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경제무대 한가운데로 걸어나오고 있다. 13억 인구를 앞세워 한때 ‘세계의 시장’으로 평가절하되던 데서 벗어나 세계 최고의 자리를 넘보게 된 것이다.
중국은 불과 몇년새 어느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국제 사회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너무나 커서 ‘중국 경제를 알지 못하고는 세계 경제를 논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다다랐다. 세계 산업계가 ‘중국 알기’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수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회장은 “중국 전략의 부재는 곧 세계 전략의 포기”라고 강조했고 올 초 국내 굴지 기업의 총수도 ‘중국 대처 방안’을 새로운 경영 화두로 제시했다.
2001년 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가한 격’이 됐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WTO 가입은 중국 역사에 새로운 장으로 기록될 만했고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더더욱 그러했다.
풍부한 노동력과 저비용 생산환경, 정부의 강력한 지원 등에 힘입어 단순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은 2005년 독일을 앞지르고 오는 2015년 일본을 추월하며 2030년에는 미국마저 뛰어넘어 명실상부한 ‘세계 1위의 공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중국은 WTO 가입을 계기로 단순한 제조업에서 첨단기술산업으로 급속히 방향을 전환했다. 주룽지 총리가 앞장서서 중국의 휴대폰·노트북 컴퓨터 등이 가격만 저렴한 게 아니라 싸고 질도 좋은 상품임을 알리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주로 참깨·마늘과 같은 농산품이 주로 수출됐다면 세계인들은 앞으로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레벨이 적힌 IT제품을 점점 더 많이 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IT산업은 연간 30%씩 급성장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불과 3∼4년 안에 중국은 세계 제2의 IT 산업대국으로 부상하게 된다.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중국이 오는 2010년 세계 3대 IT 강국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중국을 향한 해외자본의 구애도 급격히 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의 외국인 투자유치 실적이 부진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 반해 중국은 몇년째 계속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동안 중국에서 끌어들인 해외 직접투자 규모는 245억8000만달러(실제투자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7% 증가했다. WTO 가입으로 예상됐던 대중국 투자러시가 가시화된 것이다. 이같은 추세는 내내 이어져 올해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50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세계 각국의 IT기업들이 생산기반을 중국으로 옮기고 있다. 중국에 대한 제조업 의존도 확대에 대한 우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IT분야 기업들의 중국 진출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IT기업들이 생산설비를 중국으로 이전했고 첨단 연구소까지 중국으로 옮긴 기업들도 적지 않다. 마쓰시타전기·도시바·히타치·소니 등 일본 IT기업 대다수가 가전·반도체·소프트웨어 관련 연구소를 중국으로 이전했고 미국의 모토로라·루슨트테크놀로지스·마이크로소프트(MS)·IBM, 프랑스의 알카텔, 핀란드 노키아 등이 중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했다. 이미 120개가 넘는 서방 유수의 기업들이 중국에도 첨단 연구소를 세운 것이다. 이 수치는 향후 5년 안에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컴퓨터·모니터·휴대폰 등 하드웨어 ‘생산’에서 소프트웨어 ‘개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세계에서 생산된 모니터 5대 가운데 1대는 중국산이다. 중국은 휴대폰의 경우 이미 세계 정상 수준에 이르렀고 컴퓨터 역시 3∼4년 안에 세계 최대의 생산국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은 “단순한 하드웨어 차원이 아닌 솔루션 또는 소프트웨어 개념의 종합적인 IT서비스가 요구되는 시기”라고 밝히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을 쏟겠다는 말이다.
아직까지 소프트웨어 생산총액은 전체 GDP의 0.03%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부가 소프트웨어 단지 설립에 적극 나서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과 업체들의 참여로 오는 2005년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대를 넘어서고 수출도 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막대한 시장과 생산능력, 여기에다 첨단 제조기술까지 덧붙여질 경우 중국은 ‘통제할 수 없는’ 전자대국으로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
“넘버2도 싫다!”는 중국 IT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세계 시장으로 울려퍼지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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