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주년특집>새로운 20년-신기술이 `산업지도` 바꾼다

 디지털혁명의 바람이 거세다. 숨 돌리기가 어려울 만큼 힘차고 빠르다. 다가오는 20년 후의 미래는 그래서 더욱 예측을 불허한다. 분명한 것은 지난 20년의 변화보다는 앞으로 20년의 변화속도가 빠를 것이고 이 변화의 물결을 타고 넘어야만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토플러는 이미 20여년 전부터 ‘제3의 물결’이라는 새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그가 말하는 제3의 물결은 정보혁명의 물결이다. 세계를 하나로 묶으면서 정보를 먼저 얻는 사람이 풍요를 누릴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변혁은 가히 혁명적이라는 것이다. 산업혁명 초기에 어쩌다 돈 많은 지주가 재빨리 산업자본가로 변신한 예도 있으나 대부분의 농토를 기초로 한 자본가들은 파멸되고, 귀족이 몰락하고 새로운 정치귀족이 생겨나는 등 사회가 완전히 탈바꿈했다. 불확실성으로 둘러싸여 있는 디지털혁명의 세계에서도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해야만 적자생존의 세계에서 우뚝 설 수 있다.

 이제 디지털혁명기로 대변되는 미래에 대비해야 할 때다. 새로운 20년의 변화를 타고 넘기 위해서는 미래를 이끌 기업과 기술 그리고 이를 이끌어 나가고 창조해 낼 인재가 필수적이다. 세계를 내다보는 기업(경영주체)과 미래를 예측하는 인재가 결합했을 때 비로소 디지털혁명시대를 가동시키는 기술과 동력이 만들어질 것이다.

 정보기술(IT)이 급진전되고 있는 디지털경제 사회를 주도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세계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글로벌기업이 돼야 한다. 글로벌기업은 유력 경영컨설턴트들이 제시하는 공통적인 명제가 된 지 오래고 이미 많은 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목표점이다.

 새로운 디지털혁명시대에는 불확실성으로 덮여있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미래를 예측하는 몫은 누구일까. 사람이다. 때문에 세계는 미래를 짊어지고 갈 주인공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글로벌화와 디지털화에 맞는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 경쟁력의 원천도 물적자원에서 인적자원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21세기 디지털혁명시대에는 국가 경쟁력을 재는 척도도 그 나라가 보유한 인적자원의 수준으로 판명된다. 지식을 창의적으로 습득하고 활용할 수 있는 유능한 인적자원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는 논리다. 사람과 지식, 즉 인적자원을 21세기 국가발전의 핵심 역량으로 규정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개발·활용해야 한다.

 국내 IT산업은 지난 20년간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며 세계 선진국 대열에 우뚝 올라섰다. IT업계는 지난 80년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반도체 산업에 싹을 틔우고 20년만에 메모리분야 세계 최정상이 되는 신화를 일궈냈다. 선발 일본의 견제로 그동안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를 수없이 겪어온 가전산업도 이제 일본을 추월할 만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 급변하는 세계 통신산업환경 속에서도 한국은 국운을 걸고 CDMA를 선택, 어느덧 CDMA 종주국으로 자리잡았다. 그뿐 아니라 범국가적인 통신인프라 확충을 통해 세계 최고의 통신인프라를 갖추었으며 세계 각국으로부터 정보통신 테스트베드로 칭송받기에 이르렀다. 가전과 통신산업의 꾸준하고 급속한 발전과 함께 한국은 이제 반도체를 비롯한 각종 부품의 공급기지화가 되고 있다. 또한 실리콘밸리에서부터 불기 시작한 인터넷과 벤처붐은 선진화된 통신인프라를 갖춘 한국을 IT강국의 대열로 올려 놓았다. 특히 삼성전자의 휴대폰 애니콜과 LG전자의 에어컨 휘센은 그동안 세계시장을 호령해온 선진기업들을 제체고 세계 최고의 명품반열에 올라 만년 2류의 한국 브랜드와 이미지를 일신시켜주었다.

 그러나 지금부터다. 비록 지난 20년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지만 다시한번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국을 선진국 대열로 올려놓은 1등공신인 IT업계에는 앞으로 20년동안 초일류국가, 초일기업으로 도약시키는 과제가 주어져있다. 업계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과 세계시장을 제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다. 하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다. 디지털혁명이 성숙되면서 세계 정치·경제·사회·문화가 급변하고 있다. 디지털기술의 발전으로 전통의 모든 영역이 허물어지고 있으며 기술적·산업적 융합바람이 거세다. 투명성과 주주이익을 내세우며 기업경영의 전형으로 추앙받던 미국식 경영체제도 비틀거리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스타 CEO들의 평가도 새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기존의 모든 가치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새로운 시대와 환경에 걸맞은 경영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기존의 성과에 연연해하지 않고 신산업을 개척, 육성해야 한다. 무엇이 우리의 강점이고, 무엇이 우리의 약점인지를 면밀히 파악해 전략산업과 품목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변화와 위기의 시대에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끊임없는 도전과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가오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선 인재발굴과 인력양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인적자원의 경쟁력이 세계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 2000년 IMD 국제경쟁력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한국의 인적자원 경쟁력은 조사대상 47개국 중 27위에 그쳤다. 한국생산성본부가 2000년 12월 발표한 98년 기준 ‘생산성 국제비교’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의 생산성을 100으로 볼 때 일본은 103.5, 미국은 143.8을 기록했으며 서비스업의 경우는 더욱 심해 일본이 163.7, 미국이 232.3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인력양성을 위해 핵심 전략 분야에서 신기술을 개발해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고급 인력 양성 및 개발, 활용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우선 인적자원개발회의를 중심으로 인력양성 인프라 구축을 위한 총괄 조정체계를 구축하며, 중장기 전략분야 인력수급 전망체제 및 인력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키로 했다. 또 경쟁력있는 핵심기술분야에 R&D를 집중 투자하고 산학연 협력을 통한 현장성 있는 인력양성기반을 마련하며 국가 전략분야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기초과학 육성을 강화하고 우수인력 유인체제를 구축한다. 국내 양성이 어려운 고급인력은 국제공동연구사업을 추진하거나 해외기술원천지에 연구거점을 확보하는 등 해외양성 및 유치 방법도 사용키로 했다.

 기업들 역시 핵심 인력양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은 해외 현지에서 우수인력 찾기에 나서는 등 국적을 가리지 않고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인재양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인력수급 불균형이다. 여성인력의 활용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데다 이공계의 기피현상까지 겹쳐 있다.

 현재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7.4%로 선진국의 50∼60%에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여성인력 활용 확대를 위해서는 육아문제 해결을 우선시하는 등 여성 인력의 경제활동 참여에 수반되는 비용을 사회가 분담해야 한다는 게 여성계는 물론 일반 기업의 생각이다.

 인력수급 현황을 살펴보면 이공계 지원자들이 점점 줄어들며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사회문제화되는 것은 국가의 근간이 되는 기술적 기반을 이해할 수 있는 인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기 때문이다. IT의 새로운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선 이러한 인력의 불균형을 하루빨리 해소하면서 진정한 파워엘리트들을 양성해야 한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