 1위 자리에 복귀했지만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이후 휴대폰와 무선인터넷 가입자수는 예전보다 격차가 좁혀들고 있다.

 선수(先手)는 J폰이었다. 샤메일(사진메일)서비스를 제공해 2000년 이후 600만명의 신규 가입자를 유치한 것. 젊은 엔지니어가 샤메일을 제안했고 세일즈 부문에서는 수요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장에 낸 이후 뜨거운 반응이 금세 돌아왔다. J폰 관계자는 “샤메일의 성공은 무엇보다도 소비자의 흥미를 끌었고 사용하기가 쉽다는 점이 주효했다”며 “이를 계기로 매월 30∼35%의 신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J폰은 포마에 대한 자신감도 숨기지 않는다. 기술은 한 걸음 뒤졌지만 킬러 애플리케이션은 선점했다는 것. “3G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은 이미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사진메일”이라는 대럴 그린 사장의 말은 포마에 대한 ‘승리의 선언’이다. KDDI는 지난 5월 cdma2000 1x서비스를 시작해 300만명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KDDI 마에데 과장은 “사진메일 등 각종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1x서비스로의 전환에 성공해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며 “1x서비스는 8000엔대에 머무는 NTT도코모의 가입자당매출액(ARPU)을 넘어서는 1만엔대의 ARPU를 올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KDDI는 투자비용이 저렴하고 통화권역이 넓다는 점을 내세워 ‘가장 활기(우끼! 우끼!)있는 3G서비스는 KDDI 1x서비스’라는 광고로 포마를 자극하고 있다. 음성에서 데이터로 무게중심을 옮긴 일본 이통시장의 경쟁은 점입가경으로 들어서고 있다.

  <그래프-사업자별 월 가입자 동향> <그래프-사업자별 무선인터넷 월 가입자 동향>

 ◇경쟁은 3G로 확전될 것=사진메일이 점화한 무선인터넷 경쟁은 동영상 메일로 옮겨가고 있다. 정지사진뿐만 아니라 동영상을 휴대폰으로 찍어 전송할 수 있는 서비스다. 동영상 메일도 J폰이 가장 앞섰다. J폰은 지난 3월, 5초 가량을 찍어서 보낼 수 있는 무비 샤메일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J폰은 무비 샤메일에 3G 보급을 앞당긴다는 의미까지 부여하고 있다. KDDI는 9월말부터 무비메일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15초 가량의 동영상 메일을 음성과 함께 실어보내는 서비스다. 1만엔의 ARPU를 달성하기 위한 킬러로서 무비메일이 사진메일 이후의 인기 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144Kbps의 전송속도로 60 의 무비메일을 보내기 때문에 서비스 속도에는 문제가 없고 2만엔대의 저렴한 단말기도 장점중 하나입니다” KDDI측의 설명이다. NTT도코모 역시 포마 동영상 메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지의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사진메일과 동영상메일 서비스가 주축을 이룰 것”이라며 “음성 서비스의 수익성이 떨어진 가운데 GPS, 모바일 결제, 무선인터넷 인프라와 콘텐츠 경쟁으로 확전되면서 치열한 3G 진입 경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쿄 =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소박스- 베일 벗는 포마의 새전략>

 NTT도코모의 ‘포마’에 중간결산(4∼9월)을 발표하는 7일은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한 달전 다치가와 사장은 “(목표가입자수의) 하향수정을 피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하향 수정치가 바로 내일 발표될 전망이다. 하향 수정할 경우 이에 따른 도코모의 새 전략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포마의 고전은 협소한 서비스 권역과 무전기 같은 단말기에 기인한다. 또 막대한 소비전력은 하루에 한번씩 충전시켜야 한다. 도코모는 최근 150시간 사용 가능한 최신기종을 투입하고 연말까지 인구대비 서비스 권역을 90%까지 확대시키는 등 포마를 정상궤도에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편 3G시대의 도래가 늦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도 대비하고 있다. 수신속도가 28.8Kbps에 이르는 2G ‘504i’시리즈를 5월에 발매했다. 그러나 성능이 좋아진 504i가 포마의 잠재 가입자를 잠식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6월 포마의 순증가대수는 겨우 2200대에 불과했다. 일부에서는 이미 1만명 이상의 기존 포마 사용자가 504i로 옮겨갔다고 관측한다.

 포마는 연말부터 ‘동영상메일’ 서비스를 개시한다. 몇 초 정도의 짧은 동영상을 메일로 보내는 이 서비스는 사진메일 붐과 함께 새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포마는 텔레비전전화(영상전화)기능이 가능하기 때문에 동영상메일 송수신 서비스를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상전화의 수요가 늘지 않자 고심끝에 J폰과 KDDI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504i와 동영상메일은 세계 최초 3G서비스를 통해 표준화를 이끌겠다는 도코모가 고심끝에 내놓은 고육책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

 

 <소박스- 아이샷이 NTT도코모의 구세주가 될까?>

 ‘i샷이 나이스샷이 될까.’

 사진메일에 관심이 쏠린 일본 휴대폰서비스 시장을 한 마디로 대변하는 말이다. i샷은 NTT도코모가 지난 6월 서비스에 들어간 사진메일 서비스다. 사진메일 서비스는 올해 일본 휴대폰서비스 시장 ‘킬러’로 등장했다. 무선인터넷콘텐츠업체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유키타케씨(35)는 “사진 찍길 좋아하고 휴대폰 메일에 집착하는 일본 사람에게 이 둘을 묶어놓은 사진메일은 둘도 없는 서비스”라고 말한다.

 바로 이 2002년 킬러는 ‘공룡’ NTT도코모에 쓰라린 상처를 남겼다. 본래 도코모는 사진메일 따위가 킬러가 될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 않았다. 영상전화가 가능한 ‘3G’서비스 ‘포마’를 실용화시킨 마당에 사진메일은 대수롭지 않았다. 하지만 ‘포마’가 고전하며 상황은 급변했다. J폰과 KDDI는 사진메일 서비스로 2위를 다투며 도코모를 위협했다. 위기의식 속에 ‘i샷’이 출발했다. i샷은 출시 이후 두달동안 200만 가입자를 끌어 모으는 등 강한 브랜드와 마케팅을 과시했다.

 하지만 여전히 ‘i샷’은 미심쩍다. 600만 가입자를 가진 J폰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J폰과의 호환성이 필수다. 도코모는 사진메일 후발주자기 때문이다. 소수인 i샷 이용자가 다수인 샤메일 친구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려면 ‘i샷센터(서버)’를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사진메일에 목숨거는 이들은 젊은층이다. 싸고 편하다면 1위건 3위건 그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우체국에 근무하는 후쿠시마씨(26)는 “어느날 문득 직장 동료들이 모두 J폰으로 바뀐 사실을 깨달았다. 나도 바꿀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다. i샷이 벙커에 빠진다면 공룡 도코모도 힘든 싸움을 해야할 것이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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