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정보기술(IT) 산업을 이끌어온 거대 기업들이 변신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 침체의 충격과 일본의 장기 불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화하는 시장의 요구에 재빨리 대응하고 사내의 각종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사용할 수 있는 구조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파나소닉 브랜드로 잘 알려진 일본의 마쓰시타는 1일 마쓰시타통신공업, 마쓰시타정공 등 5개의 주요 계열사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는 2001년에 4310억엔의 대규모 적자를 냈던 마쓰시타가 사업 개선을 위해 추진한 대규모 그룹 구조조정 작업의 첫걸음이다. 마쓰시타는 1단계 구조조정을 통해 중복 사업을 정리하고 기업의 역량을 한데 모아 개발, 제조, 설비투자 등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또 이렇게 집중된 자원을 바탕으로 다시 각 계열사에 효과적으로 힘을 실어준다는 계획이다.
마쓰시타는 이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전체 그룹을 제품 영역에 따라 14개의 사업부로 재편하는 구조조정 작업을 계속 실시할 방침이다. 마쓰시타는 이들 14개 분야에서 모두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특히 AV, 정보통신, 이동통신, 자동차 관련 전자제품 등을 핵심 분야로 삼고 있다.
NEC도 그룹 내 7개 통신, 네트워크, 시스템 통합(SI) 관련 자회사들을 내년 1월 하나로 통합할 계획이다. NEC의 구조조정 역시 각 계열사에 분산돼 있는 기업 역량을 하나로 집중해 인터넷전화(IP) 등 미래 IT산업의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NEC는 “통신서비스의 다양화, 세계적 경쟁의 격화, 인터넷과 모바일의 융합 등 경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기존의 영역을 넘어서 네트워크에 기반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구조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NEC는 이에 따라 제품별·지역별로 나누어져 있던 네트워크 및 시스템 관련 계열사들을 하나로 통합해 통신, 네트워크, SI 등의 분야에서 기업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경쟁력을 극대화시킨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는 SI 부문의 보강, 광통신·인터넷·무선의 융합기술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NEC는 NEC통신시스템, 미야기NEC, 간사이NEC통신시스템, 규슈NEC통신시스템 등의 7개 자회사를 통합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며 자본금은 10억엔, 2003년 740억엔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그룹 내 통합을 넘어 기업간 통합·합병을 추진하며 역량 집중과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도시바, NEC, 히타치, 미쓰비시 등의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이미 반도체 부문의 합종연횡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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