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금융시대의 본격 개화를 앞두고 최근 금융·통신업종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시장전반에 심각한 진통을 낳고 있다. 언젠가 곪아터질 것이란 불안한 예측이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이동통신용 제휴카드나 휴대폰 송금이체 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 요새 불거지는 업종간 다툼은 ‘제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양쪽의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앞으로 본지는 3회에 걸쳐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통신 제휴카드와 휴대폰 기반의 전자금융서비스를 중심으로 금융·통신 업계의 ‘윈윈모델’을 모색해본다.편집자
“해도 너무 한다. 간쓸개 다 내달라는 소리 아니냐. 카드사들만 일방적으로 비용구조를 떠 안는 식의 제휴는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신용카드사 관계자)
“카드사들은 누워서 떡먹기로 돈장사를 해왔다.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혜택을 돌려주고 금융시장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도 지금의 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SK텔레콤 관계자)
지난 몇년간 불편한 제휴관계를 지탱해온 금융·통신 업계가 SK텔레콤의 저돌적인 공세를 기화로 전면전에 돌입하고 있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은 차세대 지불결제 상품인 ‘모네타플러스’ 제휴 발급사도 아직 확정짓지 못한 채 신용카드사들과 힘겨운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우리의 경쟁상대는 SK텔레콤’이라는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말이 회자될 정도로 은행권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SK텔레콤이 불을 지핀 금융·통신산업의 영역파괴는 결국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영토분쟁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통신 제휴카드=모네타플러스는 겉으로는 SK텔레콤이 내건 제휴조건, 특히 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는 과다한 페이백이 주된 쟁점이다. 하지만 스마트카드가 비(非)카드사의 전략적 신규사업 수단으로 등장하면서 이같은 역학구도는 이미 예견된 변화였다.
지난해 SK텔레콤이 주도한 모네타카드는 역대 최고의 포인트 페이백 수준이었던 항공사 제휴카드(0.8%)를 훌쩍 뛰어넘는 1.1%를 받아냈다. 당시만해도 호황이던 카드사들은 2.4% 안팎의 가맹점 수수료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되뱉는 출혈도 마다하지 않았다. 모네타카드의 경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일반적인 제휴카드 관행과 달리, 경쟁입찰 방식으로 카드사들이 선택당했다는 점. 첨예한 듯 보이는 포인트 페이백 수준의 이면에는 이처럼 민감한 시장경쟁 구도가 깔려있다.
SK텔레콤은 단순히 통신망을 제공한 대가로 수수료를 챙기는 정도를 넘어, 플라스틱(마그네틱)카드 일변도의 신용카드 시장을 휴대폰으로 대체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저렴한 수수료 조건(0.6∼0.8%)인 KT·KTF와 차별화된 대목이자 기존 카드사들이 특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휴대폰 송금이체=SK텔레콤의 ‘네모’나 KTF의 ‘엔페이매직’은 은행권과 제휴, 휴대폰의 전자지갑을 통해 수수료 없이 자유로운 송금이체가 가능한 서비스다.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일일이 기억할 필요없이 휴대전화로 송금할 수 있어 폭발적인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KTF가 은행 주도형 서비스 모델인데 비해, SK텔레콤은 집금관리(CMS) 서비스를 활용해 모든 고객의 거래정보를 스스로 관리하는 자사 주도형. SK텔레콤은 한발 더 나아가 네모를 무선 금융거래 채널로 확대한다는 야심이다. 전국민 통장(실계좌)이라는 엄청난 인프라를 장악하고도 지불결제 시장을 잠식당한 것이 억울한데, 아예 모든 것을 다 빼앗으려 한다며 최근 SK텔레콤을 집중 견제하고 있는 은행권의 반감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일반적인 통신사업자들이 통신망을 빌려주고 지불결제 수수료를 받는 모델인데 비해 SK텔레콤은 실제 금융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극단적인 대립을 불러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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