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사업과 관련해 일본의 엘피다메모리와 미쓰비시, 대만의 파워칩세미컨덕터, 미국의 인텔이 손잡는 3국 4자간 동맹이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이들 회사는 이르면 3일 엘피다, 미쓰비시, 파워칩이 D램 사업통합에 대해 합의하고 세계 최대의 반도체 회사인 인텔이 지분참여를 선언하는 등 회사통합 및 지원에 관한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독일 인피니온테크놀로지, 하이닉스반도체 등 세계 D램분야 4강체제는 장차 엘피다가 새로운 강자로 가세한 5강 체제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왜 제휴하나=시장침체로 퇴출위기에 처한 일본과 대만의 D램 제조업체들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 왔다. 특히 누적적자가 전체 매출의 절반 수준에 육박하는 하위 업체들은 D램 가격회복이 불투명한 현상황에서 특단의 생존대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껴왔다.
더욱이 올들어 삼성전자, 마이크론, 인피니온, 하이닉스 등의 상위 4개 업체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반면 엘피다, 미쓰비시 등 하위업체들의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경우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하위업체간의 제휴는 절실해졌다.
여기에 삼성전자, 인피니온 등이 기존 200㎜ 라인에 비해 칩생산량에서 2.5배나 많은 300㎜ 팹의 본격 가동을 예고함에 따라 내년 이후 상하위 업체간의 생산 및 시장경쟁력 격차 심화를 우려한 하위업체들은 다급해진 실정이다.
◇어떻게 제휴하나=하위업체들은 이의 대안으로 삼성전자, 마이크론, 인피니온, 하이닉스 등의 세계 메모리 시장의 75% 이상을 과점하는 4강 체제에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왔고 이 결과 최근 D램 사업확대를 추진해온 엘피다를 중심으로 미쓰비시와 대만의 파워칩이 가세하는 방식이 추진되고 있다. 우선 NEC와 히타치의 D램 사업부문 통합으로 출범한 엘피다는 미쓰비시의 D램 사업부를 1620만∼2430만달러에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지난 3월에 히타치와 미쓰비시 두회사가 반도체사업부문을 내년 봄까지 통합, 10월중에 최종 계획을 완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어 이변이 없는 한 실현될 전망이다.
여기에 대만의 난야테크놀로지와 모젤바이텔릭에 비해 열세에 처한 파워칩이 지분매각 및 현재 투자중인 300㎜ 팹 제공 등의 방법으로 엘피다 진영에 가세할 예정이다. 이 경우 연구개발 팹 가동 등의 사전준비작업 없이 300㎜ 팹에 투자하고 있는 파워칩은 엘피다의 선진기술 도입이 가능해져 300㎜ 양산팹 가동에 따른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한편 대만 및 타국의 경쟁업체에 대항할 기술 및 생산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통합법인의 순항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자금난을 해소하는 역할은 지난 7월부터 엘피다와 물밑작업을 벌여온 인텔이 담당할 예정이다. 인텔이 공식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인텔은 통합형태로 출범할 엘피다에 300억엔을 보통주 전환방식으로 투자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텔 입장에서는 곧 새출발할 엘피다에 힘을 실어줘 현재의 4강 구도를 5강 체제로 결실화할 경우 D램 수급 안정화 및 차세대 D램 개발 촉진 등의 부가이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인텔은 IMF 상황에서 해외자본 유치에 나섰던 삼성전자에도 1억달러의 투자한 경험이 있다.
◇업계 판도변화 가능한가=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D램 시장점유율은 1위인 삼성전자가 26.99%, 1위 마이크론이 19.06%, 3위 하이닉스가 14.47%, 4위 인피니온이 9.73% 등 4개사가 65.66%를 과점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2000년 25위에서 5위로 껑충 뛰어오른 엘피다 8.53%, 7위 미쓰비시 2.56%, 11위 파워칩 1.68% 등 3개사는 12.77%를 점유했다.
지난해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할 때 엘피다가 통합될 경우 인피니온을 약 3%의 큰 차이로 제치고 4위로 급상승하게 된다. 하지만 올해 2분기 실적을 추산한 아이서플라이 통계자료에는 삼성전자 29.5%, 마이크론 19.6%, 인피니온 13.7%, 하이닉스 13.1%, 엘피다 4.9%, 파워칩 1.8%, 미쓰비시 약 1% 등으로 나타나 엘피다, 파워칩, 미쓰비시의 점유율을 합쳐도 약 7.7%에 불과하다.
이는 상위 4사의 75.9%의 10분의 1 수준인 데다 지난해 3위에서 4위로 내려앉은 하이닉스와도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고 작년 엘피다 단독의 점유율보다 낮은 5위에 머무르게 돼 업계에 미치는 파괴력이나 파급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측은 “상위 4개 메모리업체의 과점체제가 강화되면서 이를 견제하기 위해 최근 적자누적으로 퇴출위기에 몰린 엘피다를 살리려는 움직임이지만 단기적으로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에는 하위 업체의 통합효과가 크지 않겠지만 향후 2, 3년 내에는 업체 통합으로 인한 과당 경쟁해소, 생산물량의 탄력적인 조절 등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과점견제 및 시장 안정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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