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이 밀려드는 데도 일손이 달려 생산라인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빠져나가는 내년 3월 이후 발생할 인력대란이 큰 걱정입니다.”
안산공단에 위치한 중견 생활가전업체 김모 사장은 인력부족 현상으로 하루에도 수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3D 기피현상에 따른 인력난의 심각성을 나타냈다.
그는 생산라인을 지켜왔던 현장 직원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고 있는 데다 신규채용 인력마저 3일을 채 버티지 못하고 포기한다고 토로했다. 또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외국인 채용 수요가 늘면서 최근에는 외국인 근로자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하소연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공고 실습생들과 용역전문업체를 통해 충당한 직원들이 라인에 투입돼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핵심 공정을 제외한 간단한 조립은 협력업체에 대한 아웃소싱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심지어 넥타이부대인 사무직 직원들이 요일별로 당번을 정해 현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극약처방까지 등장했다.
이같은 상황은 안산공단은 물론 인천 남동공단, 시화공단 등 국내 제조업의 기반으로 불리는 대규모 공단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문제의 심각성은 한시적으로 머물고 있는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이 내년 3월 대거 빠져 나갈 경우 전국에 위치한 공단내 중소기업들은 ‘인력공동화’ 현상으로 사실상의 휴업사태를 맞이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제조업체에서 근무해 왔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종전 불법체류자들이 근무했던 유흥업소 등 서비스 산업으로 탈출하는 또 한번의 러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7월부터 주 5일 근무제가 본격 시행될 경우 근무환경이 상대적으로 나쁜 중소기업들의 인력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 생활·소형가전업체들의 인력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50∼60대 노인들의 일손까지 구하려는 중소기업들의 인력가뭄에 단비를 내려줄 수 있는 산자부를 포함한 정부부처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중소기업이 안고 있는 최대 고민은 자금난이 아니라 인력난이다.
<정보가전부·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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