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m폴리틱스 시대가 온다

 ‘이동 전자정치(m폴리틱스) 시대가 열린다.’ 최근 영국의 두 곳의 지방자치단체가 세계 최초로 단문메시징서비스(SMS)를 이용한 전자투표를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전자 민주주의(e데모크러시)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이동 민주주의(m데모크러시)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이정표로 해석하고 있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컨설팅 회사 가트너그룹은 이를 계기로 m폴리틱스의 가능성과 문제점을 분석한 보고서(SMS voting is a first step toward mobile democracy)를 발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지난 5월 영국의 셰필드와 리버풀 등 두 곳의 지방자치단체는 SMS를 전자투표 방식의 하나로 채택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전세계적으로 인터넷과 키오스크, 전화 음성응답(IVR) 시스템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전자투표를 실시한 사례는 있지만 이를 SMS로 확대한 것은 영국이 최초다.

 선거에 앞서 투표자들은 유권자를 식별하는 고유번호(ID)와 암호, 후보 목록을 제공받았다. SMS 투표는 개인 ID, 암호 및 후보자 코드를 기록하는 간단한 문자 메시지를 전송하는 것으로 수행됐다. 이를 통해 m폴리틱스의 가능성과 한계를 정리해 보기로 한다.

 △SMS를 사용할 줄 모르는 투표인 수는 2만명을 넘지 않았다. 이 숫자는 지역에 따라 총 투표자 수의 6∼11% 범위에 들었다. △SMS 투표자들은 인터넷이나 전화를 사용한 투표자들에 비해 연령층이 낮았다. △SMS는 전화나 인터넷 투표 방식에 비해 인기가 없는 채널에 속했지만 지역에 따라 인기도에 차이가 있었다. △시민은 새로운 채널의 사용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새로운 채널이 시민의 투표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진 못했다. 영국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의 가치와 정치적 영향에 대한 시민의 인식이 투표 수단에 비해 투표율에 훨씬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믿고 있다. △투표권자와 정당 모두가 새로운 투표 방식을 취할 경우 보안에 구멍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점과 사기 행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이번 실험에서 이러한 약점이 현실로 드러난 명확한 증거는 없었다.

 우리의 관점에서 SMS는 특별히 사용자에게 친숙한 채널도 아니고 투표에 쉽게 응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최근 영국 지방정부들이 앞다퉈 시행하고 있는 실험 프로젝트에서 투표인들이 보인 관심의 수준은 이동전화가 미래의 전자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매우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이른바 m폴리틱스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동통신 기술이 전자정치를 실현하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보안, 인증 및 익명성=투표 채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본 요건 중 하나는 안전하고 익명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SMS가 보안성이나 익명성이 그리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각 정당과 선거 실험을 운영하는 기관 모두가 아직 이 문제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모바일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다음과 같이 보안 및 익명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것으로 믿고 있다.

 ◇SMS의 유용성=일반적인 SMS 사용자들에겐 장애물이 되지 않겠지만 상당수의 국민은 SMS를 이용하기 힘들어 할 것이다. 유용성 문제는 SMS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에겐 별도의 투표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이상적인 솔루션은 아니다. 모바일 단말기와 네트워크의 발전은 유용성 문제 해결에 많이 기여할 것이다. △자바2모바일에디션(J2ME)과 같은 모바일 코드 기술은 보다 지능적이고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것이다. △미래에 등장할 WAP 버전과 관계형 신 클라이언트 기술도 비록 가격이 비싸고 사용자가 제한적이긴 하겠지만 SMS보다 편리한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할 것이다.

 ◇참여와 인구 통계=가장 흥미로우면서도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투표 수단의 장점은 투표자 통계에 끼치는 영향이다.

 SMS 및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채널은 젊은 층이 선호한다. 이는 특정 연령층의 투표율이 높아지면 일부 정당에는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시민의 정치 유세 접근 가능성은 어떤 채널을 이용하는가에 많이 좌우될 수 있다. 전체적인 영향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들(투표 채널 포함)에 의해 좌우된다. 예를 들어 SMS와 함께 IVR를 제공하면 노년층에 대한 접근이 수월해질 것이다. 이러한 이슈의 결과는 아직 구체적으로 검증되진 못했다.

