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9·11테러 이후 중단했던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 도입을 재추진하는 가운데 아직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대한항공도 빠르면 1, 2년 후 도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는 그동안 다른 업종보다 앞서 다양한 업무에 정보시스템을 활용해왔지만 이를 전사적으로 통합하는 ERP 도입은 상대적으로 늦춰왔다.
이에 대해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항공사 내부 시스템은 화물·객실·정비·지원 조직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데다 조직간 이질성도 높아 통합이 여의치 않다”며 “선진 항공사들도 업무통합이 힘들어 일단 재무와 구매 등 일부업무의 통합만이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황=대한항공(대표 심이택 http://www.koreanair.com)은 올초 재무분야에 초점을 둔 ERP구축을 추진하면서 외부 자문을 받았지만 일단 보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컨설팅 결과 업무절차의 표준화가 힘들고 데이터 분산이 너무 많아 바로 패키지를 도입하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신화물시스템을 웹환경으로 교체하는 등 현재 시스템에 신기술을 접목하는 작업부터 시작하고 있다.
2년 전부터 ERP 도입을 검토한 아시아나항공(대표 박찬법 http://www.flyasina.com)은 9·11 이후 사업 자체를 포기했다가 최근 재검토에 돌입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예산을 배정받지 못해 구체적으로 공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내년 예산을 배정받도록 내부적으로 준비중에 있다”고 말했다.
◇전망=이르면 1, 2년 내 항공업계에도 ERP도입이 개시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ERP도입에 앞서 먼저 데이터통합을 위한 통합데이터베이스 구축과 기업정보포털(EIP)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시스템이 복잡해 하나로 통합하기 힘들다면 일단 내부고객이 다양한 시스템을 하나의 화면에서 볼 수 있도록 지원해 업무 효율화부터 추진하자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사용중인 그룹웨어를 업그레이드하든지 별도의 솔루션을 도입할 것인지를 결정해 내년부터는 EIP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특히 EIP구축 이후 ERP도입을 검토한다는 입장이어서 이르면 내후년쯤 ERP도입이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이에 비해 아시아나항공은 이르면 내년에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일부 조직을 대상으로 ERP를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지만 내년 예산 책정에 ERP 구축비용이 포함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운항정비시스템·케이터링·일반관리시스템 등으로 나눠진 항공업무를 모두 통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정비를 주축으로 구매·회계 부문을 통합하는 것부터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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