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필 디지엠시스 사장 jplee@digimsys.com
최근 들어 벤처기업들의 전략적 제휴와 기업 인수합병(M&A) 사례가 늘고 있다. 코스닥 주가지수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시장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제언도 많다. 이런 업계 반응 때문인지 최근 코스닥위원회는 코스닥시장 위기 대응방안으로 ‘M&A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M&A란 합병(Merger)과 인수(Acquisition)의 합성어로 기업 경영 지배권에 영향을 가져오는 모든 경영 행위를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M&A는 기업간 인수합병을 가리키며, 넓은 의미로는 회사분할과 기술제휴 등 전략적인 제휴까지를 포함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최초의 M&A는 1800년대 후반 미국에서 이루어졌다. 그로부터 100여년이 흐른 지난 98년에 이르러서는 미국기업 중 20% 정도가 대주주가 바뀔 정도로 M&A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실험을 하고 있는 중국에도 M&A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돼 IMF체제를 거친 후 기업구조조정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M&A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다소 생소한 단어였지만 이제는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회 전반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시장환경이 급변하면서 벤처기업들 사이에서 불황 타개와 기업체질 개선을 위한 생존과 성장 전략으로 M&A에 대한 시도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물론 ‘적대적 M&A’라든가 경영 불안정, 대주주의 잦은 교체 등 일부에서는 그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지만 이는 사전에 충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벤처기업들 사이에 진행될 수 있는 M&A의 형태는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동종 업체간 수평적 M&A는 규모의 경제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 벤처의 경우 두 회사의 개발력이라든가 영업력 등을 서로 보완해 시너지 효과를 꾀할 수도 있다. M&A를 통해 기업규모가 커지면 시장 지배력도 더불어 확보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 독과점의 위험도 따르지만 시장경쟁이 치열해 ‘제살깎기’식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분야에서 오히려 효과적인 방법으로 추천되기도 한다.
한편 두개 이상의 이종 업체간에 합병되는 다각적 M&A 경우에는 ‘위험 분산의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현금흐름을 원활히 하고, 경제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 경영위험을 줄이기도 한다. 또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서 M&A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M&A의 목표와 방법은 각 회사의 실정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벤처기업들의 M&A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초창기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현재 세계적인 네트워크 장비업체로 성장한 시스코의 경우 스스로 거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 중의 하나로 M&A를 잘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무선네트워크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한때 제트셀·인포기어 등을 인수하면서 이 분야의 세계적인 최고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것도 성공적인 M&A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이 우리 벤처업계도 M&A를 기업의 성장과 새로운 수익모델의 확대 발전을 위한 전략으로 인식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다양한 선진 기법을 적용해 M&A를 추진하는 업체들의 의지를 올곧이 키울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을 마련하는 일은 시급하다고 할 수 있겠다. M&A가 활성화될 수 있는 시장 여건의 조성, 바로 이것이 성공적인 M&A를 원하는 벤처기업들의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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