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이 100∼1000명에 달하는 중소기업 시장을 놓고 미국 소프트웨어업체들이 격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포천500 같은 대기업을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었던 시벨시스템스·오라클·SAP·피플소프트 등의 대형 소프트웨어업체들이 매출 확대를 위해 중소기업에도 눈길을 돌림에 따라 경쟁 파고가 더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수개월후에 중소기업 시장을 노린 소프트웨어를 출시할 예정이라서 마치 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전망이다. 가트너 애널리스트 조에 아웃로는 “중소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이 극심한 소용돌이에 휘말림에 따라 향후 2∼3년 후에는 중소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CRM 업체의 25∼30% 정도가 통폐합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대통합론을 제기하고도 있다.
고객관계관리라고 번역되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은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입체적으로 파악, 기업의 매출 확대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다. 오라클 등 대형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중형기업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는 이유는 이들 중소기업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CRM 같은 소프트웨어 구입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다국적기업 같은 대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소프트웨어를 직접 구입하기 보다는 ‘세일즈포스닷컴’(Salesforce.com) 같은 온라인 기반 자동화 소프트 웨어 업체를 이용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아직 소프트웨어 구입에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엔론 사태 같은 기업부정 사건도 중소기업으로 하여금 CRM 같은 소프트웨어 구매를 촉발시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CRM 소프트웨어 시장 넘버 1인 시벨의 경우 최근 중소기업에서 나오는 매출이 큰 폭으로 늘기도 했다.
시장이 격랑에 빠져들면서 전문업체들간 경쟁도 더 치열해 지고 있는데 캘리포니아주 샌머테이오에 있는 넷레저(NetLedger)는 세일즈포스닷컴이 시벨의 영역을 노리고 있는 틈을 타서 세일즈포스닷컴의 고객을 빼앗아 오기도 했다. 회계·인력관리·고객서비스관리 등의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있는 넷레저는 공략 대상을 기존의 종업원 100인 이하 기업에서 500인 이하 기업으로 넓힐 예정이다. 넷레저와 세일즈포스는 이미 온라인 CRM업체인 업샷(UpShot)·세일즈넷(Salesnet)을 비롯해 오프라인 판매에 있어 어느 정도 기반을 갖고 있는 세일즈로직스(SalesLogix)·골드마인(GoldMine) 등과 경쟁하고 있다. 이들 모두는 연내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강적’과의 대결이 불가피하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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