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경제 아직 유아기 `미래` 낙관"
만일 당신이 귀가 얇아 밖에서 들려오는 얘기를 그대로 믿는 사람이라면 인터넷과 인터넷 경제의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쉽사리 결론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인터넷 경제의 전성기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고 믿는다.
물론 상당수의 기관이나 소액투자자가 IT업체에 투자했다가 회사가 실패하면서 큰 손실을 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결코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현대 경제에서 주요 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을 되짚어보자. 먼저 과열투자로 자금이 몰리면서 지나치게 많은 기업과 상품이 양산된다. 이어 ‘옥석가리기’라는 다소 고통스러운 과정이 뒤따른다. 이를 거쳐 살아남은 기업들은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해진다. 1800년대 미국의 철도산업이 그랬고, 20세기 초 자동차산업, 1980년대 PC산업이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쳤다.
오늘날 인터넷산업도 동일한 발전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역사가 증명해주는 것처럼 현재의 과정을 겪고 나면 인터넷산업의 체력은 한층 향상되고 더욱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
경제와 산업 전망에 대해서는 좋지 않은 소식만 들려오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제 성장 펀더멘털의 모든 요소를 살펴보면 인터넷산업은 아직 미국·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계속 번창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분석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자 수는 지금도 전세계적으로 연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2001년에 4억5000만명이던 인터넷 사용자 수는 2005년에는 9억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가 이 가운데 대다수를 점유할 것이다.
또한 인터넷 이용률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역사상 그 어떤 기술보다 인터넷은 빠른 속도로 소비자 사이에서 퍼져나가고 있다. 지난 99년 모건스탠리는 전세계 인터넷 이용률이 57% 성장했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인터넷 이용시간과 이용범위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LG경제연구원은 한국의 전자상거래가 2001년 2조3000억원에서 2005년에는 11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베이가 대주주인 옥션의 경우 한국인의 인터넷에 대한 높은 관심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처럼 어느 모로 보나 인터넷의 미래는 낙관적이며, 앞으로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그러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주요한 추세는 인터넷산업에 유리한 방면으로 움직이겠지만 IT업계가 전반적인 상승탄력을 회복하고 성장잠재력을 획득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점이 세 가지 있다.
첫째는 ‘시간’이다. 지난 몇 년간 쏟아져 나온 수많은 인터넷 관련 서비스와 상품을 소비자들이 소화해내려면 그럴 기회가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인터넷은 분명 성숙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유아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자체는 사람들과 빠르게 친숙해지고 있지만 소비자 대다수는 온라인쇼핑·무선서비스·인스턴트 메신저(IM) 등 인터넷의 수많은 요소를 아직 실험하고 있는 단계다.
현재의 주식시장 재편에서 살아남는 것 이상을 원하는 기업은 보다 멀리 내다보고 시장과 소비자가 기술 변화와 기술이 제공하는 기회에 대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초고속인터넷의 가정 보급률이다. 한국은 이 부문에서 이미 다른 국가들을 능가하지만 한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인터넷의 성장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현재 초고속인터넷의 일반가정 보급률은 5%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통계를 보면 초고속인터넷 보급가정은 모뎀이 깔린 가정보다 61%나 더 오래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합리적인 요금체계 없이 소비자들이 매일 인터넷을 풍부하게, 빠르게, 흥미진진하게 즐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요금문제는 인터넷산업에는 심각한 도전요소다. 따라서 정부와 업계가 공동의 노력을 통해 초고속인터넷을 전세계 더 많은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터넷기업들은 사업전략에 집중해야 하고 건전한 사업 펀더멘털을 지침으로 삼아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신경제와 구경제의 대결’이란 화두가 세계 산업계에 대두된 바 있다. 사실 성공적인 사업을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단 한 종류의 ‘경제’에만 집중하면 된다. 수익성, 건실한 투자, 튼튼한 재무제표 등이 그것이다.
이런 단 하나의 ‘경제’원리 아래 현실을 직시한 시장평가와 건실한 기획 및 목표 수행, 효율적인 인력 및 자원 운용, 최고 가치추구, 정직성 등이 합져질 경우 실패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모두는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핵심요소임을 역사가 증명한 바 있으며 인터넷산업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모이고 즐거워하며, 서로 의사소통하고, 물건을 거래하는 동시에 사람들의 가장 창조적인 면을 끌어내는 것을 볼 때마다 인터넷의 미래가 매우 밝다는 점을 확신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은 우리 사회를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다. 인터넷은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발명 중 하나며 앞으로도 엄청난 규모의 상거래가 이뤄질 기반이다.
옥션·e베이 등을 비롯한 우량한 인터넷 브랜드기업은 계속 발전할 수밖에 없다. 물론 가는 길에 장애물도 있겠지만 인터넷과 인터넷 기반의 기업들이 성숙해감에 따라 그 장애물들은 잊혀질 것이다.
글을 마치면서 앞으로 10년이 지난 후 지난 날을 되돌아본다면 이 모든 것이 현실로 이뤄졌다는 사실에 경이로움을 느낄 날이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메그 휘트먼 누구인가
지난 98년 3월 e베이의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메그 휘트먼 최고경영자(CEO·44)는 회사를 세계 최고 수준의 개인간 경매 및 전자상거래업체로 발전시켰다. 수익성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그녀는 브랜드 개발 및 마케팅 분야에서의 뛰어난 자질과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날 e베이를 있게 한 주인공이다.
휘트먼은 e베이에 합류하기 전 하스브로사에서 취학 전 아동사업부문 부장으로 일하면서 국제 마케팅 및 경영관리를 맡았으며, 95∼97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화초 관련 상품회사인 플로리스트트랜스월드딜리버리(FTD)의 사장으로 일했다. 또 스트라이드라이트의 사장으로 재직했고 89∼92년에는 월트디즈니사 소비자상품부서 마케팅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다. 디즈니에서는 마케팅 분야을 관리하고 인쇄사업 통합, 서적·인쇄사업 관련 전략 수립, 잡지사 디스커버리 인수 등의 업적을 남겼다.
이처럼 이른바 ‘구경제’ 출신인 그녀는 새로운 황금광시대를 맞은 서부로 진출해 “닷컴 분야에 원리원칙을 도입했다”는 평을 얻어냈다.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젊은 벤처 천재들이 넘쳐나는 실리콘밸리에서 휘트먼은 비전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몇 안되는 리더로 꼽히고 있다.
휘트먼은 각종 경제지가 선정하는 ‘파워 비즈니스 우먼’ ‘최고의 CEO’ 명단에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그녀는 지난해 10월 포춘지가 선정한 ‘톱 여성경영인’ 중 2위에 올라 정상의 경영자임을 증명했다.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와 프린스턴대 경제학 학사 출신인 그녀는 신경외과 전문의인 남편과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취미는 e이에서 구입한 낚싯대로 즐기는 플라이낚시다.
*메그 휘트먼의 주요 약력
△79 ∼ 81년 프록터&갬블사 브랜드 매니저 △81 ∼ 89년 베인사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89 ∼ 92년 월트디즈니사 마케팅담당 부사장 △92 ∼ 95년 스트라이드라이트 사장 △95 ∼ 97년 FTD 사장 △97 ∼ 98년 하스브로사 아동사업부문장 △98년 3월∼현재 e베이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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