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폭이 크다는 이유로 국방정보화사업 입찰 포기사태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사업예산 산정 기준의 변경을 둘러싸고 SI업계와 관련 부처의 입장이 맞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I업계는 국방정보화 관련 컨설팅 프로젝트의 예산이 실제 사업수행 원가와 노임 단가에 비춰볼 때 매우 낮게 책정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국방부와 기획예산처 등은 법에 명시된 사업대가와 인력비 단가 기준에 따라 예산을 책정하느니 만큼 업체들의 요구 수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논란 배경= 현행 국방정보화 프로젝트 예산 책정시 적용되는 소프트웨어사업대가 기준은 ‘정보통신부 고시 2000-13호 및 2001-5호’의 제8장 정보전략계획수립비의 산정 기준이다. 이 기준에 따라 사업발주처는 계획수립의 난이도 등을 정한 뒤 ISP 수립비용을 산정하게 된다.
ISP 수립 난이도는 특히 최저 0.4에서 최고 1.6까지로 정해져 있지만 난이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발주처와 업체간 예산금액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예컨대 난이도 산정과정에서 사용자 참여도를 고려해 민간업체 측이 1.4로 잡으면 전체 금액이 40%가 증가되는 반면, 사업발주처가 0.6으로 반영하면 전체금액에서 40%가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또 발주처는 공공기관의 인력비 산정시 과학기술부 단가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나, 민간기업에서 컨설팅 단가는 전문성에 따라 2000만∼5000만원이 통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급인력 기준으로 과기부의 인력비 기준 단가는 830만원대다.
◇SI·컨설팅 업체들의 주장=국방 정보화를 위한 컨설팅 예산이 사업수행에 소요되는 원가의 20%에도 못미칠 정도로 너무 낮게 책정돼 있어 큰 폭의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게 민간업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즉 정부의 인력비 기준 단가에 맞춰 인력을 투입해야 하지만 민간업체로서는 사업발주처의 컨설팅 업무를 만족시키기 위해 컨설턴트와 전문인력을 중심으로 투입하다보니 실제 사업수행비가 책정된 예산의 몇배 이상 소요되고 있다는 것이다.
SI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이례적으로 두차례나 유찰된 ‘국방 동원업무 BPR 및 ISP 수립사업’의 경우 2억원에 발주됐으나 국방 관련 연구기관에서 당초 용역비를 산정한 결과 4억∼5억원대에 달했다”며 “발주처가 연구기관이 산정한 금액을 다시 조정하다보니 금액차이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업체들이 산정한 이 사업의 컨설팅 용역비는 12억원대였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업발주처가 아닌 관련 연구기관에서 객관적인 ‘ISP수립 난이도’ 기준을 정해 주는 게 필요하다”며 “이같은 객관적인 ISP수립 난이도를 바탕으로 예산책정과 인력투입이 이뤄진 뒤 사업주관기관에서는 더이상의 예산조정(삭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국 입장=국방부 측은 일단 ISP수립 예산이 정부의 소프트웨어사업대가 기준과 인력비 단가 기준에 맞춰 예산을 책정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SI업체들이 ISP 수립 난이도를 높게 잡고 외국계 컨설턴트들을 활용하려 하기 때문에 금액 차이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최근 내년도 예산부터 업계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국방정보화사업 예산 실태와 사례를 파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국방부 측은 관련 자료를 작성해 기획예산처에 보고할 계획이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소프트웨어대가기준 등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기획예산처가 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또 “컨설팅 노임단가가 현실에 맞춰지면 좋겠지만 기준을 무시하면서까지 민간업계의 단가를 적용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소프트웨어사업대가 기준 등의 개선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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