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주년특집>새로운 20년-유비쿼터스 혁명 그날이 밝고 있다

 미래기술이 다가오고 있다. 시공을 초월해 무한 창조의 세계로 인도할 디지털시대의 기술들이 몰려오고 있다. 이들 기술의 발전속도는 분명 과거 20년 동안 달려온 기술 발전 속도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사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증기기관의 등장으로 인류문명이 농업경제에서 산업경제 체제로 전환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정보통신, 즉 인터넷의 출현으로 우리 사회는 디지털 경제 체제로 전환된 셈이다.

 인터넷이라는 개방형 네트워크가 가지고 있는 개인과 조직의 통합능력은 경제활동의 방식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고 기술의 발달은 과거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분량과 질의 정보교환을 이뤄지게 하고 있다.

 컴퓨터의 연산속도나 정보저장 기술의 향상으로 정보의 검색, 비교분석이 가능해졌고 인터넷에 의해 형성된 가상공간에서의 기술적 진보가 지속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가상공간에서 처리할 수 있는 활동의 범위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학자들은 인류역사를 공간 개척의 노력과 그 위에서 꽃피운 공간혁명의 역사로 규정짓고 있다. 이 가운데서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인류 역사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4대 공간혁명으로 도시혁명·산업혁명·정보혁명·유비쿼터스혁명을 꼽고 있다. 이 4가지 공간혁명을 구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관점은 그것이 물리공간에 관한 혁명인가, 전자공간에 관한 혁명인가는 하는 점과 두 공간간의 상호작용 관계다.

 도시혁명이 인류의 활동 공간인 물리공간을 원시적 평면에서 도시적 방식으로 창조한 1차 공간혁명이라고 한다면 산업혁명은 도시공간을 중심으로 물리공간의 생산성을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수준으로 고도화한 2차 공간혁명이다.

 산업혁명에 이은 정보혁명은 인류의 활동기반으로서 물리공간이 아닌 인터넷과 같은 완전히 새롭고, 보이지도 않는 전자공간을 창조한 3차 공간혁명이다. 정보혁명은 물리공간에만 고착돼 있던 공간개념을 뒤엎고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전자공간을 탄생시킨 탈공간 혁명의 성격을 지닌다.

 다가올 유비쿼터스혁명은 서로 이질적인 물리공간에 전자공간을 연결해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이 하나로 통합되고 함께 진화할 수 있는 4차 공간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유비쿼터스 혁명은 바로 정보혁명에 의해 타살된 물리적 도시를 부활시키기 위한 새로운 공간혁명이다. 이 혁명은 정보혁명의 연장선상에 있으나 그 발상은 정반대에서 출발한다. 정보혁명은 물리공간을 컴퓨터 속에다 집어넣은 혁명이지만 유비쿼터스혁명은 물리공간에다 컴퓨터를 집어넣는 혁명이라는 것이다.

 유비쿼터스와 함께 21세기를 이끌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초극소’와 ‘초극대’라는 양방향 진화가 될 것이다. 현대판 바벨탑이라 할 수 있는 초고층 빌딩, 거대 가속기, 거대 우주정거장 등이 후자를 대변한다면 10억분의 1m 이하의 나노세계에 대한 기술적 성취는 전자를 대표한다.

 최근 반도체 분야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탄소나노튜브를 비롯해 나노 수준의 각종 구조물, 나노로봇 등이 그 대표주자들이다.

