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공기는 인류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21세기 첨단산업사회에서 주요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도시인들의 생활은 대부분 실내에서 이뤄지고 있으나 실내 공기는 자연 희석률이 부족한 상태에서 반복 순환되고 있고 건축자재에 의한 공기오염도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들어서는 세계 모든 국가에서 에너지절약을 위해 건물의 밀폐화가 가속화되면서 실내공기 중의 오염원 제거 및 정화가 기본적인 생활권의 하나로 인식되고 새로운 시장수요를 확산하고 있다.
이른바 실내공기질(IAQ:Indoor Air Quality)을 유지하는 공기정화산업이 국내서도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종 공기정화 장치의 개발과 보급이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미 우리나라에서 연간 2000억원 규모의 유망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내공기정화와 관련한 산업은 의외로 역사가 짧다. 일반적인 공조시설이 아니라 공기정화개념의 설비시장이 형성된 지도 겨우 10여년 남짓하다. 또 가전 개념의 소형 공기청정기를 제조하는 중소기업이나 수입판매회사가 국내 IAQ시장의 주류를 형성하는 등 내용을 들여다 보면 아직도 성장할 여지가 많다.
일본의 경우 실내공기와 관련한 설비시장규모가 연간 2조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서 산업의 성장단계는 이제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내공기질을 유지하는 산업이 제대로 성숙하려면 국민 1인당 소득 수준이 2만달러는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인들은 그동안 실내 환기란 개념에 아예 무신경했다. 환경적인 문제는 언제나 경제성장의 뒤편에 팽개쳐 놓았다. 한국도 선진국을 바라보는 시점에 올라오게 됐다. 우리도 삶의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숨쉬는 공기의 질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경제적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실내에서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게 지내는 문제는 해결이 됐다. 21세기는 숨쉬는 공기의 쾌적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할 시기다.
과거와 달리 실내공기의 질이 새삼스럽게 문제가 되는 것은 산업화로 인해 외부 공기 자체가 오염된 까닭도 크다. 단순한 환기시설로는 바깥의 더러운 공기와 먼지를 들여오는 결과만 초래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에너지절약을 위해 화학성 보온단열소재가 널리 사용되고 건물 전체가 꼭꼭 밀폐되면서 공기 중에 각종 유해성분이 대폭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다. 일부 대형건물에선 냉방, 온방비용을 줄이기 위해 그나마 설치된 공조시설조차 제대로 가동하지 않아 상주하는 직원들을 하루종일 산소결핍에 시달리게 만들기도 한다.
IAQ설비가 필요한 건축구조물은 국내서도 매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우선 지하철, 지하상가, 지하터미널 등 지하공간과 하늘 높이 치솟는 초고층건물 등 자연환기가 불가능한 주거환경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추세다. 결국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기계식 환기장치를 통해서 공급되는 공기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IAQ는 대형건물에만 필요한 개념이 아니다. 일반가정에도 실내공기의 질에 대한 관리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아파트와 빌라 등 건축물에 나무, 벽돌 같은 천연자재 대신 유기가스를 내뿜는 화학자재가 많이 사용되면서 새로 지은 아파트로 들어가면 몇달씩 머리가 아파 고생하는 사례도 흔하다. 이제 단순한 환기팬 하나로는 거주자들에게 깨끗한 공기를 공급하기가 곤란한 세상이 왔다.
하루의 대부분을 깨끗하지 못한 공기 속에서 생활할 경우 장기적으로 신체 곳곳에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켜 결국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특히 많은 학생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하루종일 먼지투성이 공기를 들이쉬는 국내 교실환경은 나라의 장래를 위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현대인의 생활하는 공간 속에서 IAQ기술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매년 30∼40%씩 성장하는 유망한 환경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본격적인 성장기로에 들어선 국내 실내공기청정 관련업계는 시급한 해결문제가 있다. 우선 실내공기에 대한 정부의 법률인프라를 시급히 정비하는 문제며 또 하나는 각종 공기정화설비의 국산화를 통해 70%에 달하는 IAQ장비의 수입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실내공기 환경기준은 보건복지부와 건설부, 환경부, 노동부의 관련법이 복잡하게 얽혀서 정책적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형편이다. 실내환경 기준치 및 권고치의 설정은 정부부처간의 협의를 통하여 일원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 외국업체가 독식하는 IAQ 내수시장의 실지회복을 위해 국내 산업계의 획기적인 기술투자와 노력이 필요된다.
