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TV홈쇼핑의 낯 뜨거운 속옷 방송과 관련, 업체 자율적인 자정 노력이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홈쇼핑업체는 선정적인 속옷 방송을 자제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공감하지만 정작 실현 시기와 방법 등 각론에서는 업체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려 자율 자정은 공허한 메아리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방송위원회 입장에서도 선정적인 속옷 방송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미약해 당분간 선정성 프로그램에 대한 시비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방송위원회와 5개 홈쇼핑업체는 지난 22일 방송위에서 선정성 프로그램과 관련한 자율적인 대책 안을 최종 수립할 계획이었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들 업체는 이와 관련해 이미 두 번의 모임을 가진 바 있으며 22일 모임 이후의 일정도 잡지 않아 사실상 업체 자율적인 자정 운동은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초 홈쇼핑업체는 방송위로부터 낮 시간대에 지나치게 선정적인 속옷 방송을 자주 편성한다는 지적을 받은 후 자체적으로 시간대를 조정하고 내용의 선정 수위를 낮추는 안을 공동 결의할 방침이었다.
방송위 측은 “선정적인 속옷 방송와 관련해서는 위원회가 주도하기보다는 업체가 자율적으로 자정 노력을 벌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하지만 업체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몇 번의 모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렇다 할 만한 대책안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단지 현대홈쇼핑과 농수산쇼핑 등 일부 업체가 개별적으로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이 선정성 프로그램과 관련해 업체가 합의를 보지 못하는 것은 속옷 방송의 비중이 업체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방송위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속옷 방송의 비중이 가장 큰 업체는 CJ홈쇼핑으로 전체 방송 시간의 11.5%에 달하며 LG와 현대홈쇼핑이 5%대를 유지하고 있다. 홈쇼핑 채널 별 비중에서도 CJ홈쇼핑이 43.7%로 압도적이며 그 뒤를 LG와 현대홈쇼핑 등이 바짝 뒤쫓고 있다.
이 때문에 CJ와 LG홈쇼핑 입장에서는 방송 시간대를 줄일 경우 매출 면에서 적지않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속옷 등 의류 제품은 수익성이 높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소비 심리가 한풀 꺾이면서 매출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어 선정성 시비가 불거짐에도 불구하고 쉽게 프로그램 수를 줄이거나 시간을 조정하지 못하고 있는 입장이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홈쇼핑 매출이 줄어들어 비상이 걸린 시점에서 그나마 효자 품목인 속옷 상품의 프로그램 수나 시간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어느 한 업체만 선정성 수위나 편성 시간대를 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방송위원회는 홈쇼핑 업체가 공동으로 자정안을 모색하지 못할 경우 형식적으로 이뤄지던 자율 심의를 크게 강화하고 심의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방송 관련 법규의 개정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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