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제전화 정산료 인상 대책 시급

중국의 통신사업자인 차이나텔레콤·차이나넷콤 등이 최근 전세계 국제전화 사업자를 대상으로 그동안 분당 2∼4센트이던 국제전화 정산료를 17센트 이상으로 대폭 인상키로 했다고 한다. 이번 중국의 국제전화 정산료 인상은 각 국가 통신업체들의 수익성과 국제전화비 인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국제전화 정산료란 국제전화를 걸 때 다른 나라의 전화망 이용대가로 해당 국가에 제공하는 요금을 말한다. 각 국가는 협정을 맺어 협정정산료를 정하고 국가간 착발신량을 계산해 초과분에 대한 요금을 상대국에 지불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중국 통신업체와 이 협정을 맺고 국제전화 정산료를 연간 수백억원씩 지불해 왔다.

 우리나라 통신업체들은 이번 국제전화 정산료 인상조치에 따라 지난해 400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1000억원 정도의 정산 수지적자를 기록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98년 975억원에서 지난해 400억원으로 떨어졌던 정산 수지적자가 다시 1000억원 규모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는 통신업체들의 국제전화 원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연간 8000만분 가량의 대중국 발신통화량을 가지고 있는 KT의 경우 통화료 원가가 55억원 가량 증가하고 별정통신사업자인 I사의 경우 매출액의 50% 정도인 136억여원의 원가부담을 안게 됐다고 한다.

 중국 통신사업자들이 갑작스럽게 국제전화 정산료를 인상한 것은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정부의 방침에 따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인터넷전화(VoIP)의 등장으로 통제가 어려워진 통신망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파룬궁 등 반정부단체의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일부 IDC를 폐쇄하는 등 인터넷 사용을 규제해 왔다.

 이번 조치도 바로 이런 점에서 그 파장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국제전화 정산료 인상조치에 따라 우리나라 통신업체들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 적지 않은 국제망 이용료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나름대로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우선 국내 업체들은 국제전화용 선불카드 발행을 중단하고 고객들에게 요금 인상을 고지하고 있다.

 데이콤의 경우는 데이콤망을 사용하는 사업자들에 1일부터 인상된 요금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통보했다.

 물론 국내 업체들과 중국 업체들간의 협상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 업체들이 정부의 방침에 따라 국제전화 정산료를 대폭 인상한 만큼 좋은 결과를 끌어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고 협상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중국이 미국·일본에 이어 3위에 랭크될 정도로 국제통화량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기업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보수집과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중국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정부는 중국이 올해 WTO 회원국이 된 점을 고려해 WTO 협상에서 문제를 제기해 국제전화 정산료를 올리지 못하도록 해야 하고 KT·데이콤 등 통신업체들은 나름대로 AT&T·KDDI·DT·BT 등 해외 사업자들과 대책을 협의하는 등 공동 대응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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