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컨설팅을 인수키로 합의한 IBM과 통합협상을 벌여온 PwC컨설팅코리아의 최영상 사장<사진>이 IBM과의 합병체에 참여하지 않기로 해 그 배경과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PwC컨설팅코리아의 고위 관계자는 “최영상 사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IBM이 PwC컨설팅코리아의 컨설팅업무 독립성과 출자 자회사인 메타넷호라이즌(M&H)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보장하지 않는데다 인원 감축을 요구하고 있어서 합병법인 대표를 맡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이에 따라 회사내 의사결정 및 이전 작업과 관련한 업무를 김진홍 부사장에게 맡겼다.
최 사장은 “지난 20년 동안 열심히 노력해 한국에서 컨설팅사업을 키워놓고 PwC컨설팅코리아를 성장시켰는데 이를 인정받지 못하고 그대로 빼앗기게 된 셈”이라는 소회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M&H를 아무런 조건없이 IBM에 넘겼다가 IBM이 M&H를 다시 매각하면 5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실직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최 사장의 결정에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최 사장은 향후 거취에 대해 ‘M&H를 계속 키우면서 신규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라는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달부터 최 사장과 미국 IBM 글로볼서비스사업부 대표간에 벌여온 협상에서 IBM 측은 PwC컨설팅코리아 임직원들이 출자해 만든 11개 IT자회사집단인 M&H를 자본금에 맞춰 매입한 뒤 다시 시장에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IBM은 합병조건으로 전세계 PwC컨설팅이 직원 4000명의 구조조정을 하기로 한데 맞춰 한국법인도 일정 규모의 직원감축을 요구했다. 더욱이 최 사장에게 한국IBM 글로벌서비스사업부문내 BIS사업부문장 수준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IBM 측은 최 사장의 신설합병체 대표 선임 외에는 모두 거부한 셈이다.
반면 한국IBM은 PwC컨설팅코리아의 브랜드와 지식을 비롯, 프로젝트를 통한 영업권, 이달 현재까지 수주한 400억원 규모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고스란히 가져가게 된다. 또한 PwC컨설팅코리아의 그동안 누적된 이익잉여금과 1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올해 사업실적까지 모두 인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PwC컨설팅코리아 측은 “IBM의 요구는 PwC컨설팅코리아에게 완전히 무장해제하고 들어오라는 의미인데, 그러면 PwC컨설팅코리아가 쌓아온 시장 리더십과 자산(asset)이 다 없어지게 된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PwC컨설팅코리아에서는 한국IBM과의 합병체에 합류할 직원은 전체의 70∼80%에 머물 것으로 점치고 있다. 또한 양사간 직급과 연봉·인센티브·조직관리 차이로 인해 PwC컨설팅 출신 컨설턴트들의 유출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편 IBM이 3분기까지 PwC컨설팅 인수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함에 따라 한국IBM도 PwC컨설팅코리아 조직을 흡수해 다음달 1일부터 12월 말까지 3개월동안 통합 실무작업을 실시한 뒤 내년 1월부터 새로운 합병체를 정식 출범시킬 예정이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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