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휴대폰 가상계좌 서비스도 반격

 시중은행들이 칩카드 전략공조에 이어 가상계좌 기반의 휴대폰 송금 및 이체 서비스도 통신사업자에 맞서 공동 대응키로 했다. 이는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이 주도하는 움직임으로, SK텔레콤의 ‘네모’ 서비스를 겨냥한 것이어서 향후 그 여파에 귀추가 주목된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최근 은행권이 주도할 수 있는 휴대폰 송금·이체 서비스 모델을 공동 개발키로 하고, 다음달께 주요 은행들이 참여하는 대책회의를 갖기로 했다. 이에 앞서 국민은행은 그동안 KTF와 독점 제공해왔던 ‘엔페이매직’ 휴대폰 송금·이체 서비스도 잠정 중단하고, 당분간 은행 주도형 서비스모델 개발에 주력하기로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SK텔레콤의 네모에 대항할 수 있는 은행공동의 대책이 시급하다”면서 “현 추세대로 간다면 은행의 전통적인 영역인 지급결제 서비스를 계속 잠식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권이 바짝 긴장하며 견제에 나서는 것은 SK텔레콤의 네모 서비스가 최근 9개 은행으로 크게 는 데다, 초기 송금·이체에 머물렀던 서비스 종류도 대출카드나 계좌이체 등 사실상 시중은행의 모바일뱅킹 수준으로 공격적인 확장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네모는 거래·결제정보를 SK텔레콤이 직접 관리함으로써 은행들은 실계좌와 금융망을 빌려주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네모 서비스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은행들이 이미 구축한 모바일뱅킹 시스템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공산이 있다는 우려다.

 국민은행은 금융결제원의 전자금융포럼을 통해 다음달 공동대책을 수립한 뒤, 내년부터는 실제 공동사업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은행권의 경쟁환경이 치열한 만큼 공조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네모 같은 서비스가 확대된다면 고객들이 거래은행을 골라잡는 상황에서 일부 은행이 반대한다고 견제할 수 있겠느냐”면서 “사실상 모든 은행들이 나서야만 풀릴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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