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기기 시장과 환경이 디지털 복합기의 등장과 확산, 컬러화 바람으로 급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오프라인 기기인 복사기가 디지털 및 네트워크화되면서 PC와 연동하기 시작하고 팩시밀리와 프린터, 스캐너의 기능은 하나로 통합되며 부피를 줄이고 있다. 사무기기간 융합은 단순히 공간절약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복사기에서 A4용지 한 장을 출력하는데 드는 소모품 비용은 대략 10원 가량 든다. 그리고 개별 팩시밀리나 프린터의 경우 알지 못하는 사이에 40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프린터·복사기·팩시밀리·스캐너 기능이 합쳐진 디지털 복합기를 사용하면 프린터나 팩시밀리도 장당 10원 정도로 줄어든다. 프린터·팩스의 사용비율에 따라 차이는 발생할 수 있다. 시간의 소비를 계산했을 때 각각의 기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을 하나를 통해 신속히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원본 문서를 필요로 할 때마다 서류함에서 꺼내 복사할 필요도 없어졌다. 보관된 데이터를 네트워크를 통해 언제든지 문서화할 수 있다. 복합기는 수신된 데이터에 가치를 부과할 수 있는 생산적인 기기다. 수신된 정보는 복합기를 통해 언제나 공유할 수 있으며 그 자체에서 가공돼 또 다른 정보를 생산할 수 있다. 공간과 비용, 시간을 절약함으로써 업무의 질적, 경제적 향상을 부가하기도 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레이저 방식의 디지털 복합기 판매량은 전체 아날로그 복사기 판매량의 10%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올 상반기 동안에만 판매된 디지털 복합기 수는 지난 한해 보급량을 앞질렀다.
상반기동안 대부분 회사들의 복합기 판매 성장률이 200∼400%가 넘었다.
복합기의 부상과 함께 시장환경도 크게 바뀌고 있다. 신도리코·한국후지제록스·롯데캐논 등이 주도해온 이 시장에 데이통콤·태흥아이에스·청호컴넷·프릭스·대우텔레텍 등 중견 또는 신생 업체가 복합기를 내세워 사무기기 시장경쟁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프릭스는 올 초 필립스에 3000만달러 공급계약을 달성했으며 대우텔레텍은 팩시밀리 사업을 통해 획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소규모 사무환경에 적합한 디지털 복합기를 개발했다.
또한 아날로그방식 복사기와 디지털방식 프린터로 대별돼온 경계선도 허물어지고 있다.
프린터에 기반한 잉크젯 방식의 저속 복합기에 매진해온 삼성전자가 레이저 방식의 중고속 복합기를 강화하며 국내 대표적인 복사기 업체와 시장 쟁탈전에 나섰다. 복사기업체인 롯데캐논은 잉크젯 복합기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업계 판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잉크젯 복합기는 지난 95년 한국HP가 가장 먼저 시장에 진출하며 60% 이상의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진출하면서 양사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이제 분위기는 마련됐다.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을 유지하거나 발전시켜야 할 시기다. 기존의 강자는 의미가 없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디지털 복합기 시장에서 개척을 통한 수요창출의 기회를 확보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정보를 처리하는 기기가 하드웨어적인 변화를 시도한다면 인터넷 환경을 기반으로 한 정보의 컬러화는 소프트웨어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PC기반의 대다수의 사무작업은 컬러가 바탕이다. 하지만 그동안 문서화된 정보는 흑백 기반이었다.
수신된 팩시밀리는 원본 정보가 컬러여도 흑백으로 출력했으며 이는 복사기, 프린터도 마찬가지다. 컬러 복사기, 컬러 팩시밀리, 컬러 프린터 등이 있지만 그동안의 사무환경에서 보편화된 기기들은 아니었다. 정보의 내용과 전달력 등이 높은 컬러문서는 사무자동화의 피할 수 없는 지향점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송수신되는 정보에는 흑백이 거의 없다. 사진 데이터는 물론이고 텍스트화된 정보들까지 평범한 흑백 데이터는 사라진지 오래다. 당장 각 자가 즐겨찾는 홈페이지 주소를 입력했을 때 검정색의 비중이 전체 웹에서 얼마나 현저하게 낮은 수준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인터넷 기반 환경에서는 흑백보다는 컬러가 더욱 친숙하다.
한 조사기관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컬러 사무기기에 대한 전망이 매우 긍정적이다. 전세계 컬러 레이저 프린터 시장은 2000년 전년 대비 20%의 성장을 이뤘으며 지난해에도 전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산업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약 19% 성장했다.
국내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500대 시장을 형성하던 국내 컬러 레이저 프린터 시장은 올해 1만5000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지속적인 컬러 레이저 프린터 가격하락과 고속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연말을 시작으로 컬러 레이저 프린터는 중속급의 흑백 레이저 프린터 수요를 대체하며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무환경에서 컬러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으며 보급의 최대 걸림돌이던 가격문제가 해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빠른 컬러문서 출력이 요구되는 생명보험업계, 금융업계는 제외하고 일반 사무실에서는 아직 흑백문서 출력량이 많은데 이를 타깃으로 컬러 레이저 프린터 업체들이 흑백속도는 빠르며 상대적으로 컬러속도는 느린 제품을 위주로 가격을 동급 속도의 흑백 레이저 프린터만큼 내리고 있다.
이는 컬러에 대한 수요를 구매로 연결시키기 위한 작업으로 보여지며 컬러 레이저 프린터가 100만원대로 진입함에 따라 구매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 것이다.
사무환경에서 컬러의 대중화는 잉크젯 복합기와 컬러 레이저 프린터로부터 더욱 탄력을 받아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무환경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최종 정착지를 예언할 수는 없지만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에서 사무기기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에 이제서야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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