공기정화기술은 삶의 환경을 개선하는 1차적인 효과 외에도 제조산업이 첨단화할 수 있는 원천기술로서 역할도 제공한다.
21세기 첨단 반도체 제조산업에 있어 공기정화 및 청정기술은 반도체 생산경쟁력 향상에 절대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300㎜ 웨이퍼 시대의 본격개화를 앞둔 메모리산업 분야에서 청정기술은 반드시 완성해야만 하는 핵심으로 평가되고 있다.
제조업체들이 호황에 대비해 파격적인 투자에 나설 경우 반도체 분야에서 청정산업의 시장규모 또한 5000억원에 달해 민수용 IAQ와 산업부문을 합칠 경우 시장규모는 7000억원에 달하며 2∼3년내에 1조원 규모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더욱이 청정산업은 미세 입자오염이 주로 문제가 되는 반도체를 비롯해 액정표시장치, 전자, 신소재, 정밀기계공업, 반도체용 화학약품 등의 제조산업뿐만 아니라 미생물 오염이 문제가 되는 병원, 의약품 공장, 식품공업, 농업 등 모든 산업분야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산업으로 부상했으며 그 중요성 또한 날로 증대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80년대 반도체산업의 성장과 함께 공기청정기술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 지금은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대부분의 부품을 해외수입에 의존하는 IAQ분야와 달리 산업용 클린룸분야에서 국산화율은 80%에 근접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한 산업용 공기정화시장에 대해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신규사업으로 시장진출을 꾀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규모면이나 파급효과면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공기청정산업에 대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하는 대형전시회가 국내최초로 열린다. 국제클린에어텍(iCAT) 전시회가 바로 그것이다.
◇국제클린에어텍(iCAT) 공기청정전시회 개요.
국제클린에어텍은 국내 최초로 열리는 공기청정 및 환경제어 관련 전문전시회로서 그 산업적 의미가 지대하다.
한국공기청정협회와 케이훼어즈가 주최·주관하고 전자신문사를 비롯해 환경부, 산업자원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표준협회,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10여개 단체가 후원하는 국제클린에어텍 전시회는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동안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개최된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공기청전관련 전시회로서 10여개국 80여개 업체가 참가해 최첨단 클린룸 기술과 더불어 각종 공기청정기, 실내공기질(IAQ) 개선을 위한 설비, 장비, 부품, 소재 등이 총출품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 전시회는 국산 클린룸 관련제품의 경쟁력 증진시키고 국산과 외산제품을 한자리에 모아 제품간의 상대비교는 물론 상보적인 관계에서 품질향상을 꾀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데 근본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
또한 업계 및 학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까지 공기청정 및 환경제어 산업의 중요성을 널리 알려 기초기술 개발 촉진과 함께 신규수요를 창출, 국내외 관련기업이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밖에도 전시회와 동시에 9, 10일 양일간 국제공기청정심포지엄을 열어 참관객들이 국내외 첨단기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심포지엄에는 한국, 일본, 독일, 스위스의 학자와 업계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서 차세대 기가급 클린룸 기술동향과 IAQ 연구동향 등 최첨단 연구기술을 소개할 예정이다.
국제클린에어텍 전시회의 특징은 일반인들의 관심을 모을 만한 가정용 공기청정기를 총망라하고 있다. 대부분의 호흡기 질병이 오염된 실내공기에서 비롯된다는 미국환경청(EPA) 및 미국알레르기학회의 조사결과에도 잘 나타나 있듯이 최근들어 공기정화의 중요성이 재차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는 산업용 정화장치 외에도 공기청정기, 산소발생기, 이온발생기, 광촉매 정화장치 등을 일목요연하게 전시, 심각한 수준의 공기오염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한국공기청정협회의 한 관계자는 “공기청정 및 환경제어 기술이야말로 클린룸, 대기환경, 실내환경, 지하공간, 항공기 및 자동차내부 등 모든 공간에서 필수적인 핵심기술”이며 “인류의 당면과제인 환경오염에 대한 효과적 대응책이라는 점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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