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의 보급을 앞당기기 위해 미국의 정계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미 하원의 에너지·상무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2007년 이후 아날로그 TV 송출 중단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LA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보급돼 있는 대부분의 TV는 2007년 이후엔 무용지물이 된다.
미국 공화당의 W J 터진 의원과 민주당의 존 딘젤 의원은 2006년 12월 31일까지 현재의 아날로그TV 방송을 중단토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안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디지털TV나 셋톱박스 등 관련 장비에 대한 수백만대 규모의 신규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터진 의원은 “이 문제가 시장논리로 해결된다면 최선이지만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정치적 리더십을 통해 소비자에게 유익한 디지털TV 전환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계와 소비자단체에선 즉각적으로 이 법안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법안이 청문회를 거쳐 투표에 붙여지기까지 수개월 동안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새로 추진되는 법률은 방송 디지털화의 최종 시한을 2006년으로 확정하고 이를 연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 의회는 지난 1996년 이미 2006년까지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하고 디지털 방송만을 송출하도록 시한을 정한 바 있다. 그러나 높은 가격, 셋톱박스의 호환성 문제, 디지털TV용 프로그램의 부족 등으로 디지털TV의 보급은 아직 300만대 정도에 그치고 있다. 또 방송국의 3분의 1 정도만이 디지털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디지털TV 보급이 지지부진해 2006년까지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송국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의회와 정부가 디지털TV 전환을 서두르는 것은 경제적 이유 때문. 방송국이 디지털TV로 전환하면서 기존의 아날로그 주파수를 반납하면 정부는 이 주파수 대역을 경매에 부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TV 주파수는 주로 무선 인터넷 서비스 등을 위해 쓰일 예정이며 경매액은 수십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법은 방송국이 자사 송출 권역의 디지털TV 보급률이 85%에 이를 때까지 아날로그 방송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는 기술을 시장에 강요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소비자단체들은 이 법안이 소비자 부담을 증가시킨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기존 아날로그TV를 가진 시청자는 디지털TV나 디지털 변환기를 새로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방송 장비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 방송사들도 불만스럽긴 마찬가지다.
한편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마이클 파월 의장도 디지털TV 보급을 재촉하기 위해 지난달 2007년까지 모든 디지털TV에 디지털 튜너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역시 현재 미 하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법안과 같은 흐름에 있는 것. 차이가 있다면 FCC의 조치가 방송국의 손을 들어주고 가전업계에 부담을 안긴 것이었다면 이번 법안은 방송국에 부담을 지운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와 의회는 방송국이나 가전업체 등 당사자 모두에게 사탕을 주는 한편 쓴 약도 같이 먹도록 하고 있다”고 평했다.
또 터진-딘젤 법안은 FCC의 조치와 마찬가지로 영화·음반업체들의 이해를 반영, 저작권 관리에 관한 내용들을 강화했다. 이 법안은 FCC로 하여금 콘텐츠 업체들과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불법복제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을 공동 개발하도록 중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상파 프로그램의 불법복제를 방지하기 위한 ‘방송깃발’ 기술을 2006년 1월부터 모든 디지털 기기에 적용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국제 많이 본 뉴스
-
1
“너무 거절했나”... 알박기 실패한 中 할아버지의 후회
-
2
올가을 출시 아이폰17… '루머의 루머의 루머'
-
3
재벌이 뿌린 세뱃돈 받으려다 4명 압사... 캄보디아 비극
-
4
새들의 둥지 꾸미기... 유행템은 '뱀 허물'?
-
5
소고기·치즈·버터 8개월 먹은 남성... “손바닥 누런 기름이?”
-
6
트럼프, 中 딥시크 AI 개발에…“긍정적, 美에 경종 울려야”
-
7
“90억명 대이동 시작됐다”...중국 춘제 '귀성전쟁'
-
8
“우리 멍멍이 귀엽지”… 개 사진 자랑했다 딱 걸린 마약 카르텔
-
9
“야자수 위에 눈이 내린다고?”…美 남부를 강타한 기록적 폭설 [숏폼]
-
10
덴마크 떨게 한 트럼프의 '그린란드 집착'... “45분간 총리와 설전, 끔찍한 수준”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