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닥 업체들의 최대주주 변경이 잦아지고 있다. 코스닥증권시장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까지 98건이던 최대주주 변경이 올들어서는 9월 중순까지 110건에 달할 정도로 증가했다.
이처럼 올해 최대주주 변경이 늘어난 것은 경기침체로 기업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최대주주와 CEO들이 M&A시장에 지분을 넘기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일부 신규 등록기업 가운데는 최대주주들이 등록 후 1년 동안 지분을 넘기지 못하는 보호예수 규정을 피하기 위해 지분을 미리 넘기는 예약매매도 성행하고 있다.
물론 최대주주의 자유롭고 합법적인 주식거래는 문제가 될 게 없다. 하지만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지분 변경의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언가 개운치 않은 구석이 많다. 최근 부도를 맞고 코스닥 퇴출을 앞둔 U사의 경우 전 최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인 K씨가 지분을 넘기기 전에 수십억원의 담보대출을 받은 후 이를 갚지 않아 회사가 자금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주주가 2주일 만에 2번이나 변경된 H사는 지분 변동 과정에서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장외에서 주식을 거래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었다.
예약매매 사례 중에는 자금력이 없는 회사가 코스닥기업을 인수한 후 내부 자금을 전용해 회사를 엉망으로 만들어놓기도 했다. 내부자 거래도 문제다. 최근 들어 내부자 거래 때문에 대주주나 경영자들이 구속된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일련의 행위는 단순히 해당 기업과 투자자에게만 손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다. 최근의 코스닥 침체도 이런 기업 최대주주나 경영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코스닥에 진입하려는 대부분의 IT벤처는 회사를 위해 정열과 애정을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그러나 일부 기업인의 그릇된 행동이 이들의 코스닥 진입을 더욱 어렵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추석 명절에 고향을 찾아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고향에 대한 애증이 사랑으로 승화되고 가족에 대한 애틋함도 더욱 깊어졌을 게 분명하다. 기업에 대한 경영자나 주주들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대상이 아니라 사랑의 대상으로 승화될 때 벤처업계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도 조금은 사그라들지 않을까.
<디지털경제부·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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