 ◇서비스 품질 및 전달 보증=소규모로 이루어진 영국의 실험에서 해결되지 못한 문제 중 하나는 서비스 품질 및 전달의 보증이다. 모바일 메시징은 결코 완벽하지 못하며 고의적이든(예:서비스 거부 공격의 형태) 우발적인 것이든(인기 TV 게임쇼에서 대화식 SMS 경기를 진행했을 때) 네트워크의 부하가 용량을 초과할 수도 있다. 특히 모바일 메시징이 대규모 전국 투표에 사용된다면 해결해야 할 문제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지적할 수 있다.

 △어떤 시점의 투표를 합법적인 투표로 볼 것인가. 단순히 메시지를 전송한 시점인가, 아니면 메시지 전달이 끝난 뒤인가. △네트워크가 과부하에 걸려 투표가 지연될 때에 대비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가. 이 문제는 특히 투표 마감 시간이 임박한 경우 매우 중요해진다. 전자투표 채널을 더 많이 사용할 수록 각 정당은 투표 마감 전에 예상 결과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으며 마지막 지원을 고무하기 위한 보다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져 투표 마감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네트워크 정체 가능성이 높아진다. 해결 방안에는 투표자 교육, 네트워크 정체시 투표 시간 연장 조항 및 투표 결과가 네트워크 상의 이벤트에 의해 영향을 받았는지 평가하는 감사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비용=이는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사용자 비용:모든 사람이 동일한 투표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SMS를 전송하는 데는 돈이 들며 보다 정교하고 편리한 모바일 기술(예:MMS)이나 자바 폰 등은 단말기 비용 상승 또는 운용비용 상승을 불러일으킨다. 일부 시민은 이런 것들을 이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 문제는 모바일 채널이 전통적인 채널을 보완할 뿐 대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 운용비용:최근 영국에서의 실험 프로젝트는 정부의 후원을 받았기 때문에 비용은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다채널 민주주의를 위해선 전통적인 투표 방식 이외에 몇 가지 새로운 채널이 필요한데 이는 상당한 비용이 들 것임을 의미한다. 새로운 채널들이 일부 비용을 절감해 줄 가능성도 있지만(예:선거 관리 및 수작업에 의한 개표에서) 우리는 이러한 것들보다 상승된 운용 및 지원비용이 더 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보상=유권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불법에 속한다. 하지만 모바일 기술 및 모바일 비즈니스 시스템은 정당의 허용 가능한 행위의 한계를 테스트할 새로운 형태의 보상을 제공할 것이다. 예를 들어 벨소리, 모바일 게임 또는 팝 스타의 공연을 실황 중계하는 MMS 등의 서비스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정치 이외의 분야에서 유권자들은 이러한 것들을 돈을 내고 구입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자신의 광고(유세)를 본 대가로 이러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 또는 허용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문제다.

 ◇정치자금 조달=모바일 네트워크는 아직 다른 광고 분야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소액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보다 다양한 수혜자들에게 훨씬 작은 금액의 기부금을 훨씬 많은 기부자들로부터 모금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정치적 명분으로 헌금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예:듣거나 보면 요금이 부과되는 메시지)을 제공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정치 헌금을 추적하는 당국에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으며 특히 이러한 헌금이 공식 정당이 아닌 비공식 지원 조직에 증여될 때는 더욱 그렇다.

 ◇기타 정치 활동=모바일 단말기는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 협업 및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한다. 일례로 시간과 위치에 따라 일시적으로 형성되는 커뮤니티를 생각할 수 있다. 정당이 이러한 메커니즘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해도 괜찮을까.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나.

 예를 들어 시골길을 걷고 있는 모바일 단말기 사용자에게 “지금 걷고 있는 멋진 시골길의 풍광이 이제 곧 ‘특정 정당’ 때문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귀하의 대의원에게 저항의 뜻을 담을 메시지를 보내고 ‘시골길 보호’ 캠페인에 기부금을 보내려면 확인을 누르십시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허용해도 좋을까.

 일부 국가에서는 이러한 주제에 대한 논의를 이미 시작했다(예:미국의 연방 선관위가 SMS 캠페인 메시지에 대해 내린 판결). 하지만 우리는 이 주제가 앞으로 수 년 동안 관심 분야로 남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론=유용성과 보안상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선거 관련 실험은 유권자들이 SMS와 같은 채널에 흥미를 갖고 있음을 증명해 주었다. 우리는 장래의 모바일 단말기와 기술이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투표용 플랫폼을 제공해 줄 것이며 다채널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는 동시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들이 법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정치활동의 한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을 정비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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