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주는 것과 투자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쉽게 생각하면 투자는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투자금 이상의 수익을 노리는 데 있어 단순히 빌려주는 것과 차이가 있을 것이다.
국내 벤처기업의 돈줄이던 에인절, 창투사 등은 모두 단순히 빌려주는 차원이 아닌 투자의 개념으로 벤처기업에 자금을 투자해왔으며 그 결과 일부는 큰돈을 벌고 일부는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리기도 했다.
최근 이제 막 성장가도에 있는 국내 음성기술 벤처기업이 외국계 투자사의 투자금 회수문제로 곤경에 처했다.
한 음성기술벤처기업은 투자사로부터 2000년 7월에 투자받은 자금 4억원을 회수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주주간담회 미개최와 주요안건에 대한 미협의 등으로 투자사가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
그러나 벤처입장에서는 이같은 이유가 투자금을 회수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며 따라서 계약서에 명시된대로 논의를 거쳐 시정을 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투자사의 갑작스런 회수통보에 대해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더구나 지난해까지 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흑자기조에 접어든 벤처사는 현재 투자사측이 요구하는 자금을 지불할 경우 심각한 자금난이 불가피해 이같은 투자사의 행동에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
한 벤처회사 사장은 “투자회사가 벤처기업에 투자한지 만 2년도 안되어서, 그것도 이제 본격적인 매출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갑작스레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것은 이해가 안간다”며 “이제 막 성장하려는 기업의 사활에 아랑곳 없이 사채와 다름없이 자금만 회수하려는 태도는 투자사로서의 행동이라고는 볼 수가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 회사에 투자한 또 다른 투자사도 갑작스런 자금회수에 대해 당황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투자한 돈을 회수하려는 것은 투자자의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지만 이자 붙여서 내 돈만 찾고 기술벤처의 생사여부는 모르쇠하는 투자사의 모습은 결코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 벤처회사 사장은 “아직도 자금을 회수하겠다고 통보한 투자사와 좋은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 그저 작지만 탄탄한 벤처기업을 일궈내고 싶다”고 현재의 심경을 내비쳤다.
<엔터프라이즈부·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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