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도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백범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 중 한 단락이다. 이는 문화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이미 100년 전부터 세계적인 문화강국으로 우리의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화산업비전21’
문화산업은 지식과 아이디어 집약산업으로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캐릭터산업을 비롯해 여타 산업에까지 연관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또 상품에 체화된 문화적 요소로 우리나라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이용자에게 심어주고, 이는 역으로 국민적 자긍심을 고양하는 효과를 창출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제조업이 환경오염과 공해를 유발하는 환경파괴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반면, 문화산업은 저에너지 소비, 저배출의 환경친화적인 무공해 산업으로 21세기 초 예상되는 ‘환경 라운드’ 협상에서 능동적인 대처가 용이하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문화산업을 새로운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은 시대적인 명제인 것이다.
이에 따라 범정부 차원에서 문화산업진흥 5개년 계획으로 수립한 것이 ‘문화산업비전21’이다.
문화산업비전21은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문화산업 육성대책 추진 △민간부문의 경쟁력 강화와 투자환경 조성 △독창적이고 세계적인 문화상품 개발을 기본방향으로 추진된다. 구체적으로는 △전략문화산업의 집적화, 유통현대화 △문화산업 정보네트워크 구축 △전문인력 양성체제 확립 △창업·제작 촉진 및 기술개발 지원 △수출전략상품 개발과 해외진출 강화에 주력한다는 것이 기본전략이다.
문화산업 인프라를 조기에 구축하기 위해 문화산업단지·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첨단인쇄산업단지·아케이드게임산업단지를 조성한다. 게임종합지원센터나 독립제작사지원센터 등 전략분야를 육성할 수 있는 집적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물류현대화와 유통투명성 제고를 통해 유통현대화도 도모한다. 물류현대화에는 출판유통구조와 음반유통·물류구조를 현대화하는 작업들이 포함된다.
또 분야별 데이터베이스 및 정보센터를 종합적으로 조정하고 연결할 수 있는 문화산업정보지원센터를 설립, 문화산업 정보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정보 축적과 제공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분야별 전문가와 지속적으로 협조하는 것은 물론이다.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기본 토대도 마련한다. 현재 정규교육과정은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고 있지 못하며, 교과과정도 산업현장의 수요와는 괴리돼 있어 재교육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산업현장 수요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정규교육과정을 개편하거나 커리큘럼을 조정하고, 디지털 방송 인력개발센터·게임아카데미·애니메이션아카데미 등 전문교육과정도 설립할 계획이다. 정규교육과정과 업계간에 산학연계를 추진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창업·제작을 촉진하고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그간 자금조달 능력이 부족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망 중소기업이 성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을 감안, 민관 공동투자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에 역할을 분담해 지역적 특성에 적합한 문화상품 개발에도 주력하게 된다.
이와 함께 수출전략상품 개발 및 해외 진출도 강화한다. 우리 전통과 기술경쟁력을 보유한 문화상품을 세계시장을 겨냥해 수출전략상품으로 집중 개발하고, 해외 진출을 위한 각종 지원시스템을 재정비해 수출 활성화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는 척박한 산업환경 때문에 해외 시장공략이 어렵고, 이는 다시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와 대응전략 빈곤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를 통해 영화산업에서는 한국영화의 국내시장 점유율을 40% 이상 유지하는 한편, 게임산업을 한국 문화산업의 선도산업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음악산업은 음반유통과 물류구조를 현대화해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고 베이징 한국음악정보센터를 설립,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는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또 방송·광고산업은 다채널 위성방송을 계기로 방송영상 제작기반을 확충하고 출판의 경우에는 향후 5년내 세계시장 점유율을 4.4%로 끌어올린다는 비전도 갖고 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콘텐츠 강국 ‘콘텐츠코리아’■
세계 경제의 흐름이 자본과 노동 중심에서 지식과 창의력이 주도하는 지식기반경제로 전환되면서 문화콘텐츠산업이 핵심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문화산업이 디지털화되는 속도가 빠르고 미디어가 상호융합되면서 문화콘텐츠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지난 2001년 김대중 대통령도 문화관광부 연두보고에서 ‘콘텐츠산업에 국운을 걸고 관련시책을 추진’하도록 요구한 데 이어, 콘텐츠 관련기술과 콘텐츠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진력할 것을 주문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이에 따라 2003년까지 문화콘텐츠 핵심생산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아래 정부에서는 ‘콘텐츠코리아’를 추진하고 있다. 고품질 문화콘텐츠 개발 지원, 문화콘텐츠산업간 시너지효과 극대화, 전략 콘텐츠산업분야를 집중 육성함으로써 21세기 문화대국·지식경제강국을 구현한다는 목표에서다.
