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아직도 살아있는 무정지 기업 탠덤의 정신

 일단의 사람들이 지난 8일 전세계 곳곳에서 샌머테이오의 베이 메도 경주코스에서 열린 재회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들은 실리콘밸리 조성에 커다란 공헌을 했던 탠덤의 ‘진정한 신도’들이다. 74년 텍사스 출신의 지미 트레이빅에 의해 시작된 탠덤컴퓨터는 실리콘밸리에 스톡옵션과 안식휴가의 기업문화를 퍼뜨렸다.

 탠덤은 거의 다운되지 않는 백업시스템을 갖춘 진짜로 좋은 컴퓨터, 이른바 ‘폴트 톨러런트 컴퓨팅’ 세계를 세상에 선사했다. 탠덤은 아울러 금요일 오후의 ‘맥주파티’라는 독특한 문화를 실리콘밸리에 심는 데도 한몫 했다.

 트레이빅은 “이 같은 탠덤의 문화로부터 오늘날 기업들이 갖춰야 할 모습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벤처기업에 근무하는 트레이빅이 이 재회모임에 불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군중에 둘러싸였다. 탠덤의 전 직원이 그를 진정으로 환영했던 것이다.

 그는 탠덤 자체였다. 아니 지금도 그렇다.

 그의 ‘동창생’들은 탠덤에 대해 현재형으로 말한다. 이는 정확히 말해 모임에 모인 사람들이 탠덤을 떠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탠덤이 이들을 버렸다고 해야 정확할 표현일 것이다.

 탠덤은 지난 97년 컴팩컴퓨터에 인수됐다. 컴팩은 올해 휴렛패커드에 다시 인수됐다.

 이 모임 주최자들은 2000여명의 탠덤 직원들이 탠덤에서 컴팩, 컴팩에서 다시 HP로 말을 바꿔타면서 풍파를 겪었다고 전했다.

 HP는 공식적으로 이들을 ‘무정지기업사업부(NonStop Enterprise Division)’로 부른다.

 지난 89년 탠덤에서 근무를 시작해 지금은 스카츠데일에서 HP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앤 칼라마이오는 “아직도 모두들 탠덤으로 부른다”고 말했다. 그녀는 남편인 리를 탠덤에서 만났다. 리는 99년 트레이빅이 신생업체에서 일자리를 제안하자 컴팩을 떠났다. 리는 “바로 이튿날 사직했다”고 회고했다.

 기자는 경마장 트랙의 내부에서 1600명의 탠덤 동창생 사이를 걸으면서 트레이빅과 과거의 탠덤에 대한 이 같은 충성심이 뿌리깊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가족이라는 감정이 넘쳐흐르면서 직원들끼리 공유하는 즐거움을 감지할 수 있었다.

 트레이빅은 고무뱀을 영업부 직원들에게 던지면서 그들에게 벌레를 죽이라고 권유했다는 얘기도 전했다. 여기서 벌레는 IBM이나 DEC였다.

 지난 78년부터 96년까지 탠덤에 근무했던 얀 시몬스는 “탠덤 같은 곳은 일생에 한번 접할 수 있을까 말까 한 곳”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따뜻한 포옹과 차가운 맥주 속에서 상념에 잠겼다. 탠덤은 물론 과거의 HP나 애플, 심지어 페어차일드 같은 기업의 일부분으로 승화된 이 같은 문화가 오늘날 실리콘밸리에서 형성되고 있는 기업문화와는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지난 81년 탠덤에 입사해 현재도 근무하고 있는 제리안 처칠은 “세상이 바뀌었다”면서 “오늘날의 기업들은 과거만큼 직원에게 가치를 두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트레이빅조차도 돈을 빨리 벌고 주가를 올려야 한다는 압력 때문에 인간적인 회사를 만들어야 하는 경영진의 초점이 무색해진 상태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들 동창생이 기업과 직원 사이에 양방향 충성심이 사라지는 현실을 논의하기 위해 이 날 모임에 참석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서로 만나보고 순혈종말 경주 사이에 무대에 오른 트레이빅의 말을 듣기 위해 모인 것이었다.

 그는 탠덤 직원에게 사랑한다면서 자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트레이빅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회사에 다녔고 지금도 그렇다”고 역설했다. 물론 그의 말을 들은 1600명의 일원이 아니라면 그렇게 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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