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11일 LG텔레콤과 전격 제휴함으로써 유력한 경쟁자인 KTF를 제치고 모바일지불결제시장의 주도권을 일단 선점하게 됐다. 그간 이동전화사업자의 행보를 지켜봤던 신용카드·전자화폐·솔루션 등 모바일결제 관련업계의 행보도 한층 빨라지게 됐다.
하지만 KTF진영의 반격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여 모바일결제시장 주도권 경쟁은 이제부터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는 양 진영의 경쟁이 전반적으로 시장 자체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제휴 내용과 기대효과=양사는 SK텔레콤이 개발한 적외선지불결제(irFM) 규격을 적용하고 양사 가맹점을 공동으로 활용키로 했다. 이를 통해 투자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이동전화 제조업체의 개발부담도 줄여 사업을 활성화시킨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연내 120억원을 투자해 3만개의 가맹점을 확보할 계획이며 LG텔레콤도 SK텔레콤과 협의해 투자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의 진짜 노림수는 사실상의 표준화다. 협력사들이 대거 따라올 수밖에 없는 사실상의 표준화를 이끌어내 경쟁사인 KTF의 설자리를 없애겠다는 전략이다. LG텔레콤은 ‘캐스팅보트’를 SK텔레콤에 던진 셈이다.
◇KTF, “기술우위 자신”=KTF는 기술적인 우위에 있는 만큼 양사의 제휴에도 불구, 승산은 있다는 입장이다. KTF 관계자는 “SK텔레콤의 방식은 신용결제에 ‘irFM’만을 이용하나 우리는 ‘irFM’과 ‘IR’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KTF는 또 LG텔레콤이 ‘irFM’방식을 채택했더라도 정부의 표준화 최종 방침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KTF는 예정대로 단말기를 출시하고 일단 연내 50억원을 투자해 2만개의 가맹점을 확보해 마케팅 경쟁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눈치보는 협력사들=신용카드·전자화폐·솔루션 등 협력사들은 이번 제휴가 자사에 미칠 영향을 저울질하고 있다. 일단 이번 제휴로 시장의 무게중심이 SK텔레콤쪽에 기울고 있다고 보면서도 KTF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SK텔레콤의 주도권이 더욱 공고해진 상태에서 KTF 진영이 묘약을 찾지 못하면 기존 경쟁구도는 빠르게 정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카드발급사로 참여할 금융권은 당장 SK텔레콤·LG텔레콤 대 KTF라는 ‘1강1약’ 체제가 뚜렷해졌다고 보고 SK텔레콤 진영에 관심을 집중시킬 태세다. 희비도 교차했다.
KTF측과 밀월관계인 국민·LG·삼성 등 3개 카드사는 다소 압박을 받게 됐다. 신용카드 양대 브랜드인 비자와 마스타는 어떤 표준에든 맞추겠다는 입장이나 비자는 SK텔레콤, 마스타카드는 KTF와 배타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던 게 사실이다.
금융권은 그러나 힘이 실린 SK텔레콤에 협상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비자코리아 관계자는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카드사들이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SK텔레콤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한 휴대폰 내장형 칩카드 사업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내다봤다.
전자화폐와 솔루션업계의 명암도 엇갈렸다. SK텔레콤의 출자사이자 전자화폐로 채택된 비자캐시는 그동안 부진을 떨쳐버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반면 국민카드·KTF와 끈끈한 밀월관계를 유지해 온 몬덱스코리아는 우려가 커졌다.
KTF진영에 참여했던 스마트카드연구소 등 솔루션업체들은 위축되는 반면 SK텔레콤의 협력사인 하이스마텍 등은 더욱 힘을 얻게 됐다. 적외선(IR) 지불결제 솔루션 전문업체인 하렉스인포텍은 사실상 LG텔레콤의 유일한 협력사였으나 이번 제휴로 인해 시장기반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표준화는 어떻게 되나=SK텔레콤과 KTF측의 표준은 암호화키방식과 적외선(Ir)부분의 기술에서 차이가 있어 호환은 불가능하나 IC칩 기반구조 등 기본구조는 동일하다. 정통부는 우리나라가 선도하는 지불결제 시장인 만큼 표준화를 잘해 세계표준을 이끌어 보려 하나 사업자에게 강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 진영의 싸움은 사실 기술보다는 비즈니스 차원이다. 일종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협력사 구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SK텔레콤 진영은 일단 기선을 제압했으며 KTF진영도 맹렬히 반격할 예정이어서 양 진영의 다툼은 당분간 업계의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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