여기에는 광대역 유무선 통신, 디지털 그래픽 및 사운드기술 등 정보기술(IT)이 문화콘텐츠 제작 및 유통분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문화콘텐츠를 디지털화하는 기술(CT)이 디지털 문화콘텐츠산업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는 것도 주효하게 작용했다. 특히 우리 문화산업 규모가 세계시장의 1% 내외에 불과하고 영화·비디오·게임 등은 외국상품이 국내시장의 70∼80%를 점유하고 있고, 콘텐츠산업이 최고의 부가가치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업체 규모가 영세하고 전근대적인 유통구조로 인해 민간의 대규모 투자가 취약하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법령 개편 및 인프라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분야별로 문화산업 관련 법제를 디지털시대에 맞게 정비하는 한편, 저작권법도 디지털기술 발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전면 개편할 예정이다. 문화콘텐츠 창작역량도 확충할 계획이다. 2003년까지 5000억원 규모의 투자조합을 결성, 콘텐츠 제작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미디어콘텐츠센터’를 설립해 미디어 교육 기반을 확립하고 콘텐츠 전문 프로듀서와 같은 전문인력도 양성할 계획이다. 애니메이션·캐릭터 등 산업분야별, 아시아·미국·유럽 등 권역별로 ‘문화콘텐츠 전문마케터’를 양성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이밖에 해외 거점을 설치, 우리 문화상품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국내 전략지역에 세계적인 문화콘텐츠 행사를 개최해 우리나라를 콘텐츠 배급기지화하는 동시에 외국 유수기업과 문화콘텐츠 공공 개발사업을 적극 지원한다. 또 성공가능한 스타를 발굴,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콘텐츠로 육성하는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문화콘텐츠산업을 발전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외국의 문화산업정책은 ■
◇영국=지난 80년대 대처 정부가 창조적 산업부문(creative industries) 진흥을 국가핵심 정책과제로 추진하기 시작한 이래, 97년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도 문화미디어스포츠부를 설립해 디지털콘텐츠 육성을 위한 실천계획(UK Digital Contents-Action Plan for Growth)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영국 정부는 창작산업추진반(CITF)과 창작산업수출진흥자문단(CIEPAG), 창작산업전략그룹(MCISG)을 설립해 문화산업 전문인력 양성, 재원조달, 지역과의 창작산업네트워크 구축, 창작산업수출 진흥, 지적재산권보호 등 창작산업 진흥에 나서고 있다. 또 20여개 콘텐츠 관련 단체가 참여한 디지털콘텐츠포럼(DCF)에서는 콘텐츠 수출 방안, 전문인력 육성계획, 디지털콘텐츠포털을 통해 영국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종합 데이터베이스 사업을 추진하는 등 세계 최고의 디지털콘텐츠 강국이 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창작산업의 수입은 1125억파운드, 132만명 인력 고용(전체 고용인력의 5% 정도), 수출 103억파운드, 국내총생산(GDP)의 5% 가량의 실적을 내고 있다. 97∼98년 성장률은 16%로 추정된다.
◇미국=미국 정부는 민간 중심의 투자를 유도하면서 산업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대신 정부는 정보 인프라 조성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산업은 군수산업에 이어 2대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99년 현재 문화콘텐츠산업 등 미국의 핵심 저작권산업(core copyright industries) 규모는 4672억달러로 GDP의 4.9%, 미국 전체 수출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95∼99년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산업의 연간 성장률은 10.4%로 미국 전체 경제성장률인 3.8%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정부에서 방송과 통신사의 소유 규정을 완화해 대규모 글로벌기업화를 유도하고(AOL과 타임워너, 월트디즈니와 ABC 통합 등), 영화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드림웍스, SKG, 유니버설스튜디오 건설시 1억달러 상당의 세제혜택을 줬는가 하면, 영화 촬영장소에 대한 허가제도를 간소화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이렇게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복합 미디어그룹 탄생’이 바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군수산업에 이은 2대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한편 2000년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4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한 미국은 2005년경 이 분야에서 전세계 시장의 70%를 점유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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