 또한 인류의 기술발전사에서 가장 특징적인 현상 중 하나는 ‘속도의 증가’다. 기차, 자동차, 비행기 등의 등장은 바로 물리적인 의미에서 속도의 증가를 대변한다. 다른 한 축은 통신수단의 발달이다. 적의 침입을 알리던 봉화에서부터 편지, 전보, 전신, 전화 등 좀더 빠르게 다른 사람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통신수단의 발달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최근에는 개인 휴대폰의 급속한 보급과 디지털 네트워크 등장, 특히 인터넷의 등장으로 실시간 정보교류가 한층 활발해졌다. 이같은 통신의 발전은 앞으로 개인위성통신(Personal Satellite Communication)으로 이어져 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11년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온네스가 수은에서 발견한 초전도 현상은 고체물리학의 초대 관심사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초전도는 극저온에서만 가능했기 때문에 실용화에 많은 장애가 있지만 앞으로 100년 안에는 충분히 경제성 있는 고온초전도가 탄생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것은 제2의 전기 및 교통 혁명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점차 상업적 실용화에 근접하고 있는 초전도 자기부상열차, 에너지의 손실이 전혀 없는 전선, 전기의 무한정 저장 등은 ‘전기의 시대’를 맞아 일어났던 19세기말의 흥분을 재현시킬 것이다.

 미래의 기술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인간 유전자 정보의 세부사항을 밝힐 수 있는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가장 먼저 꼽을 것이다. 미국 국립보건원 인간게놈연구소의 프랜시스 콜린스 박사는 두꺼운 전화번호부 200권 분량에 달하는 인간 DNA의 염기(DNA를 구성하는 단위) 서열이 2003년께면 모두 해독될 것으로 내다봤다. 30억개에 달하는 인간의 유전자를 해독하는 ‘생체 게놈프로젝트’가 끝나면 가각의 유전자가 인체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는 일이 진행될 것이고 각종 질병에 대한 유전자적 차원의 치료, 개인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유전정보를 담은 유전자 칩도 등장해 질병에 대한 획기적인 치료법이 개발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오는 200∼300살짜리 인간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이와 함께 첨단 신약에 대한 기대도 높다. 일반적으로 약은 특정 질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상적인 세포에도 손상을 입힌다. 암치료에 사용하는 화학적 요법을 그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최초의 화학요법제인 살바르산이 세상에 모습을 보인 이후 특정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에만 치명타를 가하고 인체에는 전혀 해롭지 않은 신비의 약, ‘마법의 탄환’에 대한 희망은 인류의 또다른 꿈인 것이다. 다가오는 2020년에는 생명공학 기술의 눈부신 발달을 등에 업고 부작용이 없는 차세대 항생제, 암세포만을 공격하는 암치료제, 유전자 조작을 통한 암 백신, 에이즈 백신 등 각종 유전성·세균성·바이러스성 질환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신약이 출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봇 역시 이제 더 이상 꿈은 아니다. 1950년대 과학자들은 10∼20년 뒤면 마루를 닦고, 잔디를 깎는 등의 잡일을 로봇이 대신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가 꿈을 좇던 수많은 과학자들이 좌절했고 수많은 신생 기업들이 도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머지 않은 장래에 꿈의 로봇이 출현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10년 뒤면 도마뱀 정도의 인식 능력을 갖추고 잡일을 대신할 1세대 로봇이 등장하고 쥐, 원숭이 수준을 거쳐 2040년경이면 로봇 과학의 궁극적 목표인 인간의 지능을 닮은 4세대 로봇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점친다.

 인간과 기계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사이보그도 더 이상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만 나오지는 않게 된다. 진정한 사이보그는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고 병든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인공장기가 보편화되는 시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인공판막, 인공심장, 인공신장, 인공혈관, 인공관절, 인공연골 등 각종 ‘인공’ 신체부위는 인간의 신체조직을 대체할 것이고 점차 부드러운 장기의 출현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최근 21세기 경제·사회·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경제부·교육인적자원부·국방부·과학기술부·문화관광부·농림부·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환경부·건설교통부·해양수산부·기획예산처·국무조정실 등 정부 부처와 함께 ‘국가기술지도’를 만들어 공동 추진중이다. 정부부처간 연구개발목표를 공유하고 역할을 분담하면서도 기술간 융합기회를 창출시키고 기업의 연구개발 전략 수입에 이정표를 제시한다는 전략이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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