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창업열기는 계속 돼야 한다

 ◆김홍 호서대학교 벤처대학원장 kimhong@office.hoseo.ac.kr

미국은 1776년 건국 이래 최근 30년 동안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창업 전성시대를 이뤄냈다. 이 새로운 시대는 미국과 전세계의 경제사회 구조를 영구적으로 바꿔놨으며 미래 세대를 위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한 시기였다. 지난 20세기 말, 새롭게 떠오른 창업가나 혁신가들은 미국은 물론 전세계 경제의 뿌리까지 흔들어놨다. 제프리 티몬스는 오늘날 미국 부의 95% 이상이 지난 80년 이후 e세대 혁명가들이 이룬 결과물이라며 이 같은 현상을 일컫는 말로 ‘창업혁명’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얼마 전까지 대중매체들은 막강한 지배력을 갖고 있는 거대기업들이 튼튼한 미국 경제의 핵심이라고 널리 소개해왔지만 최근 애플컴퓨터·로터스·델·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신흥기업에 의해 이들 기업이 내리막길을 걷게 되리라는 것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IBM의 경우 종업원 수가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월가에서 가장 인기있던 주식시세는 바닥권으로 곤두박질쳤다. IBM은 창업혁명이 만들어낸 희생자인 셈이다.

 지난 69년에서 78년 사이 미국에서 새로 생긴 일자리의 81.5%가 창업이나 성장하는 소규모 기업활동에 의해 창출된 것이다. 80년 이후 3400만개의 신규고용이 발생했지만 500대 기업에서 500만명이 실직한 것을 보면 창업이 국가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또한 60년대 500대 기업에 들어 있던 기업 중 35%가 교체되는 데 20여년이란 시간이 걸렸지만 80년대 들어서면서 5년으로 짧아졌고 다시 90년대에 이르러서는 교체기간이 3∼4년으로 더 단축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전적인 의미에서 창업은 무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을 뜻한다. 창업은 경제와 사회의 역동성을 창조하는 강력한 힘이다. 왜냐하면 창업은 종교나 성별·피부색·사회계급·국적과 아무 관계없이 재능과 실행력만으로 보상받는 기회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80년대 벤처캐피털산업의 제도적 기틀을 다지면서 90년대 코스닥시장 및 벤처기업육성특별법 등 제도적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이렇게 정부가 벤처기업 육성에 나선 결과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경제 구조조정과 맞물려 코스닥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지난 99년과 2000년에는 ‘벤처 호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적인 경기침체 과정을 겪으면서 벤처업계는 급속히 거품이 빠져나가는 조정국면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묻지마’ 투자와 불법투자, 권력층이 개입된 각종 ‘벤처비리’ 사건은 벤처산업을 더욱 위축시키면서 ‘벤처무용론’마저 낳았다. 이 때문인지 정부는 벤처기업의 인증제도를 보강하고, 코스닥 심사기준을 강화시켜 원천적으로 벤처기업들의 코스닥 진입을 매우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 이로 인해 벤처캐피털회사의 자금유동성이 크게 악화돼 투자여력을 상실하면서 신생 벤처기업들은 요즘 심각한 자금난에 빠져 있다.

 최근 ‘벤처죽이기’ 정국을 보면서 일부 사이비 벤처기업가가 저지른 비리 때문에 수많은 선량한 예비창업자들의 꿈이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노파심이 앞선다. 미국에서 성공한 창업혁명의 사례를 보면 근면한 기업가 정신을 가진 예비창업자들의 창업 활동이 앞으로 지식정보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정부나 정치권은 이들이 앞으로 마음놓고 기업을 설립하고 꿈을 펼치도록 코스닥시장을 비롯한 각종 지원제도를 창업자의 입장에서 개선시켜야 한다.

 몇 해 전 발생한 강원도 고성 산불로 산의 수분흡수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이번 태풍 ‘루사’로 인한 피해가 더욱 커진 것으로 최근 밝혀져 사회적 충격을 주었다. 더이상 이 땅은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는 자연이 주는 교훈을 받아들여 창업기업들이 일시에 고사하지 않고 적정량이 생존할 수 있도록 각계 각층의 지혜를 모아 서둘러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