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IT업체인 소니의 상반기 결산(9월)이 28일(현지시각) 발표됐다. 매출이 역대 최대 규모인 3조5115억엔인 데다 1012억엔 흑자로 나무랄데 없는 ‘합격선’이다. 불황을 견디는 소니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소니는 히타치, 마쓰시타, 도시바 등 일본 메이저들이 최악을 기록한 지난해 회계연도(2001년 4월∼2002년 3월)에서도 일본 7대 메이저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며 ‘일본의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훌륭하게 불황을 견디는’ 소니의 고민이 감지된다.
소니는 3월 회계연도 중 주력인 전자부문이 적자를 기록, 다른 메이저업체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다만 반도체부문이 그룹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았기 때문에 다른 업체보다 덜 처참했을 뿐이다. 이때 구세주로 나선 것이 게임이다. 전년대비 51.9% 성장하며 1조37억엔의 매출을 기록, 막대한 영업이익을 창출한 게임은 소니그룹 전체의 적자를 흑자로 돌려놓았다.
이번 상반기(4∼9월) 결산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게임분야는 작년 동기 대비 무려 30배 가까운 273억엔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잘 나가는 것 같은 소니지만 내년 3월 회계연도 예상매출은 당초 8조엔에서 7월에 7조7000억엔으로 줄였다가 이번에 다시 7조6000억엔으로 하향 수정했다. 가정용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2(PS2) 출하가 당초 예상 2000만대에서 2250만대로 늘어났는 데도 매출감소는 어쩔 수 없다는 방증이다.
반면 당기이익은 당초 예상치 1500억엔에서 1800억엔으로 300억엔 늘렸다. 이는 불황으로 인한 매출감소를 인원삭감 등 경비절감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소니는 일렉트로닉스부문 조기퇴직 우대제도 등 인원삭감을 위한 올해 책정경비를 300억엔에서 400억엔으로 늘렸다.
문제는 언제까지 인원삭감 전략이 먹히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또 주력에서 무너지는 것을 게임이 보좌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더 큰 고민은 앞으로 소니를 먹여살릴 ‘스타 상품’이 더이상 나오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일본 언론에서는 조심스럽게 ‘소니 신화의 침몰’을 거론하고도 있다. 소니 이데이 회장은 새로운 스타로 ‘코쿤’ 등 유비쿼터스 관련 제품과 브로드밴드 콘텐츠 사업을 꼽고 있다. ‘이데이 신화’가 다시 한번 ‘신화’를 이룩할 지, 시험대에 올려지고 있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