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 강국 이스라엘>(1)IT산업 현주소

 이스라엘은 첨단 기술 강국이다. 정보기술(IT)은 말할 것 없고 새롭게 부상하는 생명기술(BT)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중동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나라 이스라엘이 단기간에 이처럼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김종식 KOTRA 텔아비브무역관장의 눈을 통해 이스라엘 하이테크 산업의 실체를 3회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

 <1>: 세계를 무대로

 이스라엘의 기술력이 세계인들의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 4년 동안 이스라엘 하이테크 기업의 해외 매각 규모는 14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기업들 대부분은 미국에 인수됐는데 12건의 대규모 거래 중 11건이 미국 기업에 의한 것이었다. 지난 90년대 중반 이스라엘 기업들은 인터넷과 통신 분야에서 기발한 신기술을 잇따라 개발하면서 미국의 주요 IT 기업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98년에는 20대 청년 3명이 인스턴트 메신저 ICQ를 개발해 아메리카온라인(AOL)에 현금 3억달러를 받고 회사를 매각, 이스라엘에 벤처열풍을 불러 일으키면서 하이테크 역사상 최초의 성공담으로 이스라엘 젊은이들 사이에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이밖에 광네트워크 시스템 업체 크로마티스가 48억달러에 루슨트테크놀로지에 매각됐다.

 이들 거래는 규모면에서 단연 돋보이면서 이스라엘의 우수 인력을 하이테크 업계로 흡인하는 계기가 됐다. 군대에서나 대학에서 하이테크 분야는 최고 인기 분야로 떠올랐다.

 이스라엘 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각광받게 된 데에는 기술력은 물론 기업들의 전략도 크게 작용했다. 이스라엘의 하이테크 기업 중에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연구·개발(R&D)만 이스라엘에서 수행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자금조달과 마케팅이 미국에서 더 용이하기 때문인데 이는 R&D에 힘을 실어주는 근거가 됐다. 창업자들이 기업경영에 어두워도 초기에 이들 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들이 원금회수를 위해 투자사를 나스닥에 상장시키는 데 주력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하이테크 기업들은 지금도 신기술 개발이 완료되거나 글로벌 마케팅 단계로 접어들면 미국 자본시장으로 달려간다.

 이스라엘 기업들의 나스닥 진출은 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됐다. 80년대 10년 동안 나스닥에 상장한 기업이 총 15개사에 불과했던 반면 93∼94년에는 16개사가 나스닥 리스트에 올랐다. 이런 추세는 90년대 후반 더욱 가속화돼 5년 동안 총 46개사가 나스닥과 뉴욕증권 시장에 상장됐다. 그 결과 이스라엘은 캐나다 다음으로 나스닥 진출 기업을 보유한 국가로 부상했다. 2002년 8월 현재 이스라엘 기업들의 미국 증시 진출 현황은 나스닥 93개사, 뉴욕증시 6개사, 아멕스 4개사 등 총 103개사다.

 미국 증시에 진출한 이스라엘 하이테크 기업들의 주가는 IT 붐을 타고 급등했다. 보안 솔루션 업체인 체크포인트의 경우 96년 상장 이후 2달러 수준의 주가를 유지하다 99년 후반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2000년 중반엔 주가가 120달러에 육박, 시가총액이 300억달러를 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IT 기업인 머큐리, 컴버스, 암독도 절정기의 시가총액이 수백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2000년 후반 닥친 경기침체에서 이스라엘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장이 식으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수백달러에 달하던 많은 기업의 주가가 1달러 미만으로 곤두박질쳤다. 간판급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수십억달러로 줄었다. 주가도 10달러대선이다. 이스라엘 하이테크 업계는 실리콘밸리와 같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BT 기업들이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제약사 테바가 미국 증시 진출 기업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으로 부상했다. 지난 82년 나스닥에 진출한 테바는 주가 기복이 거의 없고 시가총액도 2위인 체크포인트보다 50억달러나 많은 88억달러에 달한다. 현재 주가가 30달러를 넘는 이스라엘 회사는 제약업체인 테바와 타로밖에 없다. 하지만 또 다른 BT 벤처기업들이 나스닥 진출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때를 노리고 있다. 특히 뇌중추 신경 조절, 암 치료, 약물전달, 생물정보학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어 머잖아 이들이 90년대의 IT를 대체하는 이스라엘 경제의 견인차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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