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이면 ‘벤처의 공동무덤’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벤처바람을 타고 출현한 벤처기업들이 하나둘씩 쓰러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우울한 소식속에도 내실있는 기업들은 빛을 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고객관계관리(CRM) 전문업체인 디지엠시스(대표 이준필)가 좋은 사례다. 이 회사는 e전이(transformation)의 발전속도와 궤를 같이 하며 성장하는 전형적인 e비즈니스 솔루션 전문기업이다. 초창기 CRM을 비롯한 지식기반 솔루션에서 시작해 이제는 데이터웨어하우징, 데이터베이스마케팅, 콘텐츠관리시스템 등 기업 변화를 추동하는 핵심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가 40여명이라는 작은 규모에도 알차게 각종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지난 2000년부터 부설연구소를 설립해 솔루션을 직접 개발한 덕분이다. 디지엠시스는 부설연구소 설립 이후 eCRM, 웹메일, OLAP 등을 개발했으며 이 분야에 3개의 특허출원도 해놓은 상태다. 이 때문에 일단 외부평가가 좋다. 2002년 정보통신부 지정 유망중소정보통신기업으로 선정된 데 이어 3월에는 기술평가기업 벤처기업 인증을 획득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디지엠시스가 벤처 성장의 모델로 꼽히는 것은 탄탄한 경영실적 덕분이다. 99년 설립된 디지엠시스는 사업 첫해인 2000년 실적이 매출 2억4800만원, 영업손실 2억9200만원으로 초라했다. 그러나 다음해에 전년대비 약 28배 증가한 70억6100만원의 매출에 영업이익 15억4200만원을 올려 단번에 흑자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벌써 매출 41억3000만원, 영업이익 7억2800만원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매출목표는 약 120억원. 하반기에 프로젝트가 몰려 있다는 점에서 해볼 만한 수치라는 것이 디지엠시스의 설명이다. 이 회사의 주요 프로젝트로는 하나로통신 DB컨설팅, 해커스랩의 eCRM 구축 프로젝트, KISTI의 CRM ISP프로젝트 등이 있다. 주요 거래업체는 KISTI, 새마을금고, 하나로통신 등이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공기업 프로젝트 수행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 전통 장류 업체인 서일농원의 CRM을 개발한 것도 농림부의 프로젝트 중 하나다.
디지엠시스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e비즈니스 솔루션 시장이 아직 개화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틈새시장을 겨냥한 디지엠시스의 마케팅이 힘을 얻는다면 실적은 더욱 호전될 수밖에 없다.
디지엠시스는 최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달 온라인 CRM솔루션 ‘윙크’의 일본어 버전을 내놓고 일본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며 다음달에는 중국 세미나에 참석하는 등 국내에서 얻은 노하우로 차근차근 해외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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