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등 하이테크 산업을 이끌고 있는 미국은 예나 지금이나 전세계 IT 엔지니어들이 선망하는 기회의 땅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높은 보수 때문일 것이다. EET가 최근 미국 IT 엔지니어들의 임금 등 고용환경을 조사, 분석한 보고서(IT Engineer Salary & Opinion Survey)에 따르면 올해 미국 IT 엔지니어들이 받는 평균 연봉은 지난해(8만2900달러)에 비해 약 7.4% 상승한 8만9100여달러(보너스 제외)를 기록했다. 이 액수는 우리나라와 인도, 중국 등 아시아 각 국에서 동급 IT 엔지니어들이 받는 평균 연봉(약 1만3500달러, 일본 제외)에 비해 무려 6∼7배나 많은 것이다.
더욱이 전세계 IT 관련 업계가 최근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IT 엔지니어들의 올해 연봉 인상액(약 6200달러)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무엇보다도 인터넷 투자가 한창이던 지난 97년부터 2001년까지 5년 동안에도 미국 IT 엔지니어들의 연봉이 연평균 3560달러 오르는 데 그쳤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올해 미국 IT 엔지니어들이 받는 연봉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최근 각광받고 있는 전자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EDA) 분야 엔지니어들의 평균 연봉이 10만8700달러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또 컴퓨터 및 부품 관련 분야 엔지니어들의 평균 연봉이 9만7000달러를 기록해 공동 2위에 올랐고 통신(9만2600달러), 군사 및 항공(8만5400달러), 가정용 전자(8만1100달러), 계측 및 제어 장비(8만800달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표참조
미국 IT 엔지니어들의 연봉을 출신지역별로 살펴보면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미국 본토 출신의 백인이 받는 연봉이 평균에도 못 미치는 8만8439달러를 기록한 반면 인구 비중(7%)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계 엔지니어들의 평균 연봉이 9만6751달러를 기록해 큰 관심을 끌었다.
또 베트남과 우리나라 출신 엔지니어들(인구비중 3%)도 평균 연봉이 비교적 높은 9만5000달러를 기록했고 인도계(4%)가 9만1500달러, 멕시코계(2%) 8만2500달러, 아프리카계 8만1900달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미국 IT 엔지니어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업종의 부침과 출신지 그리고 일하는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는 가장 기본적인 연봉만 계산에 넣은 것이고 직장인들이 거의 월급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보너스 및 복리 후생 등의 변동 내용까지 연봉에 포함시키면 최근 미국 IT 엔지니어들도 예외 없이 불황의 한파를 톡톡히 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선 올해 미국 IT 엔지니어 중에 절반이 넘는 54%가 보너스를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까지 보너스를 받지 못한 사람보다 16%포인트나 수직 상승한 것이다.
또 최근 미국 나스닥 등에서 주가가 폭락해 스톡옵션에 대한 이점이 거의 사라진 것도 미국 IT 엔지니어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부추기고 것으로 드러났다. 스톡옵션은 IT 엔지니어들처럼 평범한 직원들도 회사 주식을 미리 정해진 가격에 매입해 큰돈을 벌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제공, 90년대 실리콘밸리식 고속 성장을 가능하게 했으나 최근 나스닥 등에서 주가가 폭락해 이것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실제로 최근 EET 조사결과 미국 IT 엔지니어들은 약 60%가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 중에 무려 60∼70%의 스톡옵션 물량이 최근 주가 폭락으로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다고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지막으로 미국 IT 엔지니어들을 옭아매고 있는 것은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다. 지난해부터 미국 IT 기업들이 한꺼번에 수천에서 수만명까지 감원하는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최근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 전자 및 IT엔지니어들의 실업률이 1분기 4.1%에서 2분기에 4.8%까지 수직 상승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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