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유통 이대론 안된다](하)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라

 왜곡된 소프트웨어 유통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일은 쉽지 않다. 재고를 밀어내거나 가격을 파격적으로 할인하는 것과 같은 비정상적인 영업방식이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제품 개발사에서부터 하위 리셀러에 이르기까지 연쇄적으로 비정상적인 판매가 이어지게 마련이다.

 다행히 최근들어 일부 업체들은 나름대로 기존 유통방식에 수술을 단행함으로써 새로운 유통체계를 마련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지난 6월 기존 6개 총판 27개 전문대리점 체제를 2개 총판 체제로 정비했다. 이 회사는 기존에 27개 대리점을 비롯해 다수 하위 리셀러들이 공공·교육은 물론 기업시장에서도 가격을 제멋대로 책정해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판매함에 따라 총판 정비작업을 단행한 것이다. 한컴의 유통체계 정비가 완전히 성공했다는 판단은 이르지만 적어도 가격체계가 안정되는 등 성공의 기미가 보인다는 평가다.

 특히 한컴은 2대 총판에 제시하는 총판가는 물론 공인대리점 가격까지 정하고 이 수준에 맞게 가격이 책정되도록 관리하고 있다. 또 재고가 많이 남더라도 가급적이면 가격을 가이드라인에 맞춰 공급한다는 원칙 아래 가격질서 유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

 아예 단일총판체제로 선회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나모인터랙티브는 소프트뱅크코리아·인성디지탈·다우데이타시스템 등 3개 총판 체제에서 소프트뱅크코리아 단독총판체제로 유통체계를 정비했다. 이 회사는 올해 나모웹에디터 판매가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기존 3대 총판간의 경쟁이 과열된다고 판단하고 단일총판이 책임을 지는 형태로 채널을 재정비했다.

 단일총판의 경우 일정 기간내 일정 물량의 판매를 보장받기 위해 담보를 설정하는 등 부담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나 올해와 같이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는 다수 총판이 물량을 소화해내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유통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 소프트웨어 정품을 다운로드 판매하는 ESD(Electronic Software Delivery) 방식도 도입돼 기존 유통채널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ESD는 오프라인의 유통과정을 없애면서 정품 패키지의 가격을 일반적인 구매가격보다 30% 가량 싸게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휴먼컴 등 일부 기업이 전문 ESD 사이트를 운영해왔으나 근래에는 아예 오프라인 채널을 갖추지 않고 처음부터 ESD 판매로 제품을 출시하는 사례도 눈에 띄고 있다.

 최근 포털사이트에는 처음으로 하나포스닷컴에 대형SW ESD 쇼핑몰을 오픈한 씨디네트웍스의 고사무열 사장은 “ESD 판매는 불법복제를 통한 음성적 유통망을 제거하고 저렴하게 소프트웨어를 공급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라며 “대형 포털의 경우 가입자 기반이 탄탄한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온라인 판매의 확산을 계기로 난립한 소규모 유통채널을 재정비할 필요성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소프트웨어 업계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나가기 위해서는 이제 마구잡이식의 뿌리기식 유통을 지양하고 효율적인 판매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전략을 수립, 시행해야 할 시점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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