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 파는 증시…" 또 연중 최저

 반등 분위기를 이어가는 듯했던 국내 증시가 급락세로 돌아서며 또다시 연중최저치를 경신했다.

 특히 코스닥지수는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하면서 바닥권 설정을 무의미하게 하고 있다.

 30일 거래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전주말 대비 17.30포인트(2.61%) 하락한 646.42로 마감돼 지난해 12월 21일(644.71) 이후 9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밀려났다. 코스닥지수는 지난주말 보다 1.81포인트(3.73%) 떨어진 46.71을 기록해 9월 들어서만 다섯번째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또한 코스닥지수는 작년 9월 17일 기록한 46.05에 근접하며 사상 최저치마저 경신할 태세다.

 이날 증시 급락의 이유는 미국의 경제 지표 둔화, 기업실적 악화, 전쟁발발 가능성 등 3대 악재가 여전히 투자심리를 억누르고 있는 가운데 전주말 미국 증시가 재차 급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27일(현지시각) 미 증시는 GE, SBC커뮤니케이션 등 블루칩들이 실적악화 전망 및 대규모 감원 계획을 내놓으면서 다우지수가 295.67포인트(3.7%) 급락한 7701.45로 마감됐다. 나스닥지수도 22.53포인트(1.84%) 떨어진 1199.08을 기록, 1200선이 무너졌다.

 특히 미 증시에서 정보기술(IT)주를 중심으로 실적 악화 전망이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IT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부분 종목에 외국인과 기관들의 손절매 물량이 나오면서 주가를 나락으로 빠뜨리고 있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 종목이면서 IT대표주인 삼성전자는 그동안 지지 여부로 논란이 일었던 30만원선이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이날 삼성전자는 지난 주말에 비해 3.55% 떨어진 29만8500원을 기록했다. LG전자와 삼성SDI도 각각 8.38%, 4.86% 떨어져 거래소 주가하락을 부채질했다. 하지만 미래산업, 디아이 등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미 증시에서 관련주들이 소폭 상승세를 유지한 데 힘입어 큰 폭으로 올랐다. 삼성전자도 30만원선이 무너지긴 했지만 D램가격 상승, 대만 반도체주 급등 소식으로 장후반 들어 낙폭을 조금씩 만회했다. SK텔레콤, KT 등 거래소 통신주들은 외국인 매수세가 공격적으로 이어지며 강보합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코스닥 IT주들은 눈에 띄게 오르는 종목없이 홈쇼핑주들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종목이 급락세를 연출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향후 증시에 대해 반등 모멘텀인 미국시장의 회복 여부가 불투명해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거래소시장은 소폭 등락을 거듭하면서 바닥을 다질 확률이 높지만 코스닥시장은 외부 문제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기업들의 실적 악화, 개인들에 국한된 수급구조 등으로 사상 최저치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필호 신흥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지표 둔화 등 전세계 증시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문제들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데다 코스닥시장이 실적악화 지속 등 내부 악재에 시달리고 있어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투자심리와 더불어 전문가들의 시각도 급격히 냉각되고 있지만 기술적 측면에서 반등 영역에 진입해 있어 단기적 상승 기대감은 여전히 상존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도 투매에 가담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민상일 한화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급락하고 있으므로 투자자들은 위험 회피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증시 반등의 가장 큰 모멘텀은 낙폭과대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신규 투자를 권하기는 힘들지만 보유중인 주식을 급하게 매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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